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공사 설립까지 '산넘어 산'
한국투자공사 설립까지 '산넘어 산'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1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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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구성 투명성 확보 등 난제 산적

‘국민의 정부’가 IT를 국가 성장동력으로 삼은 반면 ‘참여정부’는 금융을 선택했다. ‘중국충격’에 따라 제조업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인 금융을 집중 육성, 법률•회계•컨설팅 뿐만 아니라 제조업 등 실물부문에까지 원활한 선순환 구조를 확립한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오는 2012년까지 우리나라를 동북아지역 특화금융허브(Niche Financial Hub)로 발전시키고, 2020년경에는 아시아 3대 금융허브로 도약한다는 전략을 짰다. 이 전략의 핵심 추진은 2005년 설립될 한국투자공사(KIC)가 맡을 예정이다.

그러나 한국투자공사의 설립 및 운용과 관련, 관련 기관별로 여전히 이견이 존재해 향후 진통이 예상된다.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와 재경부는 초기 외환보유액 중 한국은행 관리분과 외평기금을 모아 200억달러로 KIC를 출범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향후 금액을 늘려 1천억달러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200억달러 구성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11월말 기준 1천503억달러 외환보유액 가운데 한은 관리분(전체 84% 1천269억달러)에 대해 한은이 위탁을 원하는 반면, 재경부는 예탁을 원하고 있다. 위탁의 경우 한은의 운용기준과 감시에 따라 필요시 즉시 현금화할 수 있어 외환보유액에 포함되지만, 예탁은 KIC가 완전히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어 외환보유액에 포함될 수 없다는 게 한은의 주장이다.

일단 KIC의 벤치마킹 대상인 싱가포르 GIC가 위탁으로 운용되고 있는 점을 감안, 재경부가 위탁쪽으로 한 발 양보해 양 기관 갈등은 봉합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금 모집과 관련, 아직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재경부는 자금 확충 부분에서 국내 연•기금 참여에 크게 기댔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게 됐다. 지난 9일 국회는 기금관리기본법 개정안 중 연기금의 주식과 부동산투자를 전면 허용하는 조항을 삭제시키고 통과시켰다. 연•기금의 자산운용체계와 전문성을 향상시키는 게 우선이라며 전면허용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것.

재경부는 연•기금 규모가 2010년 300조원을 넘어서고 2020년에는 500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며 연•기금의 KIC 자금 참여를 크게 기대했다. 그러나 기금법이 반쪽 통과되면서 참여가 불투명하게 됐다.

KIC의 인적 구성을 어떻게 할 것인지도 논란거리다. 금융권에서는 예금보험공사 설립 때처럼 재경부 출신 인사들이 KIC를 장악할 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재경부는 한은, 재경부, 민간 전문위원이 참여하는 경영평가위원회가 KIC의 운영을 잘 평가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외국 사례에서도 자금 운용에 관해서는 철저히 비밀로 부치고 있어 위원회의 활동에 제약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위원회는 국회나 감사원에도 경영 사항을 비공개로만 공개할 것으로 알려져 투명성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

이에 대해 재경부 최중경 국제금융국장은 “KIC에는 재경부를 포함, 공무원은 단 한 명도 가지 않게 될 것”이라며 KIC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강조했다. 또한 최 국장은 “KIC 투자본부장도 국적불문하고 공개경쟁으로 선임할 계획”이라며 “외국인 CIO가 선임될 확률이 높다”고 밝혔다.

자금 운용은 펀드매니저등 전문가에게 위임하고 더 나아가 상당부분 외부 투자은행들에게 아웃소싱해 투자공사 인원은 20∼40명 안팎에 불과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싱가폴 GIC의 경우 거래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인 것으로 파악돼 문제의 소지는 남아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싱가폴 GIC는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히지만 너무 상업적으로 운영돼 거래 및 운용은 철저하게 비밀로 부쳐진다”며 “투명성 부분에서 다소 문제가 있지만 우리의 경우 경영평가위원회에서 이를 잘 소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 전문가들은 KIC 설립 자체에 대해서는 대체로 적극 찬성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KIC에 세계의 경제정보가 집중되고 전문인력도 많이 배출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며 “외국계 금융기관이 한국에 직접 투자하지 않고 펀드를 외화자산에만 운용할 경우 굳이 한국에 사무실을 차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현재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 금융기관들도 아직까지 우리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증명이 안됐다”며 “외국사들이 들어왔을 때 기존 증권 및 투신사들과 공존할 것인지, 잡아먹을 것인지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금융허브로서의 공간만을 제공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문제점도 제기됐다.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금융기관 1∼2개를 육성하는 등의 전략을 세우지 못한 상황에서 금융허브를 추진할 경우 외국 금융기관들의 놀이터만 제공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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