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년 된 서울 아파트도···재건축 마냥 좋을까
92년 된 서울 아파트도···재건축 마냥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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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아파트 46.9% 준공 후 20년 넘어
'패스트트랙' 통과로 사업 착수 빨라져
25일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
25일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정부가 지난 '1.10' 대책에서 발표한 '재건축 패스트트랙' 법안이 8개월여 만에 여·야 합의로 통과됐다. 이번 법안 통과로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아파트를 지은지 30년이 넘었다면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않더라도 재건축 착수가 가능해진다.

우리나라 아파트의 평균 수명은 30년에서 40년 사이로 추산된다. 그러나 대부분 이 기간이 도래하기 전 '노후 주택'으로 분류되고 재건축 또는 리모델링 사업을 위한 물밑작업이 시작된다. 철근 콘크리트로 만든 것치곤 수명이 생각보다 길지 않다.

아파트 재건축은 꼭 '낡아서' 하는 것만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아파트의 수명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해 볼 수 있다. '물리적 수명', '사회·기능·경제적 수명', '법적 수명'이다.

실제 아파트의 물리적 수명은 30~40년 이상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로 알려진 서울 서대문구의 '충정아파트(40세대)'는 1932년 준공돼 올해 92년 차로 여전히 사람이 거주하고 있다. 더욱이 현재 재건축 추진 중인 1980~90년대에 지어진 아파트들은 이보다 더 현대식 기술과 자재들로 지어졌기 때문에 수명은 훨씬 길다고 건설사들은 설명한다.

그러나 건물이 아무리 튼튼하더라도 경제·사회의 급격한 발전과 생활양식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건축물의 효용이 현저하게 떨어져 '기능적 수명'을 다할 수 있다. 예를들어 1990년대까지 지어진 아파트들은 주차장을 지금과 달리 외부에 만들었기 때문에 입주민들의 불편함을 초래한다. 또 지상 공간이 없는 만큼 요즘 아파트처럼 단지 내 공원이나 커뮤니티 시설도 조성돼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또 아파트 외관과 달리 내부는 각종 설비와 배관, 난방 기관 등이 설치돼 있는데, 이 기관들이 고장나면 고치기를 반복하다 결국 노후 건축물을 그대로 뒀을 때 얻는 이익보다 나가는 비용이 더 많이 발생한다면 건축물의 '경제적 수명'도 끝난다. 결국 재건축을 하기 위한 대지 지분에 대한 가치만 유효하게 되는 셈이다. 이를 명시화하기 위해서 우리나라 '법인세법 시행규칙'에서는 아파트와 같이 철근콘크리트로 만들어진 건축물의 내용연수(효용이 지속되는 기간)을 40년으로 규정한다. 즉, 세법상 40년 동안만 고정 유형자산으로서 가치가 있다는 의미다.

우리나라는 전체 주택의 3분의 2가 아파트일 정도로 많은 인구가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고, 그간 재건축 사업이 부를 축적할 수 있는 수단이 때문에 여전히 재건축에 대한 수요는 높은 편이다.

통계청의 인구주택 총 조사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아파트 1263만2000호 가운데, 준공한지 30년 이상된 아파트는 213만9000호, 20년 이상 30년 미만 아파트는 378만9000호다. 노후가 시작된 20년 이상 아파트가 전체의 46.9%를 차지한다. 이를 우리나라 아파트 평균 수명에 적용하면 앞으로 10~20년 안에 현존아파트 아파트 다섯 중 둘, 수치적으론 500만호를 허물고 다시 지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상식적으로 이 많은 아파트를 한꺼번에 부수고 재건축을 진행하는 것은 어렵다. 똑같은 나이어도 건강한 사람이 있고, 성인병에 걸린 사람이 있듯이 아파트 역시 준공 연수와 관계없이 개별적인 상태가 다르다. 따라서 아파트도 개개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검사를 진행한다. 보통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오래 사용하기 위해 받는 검사인 '시설물 안전점검'이고, 하나는 낡아서 부숴도 된다는 허가를 받기 위한 '재건축 안전진단'이다.

시설물의 물리적·기능적 결함이나 성능 저하만을 점검하는 시설물 안전점검과 달리 재건축 안전진단은 도시 미관, 가구당 주차 대수, 일조 환경, 소방 활동 용의성, 재건축 비용 분석 등 다양한 항목을 평가해 등급을 결정한다. 검사 결과 D등급은 조건부 재건축, E등급 이하면 바로 재건축 추진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번 재건축 패스트트랙 법안 통과로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아파트를 지은지 30년이 넘었다면 이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않더라도 재건축 착수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관건은 재건축의 사업성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과거와 달리 '재건축 불패' 시장이 아니어서다. 최근 몇 년 간 치솟은 공사비는 고스란히 재건축 조합원의 분담금, 분양가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이에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갈등도 늘어나는 추세다.

공사비를 낮추려면 일반분양 물량을 늘려야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과거 재건축 호황기와 달리 현재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들은 기존 용적률이 150~200%에 달하는 중층 아파트가 대부분이어서 시행·시공사가 수익을 낼 수 있는 일반분양 가구 수 자체가 별로 없다. 사업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한 정비업계 전문가는 "그간 민간에게 재건축 사업은 개인 재산 증식으로 이어졌고, 정부 역시 경기 부양 수단으로 재건축 사업을 이용해 온 면이 있어 우리나라 아파트 수명이 단축된 것"이라며 "자원낭비 차원에서 보자면 아파트 안전진단에 문제가 없다면 최대한 오래 사용하는 게 가장 바람직 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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