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정치보다 경제가 더 걱정
[홍승희 칼럼] 정치보다 경제가 더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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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왔다는 소식에 잠시나마 감사한 마음에 기뻐했지만 여전히 정치권은 납득하기 어려운 정부로 인해 어수선하고 그보다 더 심각한 민생의 고통은 우리 사회 전반에 우울함을 던진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작가의 작품들이 품고 있는 힘, 즉 우리 사회가 잃어가고 있는 '공감'의 힘을 되살려주길 바라지만 엉망진창이 되어가는 경제 실적에도 뻔뻔하기만 한 정부의 각종 발표들을 보면 과연 집권자나 기득권 세력들에게 그런 공감 능력을 기대할 수 있을지 절망하게 된다.

역대급 재정적자가 지속되지만 그런 실책을 덮기 위해서인지 정부는 추경 편성마저 거부하곤 어처구니없게도 외화평형기금을 끌어다 쓰고 민간의 저축인 우체국 보험에도 손을 대며 억지를 이어가고 있다. 정책들마다 부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방향으로만 치닫고 국제기구들조차 위험을 경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를 더 키워가기에 골몰하고 있다.

투기성 짙은 좀비건설업체들을 구제하기 위해 주택 매입에 주춤하는 서민들에게 계속 집을 사라고 유혹하면서도 말로는 부동산 가격 안정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빈곤계층 지원에는 인색하고 서민경제의 가장 큰 축인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매출을 일으키기 위한 소비 진작책은 외면한 채 대출로 버티라며 빚 늘릴 방안만 내놓는다.

경제관료들, 특히 기획재정부는 기본적으로 거시적 지표 외에는 관심이 없고 그 목표를 위해서는 대기업 위주 정책에 올인한다. 이런 특성은 계획경제 시절부터 학습돼 온 엘리트 관료주의와 맞물리며 새로 출범하는 정부들마다 길들이기를 시도한다.

그나마 정치가 사회적 정의를 지향할 때는 이런 경제관료들의 지향에 약하게나마 제동이 걸리지만 이번 정부 들어서는 그런 브레이크가 사라진 듯하다. 현 정부들어 국유재산들의 대대적인 처분이 소리 소문 없이 진행되고 있지만 워낙 소란스러운 일들이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탐사취재가 사라진 언론 환경까지 맞물리며 드러나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조용히 처분한 국유재산들 대부분은 몇몇 건설업체나 대기업들에게 쏠릴 것이고 국민들은 가만 앉아서 자신들이 공유하던 재산을 잃고 있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민생의 안전판 역할을 맡아야 할 공기업들도 어떻게든 민영화하기 위한 편법들이 추진되는 것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나온다.

오죽하면 반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의료대란도 병원의 공공성을 훼손시켜 민영화시키고 나아가 의료보험까지 민영화시키기 위한 작전이 아니냐는 의심이 일어나겠는가. 의료보험 민영화의 폐해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미국의 사례가 모범답안이라 여기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의 시발은 법인세 감면이었다. 법인세가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그로 인한 세수 결손은 처음부터 예정된 일이었음에도 정부는 볍인세 감면으로 기업활동이 왕성해지면 실제로는 세수가 늘어날 수 있다는 궤변을 늘어놨었다. 그러나 기업의 성적표는 법인세 감면으로 나아졌다는 증거를 내놓지 못했다.

오히려 엔데믹으로 다른 나라들이 회복하는 속도보다 한국은 한발 늦게 따라가며 수출은 더더욱 처지고 있다. 미`중 갈등 와중에도 미국은 중국에 팔아먹을 만큼 팔아먹고 있고 다른 나라들도 어떻게든 시장을 지키기 위해 물밑에서는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에 비해 한국은 갈등 상황에서 미국의 전위로 나서며 중국 시장을 사실상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다못해 미국이 동북아에서 가장 신뢰하는 일본조차 중국과의 거래를 이어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데 비해 한국만 홀로 중국이 미국 진영의 약한 고리로 여기고 휘두르는 몽둥이를 고스란히 맞는 형국이 돼버렸다.

그 덕에 경제는 실질적으로 나아지는 게 없지만 지난해 죽을 쑤다가 기저효과로 조금 반등하나 싶으면 풍악부터 울린다. 한국이 전위로 나선다고 미국이 대접을 해주는 것도 아니고 한국이 조금 할 만 하다 싶은 사업 아이템들을 훑어가기에 급급한데 그 미국이 원한다고 일본 가랑이 밑을 기는 것조차 마다하지 않는 정부가 그 결과로 경제까지 진창으로 빠트리고 있다.

수십 년 각고의 노력 끝에 그나마 세계가 돌아보는 위치에 올라선 한국 경제를 잠시 잠깐 침체시키는 것을 넘어 시스템 자체까지 무너트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을 멈출 수 없다. 현 정부들어 한국의 대외신용도도 뚝 떨어져서 외채를 발행하려 해도 스프레드 금리가 너무 높아진 상태라고 한다. 이는 정부가 아니라 당장 기업들의 외자조달에서부터 부담이 될 수 있다.

북한만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되는 게 아니라는 새로운 발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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