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이서영 기자] 좋은 이별이란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영풍과 고려아연의 경영권 갈등은 지난해부터 계속됐고, 올해 들어 두 회사는 결판을 내기 위한 '쩐의 전쟁'을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고려아연이 2조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해 자사주를 소각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는 이전에 삼성물산이 1조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발표한 것보다 훨씬 큰 액수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지분 확보가 어려워져, 우호 지분을 확보할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
이에 맞선 영풍과 MBK파트너스 연합도 5000억원 가량의 자사주를 소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러한 자사주 매입·소각이 일반 주주들을 위해 자발적으로 이뤄지기보다는, 경영진이 위기에 처했을 때만 촉발된다는 사실이다.
현재 고려아연의 자사주 소각은 단순히 주주 환원을 위한 목적만으로는 해석하기 어렵다. 자사주를 매입하면 유통 주식 수가 줄어들고,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확보할 수 있는 지분이 줄어들기 때문에, 경영권 방어를 위한 측면도 분명 존재한다.
영풍과 MBK파트너스 연합의 딴지가 없었다면 우리는 고려아연의 대규모 자사주 소각 계획은 보기 어려웠을 것이다.
자사주 소각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한 국내 증시에서 중요하게 필요시됐던 수단이다. 금융당국의 밸류업 관련 발표 이전에도, 자사주 소각을 필수적으로 시행한 기업에 세제 혜택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실제로 한국거래소는 밸류업 지수 편입 기준으로 2년 연속 배당 또는 자사주 소각을 내세웠다.
최근 들어 금융당국의 밸류업 정책으로 자사주 소각이 늘어났다고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족하다는 느끼는 것이 현실이다. 경영권 분쟁과 같은 불확실성이 있어야만, 개인 투자자들이 어부지리로 단기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