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G에 발목 잡힌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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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째라식' 버티기…오바마 행정부 격분

[서울파이낸스 박민규 기자] 금융위기 뇌관 중 하나인 미국 거대 보험그룹 AIG의 '배째라식' 행태가 갈수록 가관이다. 미 당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1억6500만달러의 성과급을 지급키로 하자 버락 오마바 대통령이 맹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현재까지 무려 1800억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 액수의 구제금융을 AIG에 쏟아부은 미 정부가 이제와서 AIG를 버릴 수도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끌려가는 형국이다.

AIG도 이런 미 정부의 입장을 잘 알기에 조금도 주눅들거나 기죽지 않고 꿋꿋이 제 갈 길을 가고 있다. 최근 AIG는 파생상품인 신용부도스왑(CDS)을 대량으로 판매해 회사에 천문학적인 손해를 입혔다고 지목되는 부서인 'AIG 파이낸셜 프로덕트' 임직원에게 1억6500만달러의 성과급 지급을 강행키로 한 데다, 구제금융으로 지원받은 액수의 절반이 넘는 900억달러 이상을 미국·유럽 등 금융기관에 지급한 것으로 나타나 구제금융의 당위성에 의구심을 사고 있다.

심지어 AIG는 최근 미 정부로부터 추가로 300억달러의 4번째 구제금융을 지원받기에 앞서 자신들을 망하게 놔두면 대혼란이 불가피하다며 정부를 압박했었다고 블룸버그가 보도한 바 있다.

문제는 이처럼 AIG가 독불장군식 행태를 보이고 있음에도 이를 마땅히 제재할 장치가 없다는 점이다. 미 당국이나 여론이 AIG에 강한 불만을 표하고 있지만 법적으로 AIG를 처벌할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미 정부는 최근 결정된 300억달러의 추가 구제금융 제공계획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 AIG를 압박하기 위한 조치다.

오바마 미 대통령은 AIG의 성과급 지급 강행에 대해 "이는 돈의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 가치의 문제"라며 몰염치함을 질타한 바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말은 현재 미국의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애초에 '근본적 가치'를 따졌다면 리먼브라더스처럼 파산절차를 밟아야 마땅했던 '대마불사' AIG를 '돈의 문제' 때문에 살릴 수밖에 없었던 미국이 결국 스스로 제 발목을 잡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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