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준비가 다가온 가운데, 배추값이 화제다. 한포기에 만원 가까이 하는데 SNS에서는 2만원 가까이 한다는 배추도 인증사진으로 오른다. 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전날 기준 배추 소매가격은 포기당 9662원으로 전년(6193원)보다 56.01%, 평년(7217원) 대비 33.88% 올랐다.
김치를 내세우는 한 곰탕 식당은 겉절이로 대신했다며 사장님이 손님에게 미안함을 표한다.
이례적으로 길었던 고온에 여름 배추 생육이 부진해 생산이 줄었고, 가을배추가 본격 출하되는 11월 초까지는 공급량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정부도 문제의 심각함을 인식하고 배추 공급 확대에 나섰다. 중국산 수입에 나서, 지난주 초도물량 16t(톤)을 들여온 데 이어 이번 주까지 모두 100t을 수입하고 앞으로 매주 200t씩 다음 달까지 모두 1100t을 들여올 계획이다(가정용 제외).
일각에선 여름 폭염과 호우로 인한 작황 문제로 일시적이고 다가오는 김장철엔 괜찮을 것이란 분석도 내놓지만 좀더 다른 시각에서도 이 사태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서울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은 올해 여름 폭염을 기억하며 태풍 장마가 드물었던 점 의아해 하고 있다.
기후변화가 사람의 의식주 중 먹는 것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는 좀더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서울파이낸스는 올 상반기 2024 서울파이낸스 포럼을 국제 콘퍼런스 형식으로 열면서 이 주제를 살펴본 바 있다.
태국 등 동남아 경우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을 우리보다 인식하는 곳이다. 태국 중앙은행 차이탓 지로팟 박사는 "지구의 기후는 전례없는 속도로 지난 몇 십년간 변화해왔고 그로 인한 거시경제학적 임팩트가 굉장히 컸는데, 특히 고온지대, 고온기후 국가, 개발도상국에서 더 타격이 컸다"며 "태국도 굉장히 고온기후의 국가고 기후에 취약한 산업인 농업의 비중이 높아 경제적 측면에서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지로팟 박사는 이상기온에 따른 홍수, 가뭄 등 물리적 리스크가 태국 생산성과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거시경제적 영향을 살펴보고자 연구를 진행, 실제 농산물 등의 공급·수요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결과를 확인했다.
지로팟 박사는 "기후변화는 생산량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는데 대부분 공급망에서 공급 쇼크로 나타났고 장기화되면서 수요 측면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농업과 관광업, 빈곤지역이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도 했다.
더욱이 이상기후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과 물가관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이상기후가 근원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지속적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수립하는데 어려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기후변화가 쌀 등 농작물에 영향을 줘 가격 폭등을 일으키는 사태에 대해 미리 대비책을 세워둬야 한다. 아울러 기후변화 대응은 농식품부 등 특정 부처만의 대응만으로는 안된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배추보다는 기후변화에 대해 더 주목해야 한다. 달을 보라는데 손가락을 봐서야.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