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은행의 강력한 공세에도···"유지 급급해선 발전도 없어"
[서울파이낸스 (베트남) 신민호 기자] "관건은 저원가성 예금의 확보입니다. 현지 파트너들과 함께 펌뱅킹(기업 인터넷뱅킹)과 가상계좌 등에 공을 들이고 있으며, 내년부터 가시적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진선 KB국민은행 호치민 지점장이 밝힌 올해 핵심 전략이다. 대출자산 확대를 위해선 낮은 비용으로 많은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핵심인데, 정기예금과 같은 리테일 부문에선 현지은행과 법인 전환한 외국계 은행들과 경쟁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펌뱅킹 등 기업금융서비스를 구축해 요구불예금 등의 저원가성 예금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조달전략을 선회했으며, 그 성과가 곧 나타날 것이란 설명이다.
김 지점장은 "베트남 진출은 후발주자지만, 펌뱅킹과 가상계좌 부문에선 오히려 우리가 선두주자"라며 "현재 2~3개 업체와 진행 중인데, 여기서 성과가 나면서 저원가성 예금이 쌓이면 향후 수익성도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전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007년 호치민에 사무소를 개설 후, 지난 2011년 인가를 획득해 지점으로 전환했다. 이어 2019년에는 하노이 지점을 개설해 현재 2개 지점을 확보했다. 기업금융을 중심으로 지점 설립 이후 매년 두자릿수대의 성장세를 이어 가고 있다.
다만 지난해 호치민 지점장으로 발령받은 김 지점장은 생각보다 어려운 여건에 다소 당황했다고 소회했다. 김 지점장은 "호치민은 경공업 중심의 수출업체가 중심인데, 글로벌 경기 악화로 현재까지 기업경기가 좋지 못하다. 실제 국가 성장률도 8%대에서 5%대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현지 은행들과의 경쟁에 있어 애로점 역시 토로했다. 그는 "로컬은행들이 당국 압박 속 공격적으로 3~4%대 낮은 달러 금리를 제시하다보니, 지난해 대기업 달러 대출자산이 대거 이탈했다"며 "조달금리 측면에서 상대가 되지 않으니 한국계 은행들의 어려움이 커진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김 지점장은 "한국과 동일한 규정을 적용해선 한계가 있다"며 시스템 측면의 현지화를 강조했다. 현재 호치민 지점의 경우 보유자산 70%가량이 모기업 연대보증을 통한 대출로 구성돼, 규정과 지침 측면에서 본점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그는 "베트남의 신용등급이 낮다보니, 현지에서 좋게 평가한 기업이라도 좋은 조건으로 대출해주기 어렵다. 인력뿐만 아니라 현지 사정에 맞게 시스템을 뜯어 고쳐야 한다"며 "본점이 해외 지점들을 지원하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지만, 국내의 제도나 규정 지침만 고수해선 로컬은행과 경쟁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지점의 한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현재 베트남은 신용기관법에 따라 동일인과 동일그룹에 대한 신용공여한도가 각 14%, 23%로 정해져, 단일 지점으론 거액의 여신 취급이 불가능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지점의 추가 설립이나 법인 전환이 필요하지만, 현지 당국이 몇년째 외국계 은행에 지점 설립 인가나 법인 라이선스를 내주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지점장은 "지점을 확대해 리테일까지 영역을 확장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며 "실제 태국이나 일본계 은행의 경우 지점을 100~200명 수준으로 운영하는 곳이 많다. 유지에 급급하면 발전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파생상품거래를 통한 포트폴리오 확대도 준비 중이다. 그는 "연말까지 시스템을 구축해 본격적으로 선물환을 할 예정"이라며 "베트남뿐 아니라 싱가포르나 홍콩 등의 지점과 연계하면 수수료 부문의 이익이 유의미하게 날 것 같다"고 언급했다.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다소 부정적으로 말한 감은 있지만, 경기사이클 측면에서 추후 베트남 경기가 좋아질 여지는 충분하다"며 "금리와 함께 조달금리도 하락하면서, 경쟁력도 점점 올라오고 있다. 경기만 좋아지면 수익성도 자연스레 개선될 것"이라고 전했다.
끝으로 김 지점장은 "여지껏 영업환경이 좋았다고 느낀 적은 없었다. 항상 위기라 생각하고 노력하니 결과가 좋았던 것"이라며 "지난 2년간 힘든 부분이 있었지만 이젠 고비라고 생각한다. 반드시 좋은 시기는 올 것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