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레일에 오르려면
희망의 레일에 오르려면
  • 홍승희
  • 승인 2003.12.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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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도 잘 된다는데, 생산도 는다는데 도무지 경기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고 아우성이다. 내년엔 잘 될거라고도 하지만 ‘과연 그럴까’하는 비아냥도 따라 다닌다. 마치 저주에라도 걸린 듯하다.

통상적으로는 경기가 침체되면 소비를 진작시키고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시켜 경기상승을 견인해낸다고 알고 또 그렇게 대처해왔다. 그러나 이미 그 카드들은 다 사용해봤고 그 결과로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더 이상 같은 카드를 쓸 수 없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그런데도 경제관료들은 여전히 과거의 공식에 대한 집착을 다 떨쳐버리지는 못한 듯하다. 고속성장을 하던 시절의 방법이 더 이상 먹혀들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미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경제가 여전히 정치적 논리에 의해 휘둘리고 있다는 오해를 자초하는 짓이다.

지금 정치권은 누가 뭐라해도 혁명적 변화에 돌입한 듯하고 그런 변화에 찬`반 논리가 양극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언론은 연일 천지개벽하는 듯 충격적인 뉴스들을 쏟아내지만 그런 와중에 설사 심각한 대립과 갈등이 일더라도 서민들이 먹고사는 문제에 직접적 타격을 가하지는 않는다.

허나 경제문제에 있어서는 그런 급격한 변화가 초래할 결과가 결코 간단치 않다. 고속성장시대가 갑자기 저속성장으로 바뀌는 과정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정치적 논리로 무리하게 감속을 저지하려던 무모한 시도가 외환위기를 초래했고 그로 인해 사회전체가 몸서리를 쳤다. 그리고 그 후유증은 아직 제대로 극복되지 못했다. 비록 IMF구제금융은 모두 상환함으로써 경제적 신탁통치 상태는 벗어났지만 빠른 시간내에 숫자상의 원상회복을 시킨 결과로 장기간 요양치료가 필요한 경제구조를 지니게 된 셈이다.

큰 병 끝에 유동식을 먹으며 체력을 길러야 할 경제구조가 된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성장 드라이브를 걸고싶어 안달이 난 각 경제주체들의 공통된 염원은 오늘날 지표상 성장과 체감경기 불황이라는 괴리를 만들어냈다. 우리 모두가 너무 조급했다.

그 결과 한국경제의 성장잠재력이 있느니 없느니 말들이 나오고 빈민층이 6백만이니 7백만이니 하며 요란스럽다. 한국경제의 생산성이 경쟁국들에 비해 형편없이 낮아지고 있다고 아우성이지만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급격히 늘기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기업들은 그동안 임금인상에 반대하기 위해 생산성 저하의 책임을 고스란히 노동자들의 책임으로 돌리는데만 급급했을 뿐 진정으로 생산성 향상을 위해 할 몫은 외면해왔다. 그리고 그 결과는 한국경제의 성장잠재력을 갉아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그렇다고 지금 성장잠재력이 한국은행이 주장하듯 그렇게 형편없는 것인지는 더 따져봐야 할 일이다. 한국은행의 지적이 옳다면 참으로 암담하다. 그러나 불가불안을 동반하지 않는데 대뜸 성장잠재력이 없다고 나서는 한국은행의 결론은 지나친 호들갑이라는 반론도 있고 보면 좀 더 면밀한 관찰을 해봐야 할 일인 듯 싶다. 지난 몇 년간 세계경제가 디플레이션 압력을 견뎌내야 했는데 내년에 갑자기 인플레 압력이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인지를 생각해보면 반론이 지닌 무게도 그리 간단한 것은 아닌 듯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사회에는 무언지 절망감을 확산시키는 어두운 기운이 너무 강하게 번져가는 듯하다. 물론 높은 실업률, 그로 인해 좀체 살아니지 않는 소비심리, 더욱 벌어져가는 빈부격차 등 전망을 어둡게 하는 여러 부정적 요소들이 많지만 그렇다고 한국경제가 그토록 절망적인 것이라고 보는 것은 너무 성급한 게 아닌가.

현재의 한국경제를 어둡게만 전망하는 이들이 내거는 논리가 뒤집어보면 전망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원인일 수도 있다. 기존 경제 패러다임에 집착해 현실을 현실로서 보기보다는 논리에 현실을 끼워 맞추려는 무망한 노력을 하며 뜻대로 안된다고 저주를 퍼붓고 있는 것은 아닌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우리에겐 어쨌든 희망이 필요하고 그 희망의 불꽃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어떤 기존 학설과 논리보다도 현실적인 생존문제에 관심을 집중해야 옳다. 절망은 대체로 현실에서 한발 떼어 관념을 향하는 순간부터 다가오는 것일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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