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LG카드, 예정된(?) 산업은행 行
<데스크 칼럼>LG카드, 예정된(?) 산업은행 行
  • 이양우
  • 승인 2003.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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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카드 처리 문제가 연말연시 금융권 최고의 이슈로 부각돼 있다.

카드 문제의 본질에 대한 논란이 1년내내 끊이지 않은 가운데 지난 12월 23일 입찰마감까지 투자의향서를 제출 한 은행이 한 곳도 없어 LG카드처리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가 싶더니 2일 정부당국의 직간접 개입에도 불구 채권단 공동관리마저 성사시키지 못하고 결국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에 떠안기는 식의 미봉책으로 결론이 날 조짐이다.

이를 계기로 올 한해 우리 금융시장을 뒤흔든 카드문제를 다시한번 뒤돌아 보자.
흔히, 카드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카드사들의 과도한 영업확장이나 무분별한 경쟁 등 부실한 경영이 도마에 오른다. 그리고는 외상 좋아하는 국민성이 그 뒤를 따른다.
그러나, 그 보다는 정책의 실패에 가깝다는게 기자의 생각이다.
제도적 허점이 없었다면 위에 열거한 두 가지 이유는 설득력을 상실한다.
결국 제도적으로 이를 차단했어야할 일이지 카드사들의 양심에 호소할 일이 아니다. 더우기 카드사용을 정책적으로 조장해 놓고 국민성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복잡한 감독기준이나 데이터를 동원할 필요도 없다.
모든 것을 차치하고 수신기능이 없는 영업구조를 갖고 있는, 그래서 여신전문업체로 분류되는 카드사들의 자산이 수십조원에 이르도록 방치한 것 자체가 잘못이다. 그야말로 원시적인 제도적 허점이 아니고 무엇인가.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부실화의 원인이 아니라 부실화된 카드사의 처리과정이다.
이제는 거의 LG카드 한 회사의 문제로 축약됐지만 카드사문제는 사실상 지난 봄 한 차례 홍역을 치른적이 있고, 당시엔 카드채가 핵심고리인 카드업종 전체의 문제였다.
당시 해결책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지만 결국 정부는 미봉책을 동원했다.
모든 카드사가 살아날 때까지 채권금융기관들이 그 부담을 떠안고 있으라는게 해법의 골자였다.
그 과정에서 관료들은 말을 잘 듣지 않으려는 은행장들을 불러 놓고 카드채 만기연장 규모가 할당된 노란봉투를 돌리는 희대의 해프닝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리고는 카드채문제는 재발하지 않을 것임은 물론 한발 더 나아가 하반기부터는 카드사들이 흑자로 돌아설 수도 있다는 가증스러울 정도의 막말을 떠벌이기도 했다.
그런데, 어떻게 됐는가. 과연 그렇게 됐는가.

이런 가운데 다시 터진 카드문제에 대해 대다수 언론은 도대체 LG카드가 누구의 수중으로 넘어갈 것인가에만 촉각을 곤두세웠다.
현상을 좇아야하는 기자들의 입장에서는 어쩔수 없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정책적 실패, 신용카드 사용권장을 통한 경기부양과 같은 거시적 정책의 실패는 차치하고 단순히 부실화된 카드사 처리과정만을 놓고 보자.
지난 봄 카드채문제에 대해 너무 안일하게 대응한 책임은 어디로 간지 없고, 당시와 똑같은 방식으로 일을 무마하려는 행태만 반복됐다.
노란봉투대신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을 활용한 리모트 컨트롤로 그 방식이 다소 진화했을 뿐이다.
지난해 12월말 시중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LG그룹과 채권단간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이른바 4개항의 합의서(채권은행의 출자전환및 추가자금지원건 포함)에 대해 이렇게 불만을 토로했다.
도대체 누가 합의를 했단 말인가
감독당국과 우리은행말고 누가 합의를 했단 말인가하고 말이다.
LG카드처리 과정이 어떻게 진행됐는지를 간접적이지만 가장 호소력있게 대변해 주는 한 대목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은행은 LG카드지원에 나서기 어려운 은행의 처지를 소명자료 형식으로 금융당국에 제출하기도 했다.
황당한 것은 합의사항은 이미 기정사실로 돼 버려 더 이상 관심사항도 아니고 오로지 누가 LG카드와 증권을 매입할 것인가에 대해서만 온갖 추측성보도가 흘러나오는 시점에서 이런 하소연을 들어야 했다는 사실이다.

결국, LG카드의 종착역이 산업은행으로 귀결된 현시점에서 보면 합의됐다던 당국의 주장과 일부언론의 보도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고 말았다.

과거를 한 번 돌이켜 보자
온 나라를 부도위기로 까지 몰고갔던 이른바 IMF사태가 발생했을 당시 그 원인을 놓고 많은 사람들은 정부관료의 무능을 탓하면서 도대체 학자들은 뭘했단 말인가란 말을 덧붙이는 것을 잊지 않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런데 IMF사태 몇 년후 필자가 우연히 만난 한 경제학자(현직 국립대 총장)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그런 소리 마시오, 그래도 학자들이 있으니까 이 나라가 이정도는 되는 것 아닙니까. 너무도 당당하게.
당시 필자는 그 말이 그 학자의 명성에 걸맞지 않는 실언(?)쯤으로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오늘 상황에서는 또 다른 생각을 갖게 된다.
LG카드처리가 채권단공동관리로 가닥을 잡고 진통을 거듭할 지난해말 당시 일부 언론의 보도는 마치 LG카드의 해결책은 결론이 이미 난듯한 인상을 줬었다.

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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