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지주 매트릭스, 시기상조?
하나지주 매트릭스, 시기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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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 1년도 안돼 매트릭스 '손질'
시너지 창출 효과에 대한 의문 '여전'
[서울파이낸스 안보람 기자] 지난 3월 자본시장 통합법 도입에 대비해 야심차게 매트릭스 체제를 도입한 하나금융지주가 1년도 채 안돼 매트릭스 체제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최근 하나지주 조직개편을 통해 지난 3월 이래 유지해 왔던 매트릭스 체제를 일부 조정했다. 가계영업그룹에서 소매영업 그룹으로 이름을 바꾸고, 기업영업그룹 소속의 중소기업금융본부를 소매그룹으로 넘긴 것. 기업그룹에 속했던 퇴직연금본부 역시 소매그룹으로 이관키로 했다.

하나지주 관계자는 "국내 중소기업 영업의 은행거래는 예대업무에 국한된 경우가 많다"며 "기업금융이긴 하지만 중기영업에서 파생되는 소매영업의 기회를 놓치는 일이 발생해 이번 조치가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영업그룹은 일반적으로 IPO(기업공개)나 M&A(인수·합병) 등 굵직굵직한 내용을 다루기 때문에 손이 덜가는게 사실인데 반해 중소기업 관련 상품들은 정형화 돼 있어 소매영업에서 관리하는 것이 맞다는 판단이 이번 조직개편의 근간이 된 것이다.

매트릭스(matrix) 조직이란 지휘명령 계통을 종축과 횡축으로 분리해 이원적 관리에 의해 활동하는 조직으로 모든 직능별 업무라는 종축의 구조에 제품별 또는 활동별 영역의 횡축을 첨가한 형태를 말한다. 이는 기능별 조직구조와 프로젝트 조직구조의 결함을 보완하는 동시에 각각의 장점을 살리려는 시도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하나지주의 경우 개인금융과 기업금융, 자산관리의 3개 비즈니스유닛(BU)과 지원 기능을 맡는 1개 코퍼레이트 센터(Corporate Center)로 구성되는 매트릭스를 꾸려왔다. 또 3개 BU 부회장과 코퍼레이트센터 사장은 서로 다른 사람에게 결재를 맡기지 않고 각 분야에서 인사권과 예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대신 정보는 서로 공유하면서 자회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번 윤교중 부회장의 퇴진도 이 매트릭스 체제와 관련이 있다. 윤교중 부회장이 기업금융BU의 총괄 책임자이기 때문에 이번 키코사태에 따른 하나지주의 손실에 대한 책임을 떠안게 된 것이다. 하나은행 김정태 행장의 경우 개인금융BU의 총괄이므로 이번 사태의 책임론을 언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 금융업계의 분석이다.

하지만 이런 매트릭스 체제는 도입 당시부터 '과연 우리나라에 적합할 것인가'를 놓고 논란이 있어왔다. 보수적인 조직문화가 상존해 있는 국내 금융계 풍토를 감안할 때 원활한 의사소통 통로의 구축없이는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충고도 이어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매트릭스 시스템은 시티은행이나 JP모건과 같은 메가뱅크에서 신속한 의사결정과 집행력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라며 "동네 슈퍼규모에서 백화점식 영업이 가능할지는 지켜볼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하나지주가 매트릭스 체제를 도입한 것은 시너지 창출이 그 목표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효성에 의문을 품게 된다"며 "최근 하나지주의 조직개편은 기존의 체제로 돌아가는 게 아니냐는 인상을 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 관계자는 "이번 조직개편으로 큰 틀을 바꾼 것은 아니다"라며 "체제정비를 한지 1년이 되지 않아 효과를 논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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