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인사'하려 공기관 지정하나?
'낙하산인사'하려 공기관 지정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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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선현 기자]한동안 시장에 '뜨거운 감자'였던 한국거래소(전 한국증권선물거래소)가 결국 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 이에 대해 시장 관계자들은 '동북아 금융허브 건설'에 역행하는 처사라며 비난의 수위를 더해가고 있다.

이번 거래소의 공공기관 지정으로 관계자들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점은 '국제경쟁력' 약화다. 매년마다 정부의 경영평가를 받아야 하는 거래소 경영진으로서는 국제경쟁력 확보를 위한 장기적인 투자보다는 예산절감을 통한 경영효율화에 중점을 둔 소극적인 조직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거래 시스템의 수출 및 해외거래소와의 연계 차질로 제반 사업이 위축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또, 거래소 노사가 공공기관 지정이 취소될 때까지 대정부 투쟁 입장을 보이고 있어 당분간 사업 진행에 대한 기대감을 갖기도 어려운게 사실이다.

여기에 외국 거래소들이 동북아 금융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합종연횡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거래소가 이같은 내홍을 겪고 있는 소식이 전해진다면 우리의 국제적 위상도 격하 될 것이다. 실제로 파이낸셜타임스 등 해외 언론에서는 "한국거래소는 슬로바키아와 같은 수준"이라며 곱지 않은 시각을 보내고 있다.

금융당국이 독점을 문제 삼는 것도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외국 거래소들은 지금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수ㆍ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우고 있다. 실제로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등의 거래소가 '유로넥스트'로 합병 했으며 지난해 4월 뉴욕증권거래소는 유로넥스트와 합병했다.

물론, 거래소의 방만경영을 더이상 용인할 수 없다는 정부의 입장도 이해는 간다. 고임금, 저효율, 독점적 수익구조로 그동안 거래소는 꾸준히 시장의 비난을 사왔고 정부는 이를 바로잡을 의무가 있으니 제 할 일을 했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러나 거래소는 이를 해결할 만한 기업공개(IPO) 카드를 가지고 있다. 단순히 방만 경영이 문제라면 IPO를 통해 경영의 투명성을 제고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거래소는 그동안 기획재정부의 각종 요구를 착실히(?) 준비 온 터라 정부의 승인만 떨어지면 바로 상장이 가능했다. 시간상의 제약도 없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이정환 이사장에 대해 벌써부터 사퇴 외압을 넣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거래소 이사장 직의 경우 경영평가를 통해 해임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현재로선 정부가 이 이사장을 해임할 수는 없다. 또, 공공기관 지정 직후 이사장직을 교체하면  '명분없는 인사'로 비난을 살게 뻔하니 스스로 물러나길 바라고 있다는 것이다.

새 이사장 유력 후보로는 기획재정부 차관 출신 K씨가 거론되고 있다. 그는 재경부 경제협력국장 정책홍보관리실장 등을 역임한 바 있지만 금융정책국 라인과는 거리가 멀다. 정부가 거래소를 자신들의 손아귀에 넣고 '비전문가'들의 명분 없는 낙하산 인사 등을 통해 시장을 통제하겠다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MB정부는 출범 초부터 '동북아 금융허브'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여 왔었다. 물론, 시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경우 '관치'가 불가피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번 거래소 공공기관 지정은 아무런 실익도, 명분도 없을뿐더러 자본시장법을 기점으로 한 정부의 자본시장 선진화 계획에도 역행하는 처사다. 초심을 잃지 않겠다던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이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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