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특감을 보는 금융계 시각> '우리는 후진국입니다'
<카드사 특감을 보는 금융계 시각> '우리는 후진국입니다'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1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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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부장관 출신 원장 자신도 감사 대상...선진국에서 전례없는 일"
강봉균 전장관이 KDI원장으로 자리 옮긴 것과 버금가는 일 비판.


감사원이 카드사 부실과 관련, 특별감사를 실시하는데 대해 금융권에서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국민의 정부 마지막 재경부장관인 전윤철 감사원장도 감사 대상에서 예외일 수 없기 때문. 일각에서는 재경부장관이었던 인사가 감사원 수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은 후진국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라며 꼬집고 있다.

감사원 카드특감과 관련, 금융계 한 고위인사는 “이번 감사 결정을 지켜보며 씁쓸한 기분을 지울 수 없다”며 “어찌됐든 전윤철 원장 또한 카드정책을 책임졌던 사람인데 스스로를 감사하겠다는 것은 불합리한 처사”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이런 상황에서 소위 몸통에 칼을 겨눌 수 있겠냐”며 “결국 가지들만 쳐내고 책임소재는 불분명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전윤철 원장은 내수진작 정책을 주도했던 진념 전 재경부장관의 후임으로 2002년 4월부터 1년 동안 국민의 정부 마지막 재경부장관을 역임했다.

금융권 또 다른 관계자는 “일본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정부를 감시하는 자리에 있던 한 명망가가 정부로부터 공직 자리를 제안받았지만 자신이 가서는 안될 자리라며 정중히 거절한 사례가 있다”며 “전윤철 원장도 거절했어야 옳은 자리”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정치권에서는 이번 감사를 두고 감사원이 정책실패에 대해 ‘물타기’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까지 보내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현 정부의 최대 정책 실패작인 카드문제에 대해 감사원이 미리 결론을 일단락지음으로써 야당의 공세를 피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 그러나 전윤철 원장은 재경부 장관 시절 카드정책과 관련, 규제쪽으로 신경을 많이 쏟아 억울한 측면도 있다.

전 원장은 재임 기간 동안 카드사 현금 대출업무 비중을 50%로 축소하고 길거리회원모집을 금지시켰다. 또한 카드대출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을 상향 조정하고, 연체율 10%를 지키지 못하면 적기시정조치를 발동시키겠다는 정책도 내놓은 바 있다. 한편, 이번 카드감사는 강봉균 전 장관이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과 비교돼 회자되고 있다.

’99년 5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재경부장관을 맡았던 강 전 장관은 주위의 강도 높은 비판에도 불구, KDI 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비판의 핵심은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고 감시해야 할 연구원이 정부 인사로 채워지면 연구원이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KDI가 비판은 고사하고 정부정책을 뒷받침하는 논리 개발에 앞장 서면 더 이상 연구원이 아니라는 것. 강 전 장관은 KDI 원장 공개모집 소견 발표장에서 자신이 원장이 되면 ‘진념 선배님과 힘을 모아 연구원을 훌륭하게 만들어 보겠노라’고 말해 주위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를 두고 금융권 한 고위 인사는 “우리가 후진국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 아니겠냐”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동북아 금융허브를 이룬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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