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사장단 인사, 호남퇴출(?)·반도체 강화
삼성 사장단 인사, 호남퇴출(?)·반도체 강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계열사 부사장 인사.호남출신 배제.. 태안'물의' 중공업 승진 '파티'

[서울파이낸스 박용수 기자]삼성그룹 사장단 인사가 지난 16일 전격 단행됐다. 삼성은 18명의 사장을 2선 후퇴시키고, 25명을 자리이동하거나 내부승진시켜 사장단에 합류시켰다.

삼성은 이번 인사에서 48년 이전 출생 퇴진 등으로 세대교체를 단행했다고 밝혔지만 그룹 회장비서실 출신과 구조본 출신들이 대거 약진, 이건희 회장의 공백이 얼마나 컸는지를 보여주는 느낌을 주고 있다.

반면 전통적으로 그룹의 한축을 맡았던 엔지니어 출신의 전문경영인들은 세대교체 명분으로 대거 퇴진됐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애니콜 신화를 일군 스타급 CEO였던 이기태(48년생) 삼성전자 부회장이 퇴진했고, 자진사퇴형식으로 '황의 법칙'으로 유명세를 탔던 황창규 사장도 물러났다. 특히 이기태 부회장은 최근 조폭동원 폭력사건에 아들이 구설수에 오른 점이 오점을 남겼다.

◆사장단 호남출신 퇴출...김용철 효과?

또 다른 특징은 그룹 사장단에 호남출신이 완전 배제됐다는 점이다. 호남출신 CEO였던 배정충 삼성생명 부회장과 고홍식 삼성석유화학 사장은 각각 세대교체와 실적부진으로 물갈이 대상이 됐다.

그러나 각 계열사에서 발표한 17명의 부사장 승진 대상자 중에서 호남 출신이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아 호남출신 김용철 전 삼성그룹 법무팀장의 삼성비자금 파문이 삼성에 얼마나 큰 충격을 줬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부회장단도 변화가 생겼다. 사장급에 불과했던 삼성물산과 삼성중공업에 부회장직이 신설됐다. 이는 향후 삼성전자와 금융계열사에 이어 그룹내 물산-중공업의 비중이 한층 높아졌다는 의미다.  

그러나 삼성은 충남 태안기름유출 사고를 낸 삼성중공업 경영진 모두를 한단계 승진조치를 취한 점은 사회적 여론을 감안하지 않은 부적절한 인사행태로 꼽힐 전망이다. 그룹은 김징완 사장과 배석용 부사장은 각각 한계단에 올려 부회장과 사장으로 영전시켰고, 태안기름유출 사건 해결사로 나선 김서윤 전무도 부사장으로 껑충 뛰었다. 지난해와 올해 뛰어난 매출실적이 이들의 과오를 덮어준 셈이다.
 
또 삼성유화 등 그룹내 화학계열사 4사의 대표이사는 전원교체를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화학계열사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실적이 크게 떨어졌다. 경기불황이라는 불가항력적인 사정은 고려대상이 되지 못했다.

삼성의 화학계열사들은 비서실 출신의 그룹내 금융사출신들이 대거 자리를 옮겨, 눈길을 끌었다. 이건희 회장 장녀 이부진씨가 대주주인 삼성유화는 회장비서실과 삼성경제연구소 출신 윤순봉씨가 맡았고,  삼성토탈 역시 삼성카드 사장을 역임했던 유석렬씨가, 삼성생명과 삼성증권 사장을 역임한 배호원씨가 삼성정밀화학에 합류했다. 삼성BP화학은 내부승진한 박오규 부사장이 전임 이해진 사장의 뒤를 이었다.


◆비서실 출신 약진...왜 48년 이전 출생인가?

삼성은 세대교체 대상자로 48년생 이전 출생 사장을 물갈이 대상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46년생인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은 윤종용-이기태 등 전임 부회장과 같은 엔지니어출신의 최고경영자 자리를 이어갔고, 회장 비서실 출신의 이상대(47년생) 삼성물산 사장과 삼성그룹 구조조정위원회 위원인 김징완(46년생) 삼성중공업 사장이 새로 부회장단에 합류하는 등 단 세사람만 살아남았다. 48년 이전 출신인 박노빈 삼성에버랜드 사장,  허태학 삼성유화 사장 등은 18명의 사장들은 퇴진하거나 상담역으로 2선 후퇴했다. 박노빈과 허태학사장은 이건희 회장의 장남 이재용 전무의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에 연루돼 재판을 받아왔다. 

48년생인 이기태 부회장은 살아남지 못했다. 삼성 휴대폰을 세계적인 명품으로 키운 이기태 부회장은 윤종용 부회장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각광받았지만, 삼성은 휴대폰 전문가보다 반도체에 잔뼈가 굵을 이윤우 부회장을 낙점함으로써 향후 사업의 무게중심축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새롭게 합류한 부회장단은 엔지니어 출신의 이윤우 부회장을 제외한 이상대-김징완 부회장은 회장비서실과 그룹 구조조정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어 이전 이건희 회장 가신그룹과 전문경영진간 균형이 깨졌다는 평이다.

또 25명의 신임사장단의 특징은 그룹 비서실 출신만 10명이 전진 배치됐고, 여전히 제일모직 경리과 등 그룹 재무회계통들이 대거 사장단에 올라섰다는 점이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