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재벌 vs PEF '금권 경쟁' 시작됐다
[데스크 칼럼] 재벌 vs PEF '금권 경쟁'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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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경영권을 놓고 재벌가와 금융가의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금산분리'의 대원칙에서 비켜서 있는 사모펀드(PEF)들이 제조업체들의 경영권 인수에 나서면서 고려아연 사태가 자칫 산업계와 금융계의 대립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권을 비롯한 금융투자업계는 물론, 재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최근 벌어진 고려아연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고려아연 사태를 단순한 경영권 분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산업계와 금융권의 주도권 쟁탈전으로 확대해석하고 있어서다. 

이미 조짐은 있었다. 남양유업을 한앤컴퍼니가 인수하면서 PEF들의 움직임들이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실제 고려아연 사태에 참전 중인 MBK 역시 한국타이어그룹 경영권 분쟁에도 직접적으로 관여했다. 

재계에서는 막강한 자본을 확보한 PEF들이 이제 자금줄의 역할을 넘어 기업경영에 나서려는 것으로 보고 경계하는 모습이다. 특히 금융자본이 경영권을 움직이는 미국처럼 국내에서도 PEF들이 산업계를 장악하려 한다고 우려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PEF들의 공격적인 움직임에 대해 재벌에 집중된 조직구조를 혁신하고 재무 건전성 향상을 통해 주주들에게 더 높은 이익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PEF들의 경영권 확보를 통해 더 향상된 기업경영이 가능해질 것이란 분석이다. 

애초 산업계와 PEF는 갑-을 관계에 기초한 공생구조였다. 대부분의 초기 PEF들이 대기업들의 비주력 사업 부문을 정리하거나 유동성 지원을 주요 사업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산업계의 정점에 있는 재벌그룹들이 세대교체를 통해 외형이 축소됐다. 특히 미래에 대한 대비에 나섰던 대기업들은 사세를 더욱 키웠지만, 그렇지 못한 곳은 경쟁에서 밀려났다. 

반면 PEF들은 대기업뿐 아니라 연기금과 해외투자자들까지 받아들이면서 덩치를 키웠다. 특히 창업자가 그대로 현역으로 일하면서 산업계보다 더 연륜이 쌓인 이들이 늘어났다. 이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대기업들은 몇몇 그룹들을 제외하고 규모가 더 작아졌고, PEF는 투자자금을 흡수하며 덩치를 키웠다. 결국 이 격차로 인해 PEF이 직접 기업을 인수해야겠다는 인식이 생겼고, '고려아연 사태'가 트리거가 된 것이다. 

그래서 재계는 이번 고려아연 사태의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당장 재계와 PEF의 주도권 경쟁은 시작됐지만,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결과에 따라 기업들의 경영권을 노리는 PEF들이 더 빠른 속도로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우려되는 점은 '미래'다. 재벌과 PEF들이 협력관계였던 과거에는 '미래'를 위해 손을 잡았다. 하지만 이제는 각자의 '사익추구' 미래만을 위해 견제와 경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확고한 경영권과 세습구조를 원하는 재벌과 더 많은 이익과 더 높은 배당을 원하는 PEF의 분쟁이 빈번해지면 결국 대한민국 산업의 미래가 불투명해질 것이 분명해서다. 

자칫 자신들의 명분이 옳다고 싸우다 외세의 무너졌던 구한말의 사례처럼 전후 70년간 어렵게 쌓아 올린 대한민국 경제의 기틀이 흔들릴까 우려된다. 

서종열 산업1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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