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제2의 키코사태 막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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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ihkong@seoulfn.com>키코(KIKO) 계약을 체결한 중소기업들이 최근 환율급등으로 아우성이다. 수출기업이고 수입업체고 할것 없이 온종일 환율만 쳐다보는 게 일이라고 한다. 이번주 들어 안정세를 보이는가 했던 외환시장이 또다시 크게 출렁거리자 중소기업들의 속도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몇푼 안되는 수수료 수입 때문에 'KIKO판매 대리점'을 자처하고 나섰던 은행들 역시 '불완전 판매'를 이유로 부메랑을 맞고 있다.
기본적으로 환헤지 상품은 환율변동 위험을 최소화해 안정적인 수익창출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그러나 KIKO는 환율이 약정 상한선을 넘어설 경우 중소기업은 계약액의 2~3배에 달하는 손해를 입게 된다. '투기상품'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다.  

투기상품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정황상 증거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우선 KIKO 계약의 체결이 집중된 시점이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직후인 지난해말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말에는 글로벌 금융시장이 다소 안정세를 찾긴 했지만 여전히 잠재불안을 안고 있는 시기였다. KIKO의 평균 약정 기간이 1~3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금융불안에 노출될 수 있는 시기에 집중적으로 판매됐다는 얘기다.

또 하나의 증거는 KIKO로 수익을 낸 곳이 상품을 판매했던 국내 금융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수조원에 달하는 중소기업들의 피해액은 고스란히 미국의 투자은행(IB)인 메릴린치와 리먼브러더스, 그리고 씨티은행 등에 흘러들어갔다.

특히 메릴린치와 리먼브러더스는 각종 변종 파생상품을 만들며 전세계 금융시장을 위기로 몰고간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KIKO라는 파생상품을 통해 국내 기업들도 이들 금융사의 '덫'에 걸린 셈이다.

그렇다고 이번 KIKO 사태를 해외 금융사 탓으로 돌릴 수만은 없는 것도 사실이다. 어떤 상품인지도 모르고 팔아온 국내 은행들과 어떤 리스크가 있는지 모르고 환차익만 바라보고 계약을 체결한 중소기업들의 과오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중소기업에 막대한 손실을 입힌 미국 IB들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글로벌 금융산업이 과거로 회귀하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도 새로운 파생상품은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으며, 상품구조 또한 더욱 복잡해지고 정교해질 것이다.

미국을 지켜보고 있는 우리는 '덜 개방된 금융시장 덕택에...'라는 안도감에 안주하고 있는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최소한 우리가 그들의 IB를 알아야 제2 그리고 제3의 KIKO 사태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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