주시해야 할 중국의 동북정책
주시해야 할 중국의 동북정책
  • 홍승희
  • 승인 2004.0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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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동북공정이 국내에선 고구려사 왜곡이라는 측면에서 물끓듯 요란한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러다보니 중국의 동북정책 전반의 문제는 가려지는 듯하다.

현재의 중국 지도부는 그 어느 때보다 실용주의자들로 진용이 짜여 있다. 물론 그렇다고 먼 미래를 내다보지 않고 어떤 정책을 수행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 어느 것보다 경제적 가치를 최우선에 두고 있는 중국 정부라는 점을 간과하고 봐서는 안될 것이다.

한국 사회는 아직도 관념적인 측면에서만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그에 비해 중국인들은 전통적으로 우리 사회에 비해 상당히 실용적인 사회였다. 물론 공산주의 정권이 다소 교조적으로 사회를 이끌었던 경험이 없는 것은 아니나 그 조차도 그 어떤 공산주의 국가보다 무리없이 스스로 변화하며 문제들을 극복해냈다.

중국 역사는 우리와 달리 기본적으로 모든 문화, 모든 인종을 수렴하는 전통을 지니고 있고 그로 인해 오늘날과 같은 거대한 단일국가를 일구어냈다. 우리가 서로의 차이점에 관심을 집중해 작은 차이조차 구분하고 분리시키려 할 때 저들은 공통점에 주목하고 그 공통점을 고리로 거대한 국가를 일구어낸 것이다.

그런 중국이 지금 고조선과 고구려, 발해의 영토를 지배하고 있으면서 그 역사 자체를 자신들의 역사 속으로 수렴시키기 위해 3조원이나 투입한 거대한 프로젝트, 동북공정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 의미가 결코 간단치는 않을 것이다. 물론 단순히 지난 역사를 지배하기 위해서만도 아닐 것이다. 그 복합적인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좀 더 폭넓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만주에서 일어났던 한민족의 국가들은 대체로 강성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그 지역의 풍부한 지하자원 때문이었다. 지금도 지하자원은 국력의 중요한 밑바탕이 되지만 특히 창과 칼과 방패가 주무기였던 고대 국가들에게 있어서 금속자원이 풍부한 만주는 튼튼한 국력의 토대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만주지역은 그 이후 1930년대 청`일간 갹축을 벌일만큼 여전히 매력적인 지역이었다. 그리고 그때 이후 오랜기간 중공업지대로서 산업화에 지체를 보이던 중국의 경제에 주요 원천이 돼왔다. 비록 개혁 개방의 중심이 중국 동안지역으로 잡히면서 잠시 뒤처진 듯 싶지만 그 지역에 중국의 현 지도부가 다시 관심을 집중하고 나선 것이다.

중국은 현재 동북지역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육성하려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진타오 체제가 탄생한지 1년만인 지난해 10월에 동북지역 개발전략이 확정됐다. 그 몇 달 전에 중국 지도부의 주요인사들이 번갈아 그 지역을 시찰하는 등 분위기를 잡았다.

만주지역은 한동안 개혁 개방에 중심지에서 밀리며 발전이 주춤한 듯 싶지만 여전히 중국내에서 중공업 비중이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그런데 우리는 중국과 수교를 하고나서도 여전히 만주를 과거회귀적 역사의 현장으로 낭만적 시각에서만 바라보려 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데올로기적 목표를 내세운 대북창구의 하나로만 이용하려 했다. 고작 그 지역에 들어가도 국내에서 인건비 부담에 시달리던 중소 경공업 기업들이 조선족들의 일손을 이용하고자 들어가는게 그나마 경제적 진출의 전부였다.

물론 중국정부의 견제와 여러 다른 사정들도 있었지만 적어도 국가 차원에서 그 지역에 대한 어떤 구체적 플랜도 갖고 있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아직도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여전히 어린애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몇십년씩 특정지역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활동해온 통상전문가도 없고 그렇다고 국가의 미래 비전과 관련해 큰 밑그림을 그릴만한, 아니 이해라도 할만한 외교전문가도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다고 그나마 있는 인적 자산들을 집중 관리하며 국가적 비전을 이끌어낼 기구도 없다.

동북아 허브를 얘기하지만 그것만해도 집중적으로 대책을 세워나갈 전담기구가 어디인가.
무한경쟁을 얘기한다. 그런 세계 속에서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제 더 이상 꿈만 꾸어서는 안된다. 물론 꿈조차 없던 시절에서 꿈이라도 꿀 수 있게 된 것은 발전이지만 언제까지나 이 단계에 머물수는 없다. 구체적 실천의지가 없으면 꿈은 단지 꿈으로 끝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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