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연준 빅컷에 10월 금리인하 기대 커졌지만···한은 딜레마는?
[초점] 연준 빅컷에 10월 금리인하 기대 커졌지만···한은 딜레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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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정책금리 50bp↓···연내 50bp 추가 인하 시사
집값·가계부채 증가세 vs 내수부진 우려 확대
한은, 연내 25bp 인하 유력···"내년 상반기 인하 지속"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기준금리 결정을 한달 가량 앞둔 한국은행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빅컷(50bp)'으로 연내 금리 인하 결정에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섣부른 정책 전환이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는 주택가격과 가계부채를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커지고 있어서다.

현재 시장에서는 점증하는 내수부진 우려를 근거로 금통위가 연내 금리를 인하하되 '베이비컷(25bp 인하)'에 그칠 것이며, 내년 상반기 추가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미 연준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통해 정책금리를 기존 5.25~5.5%에서 4.75~5%로 0.5%포인트(p) 인하했다. 이는 지난 2020년 3월 이후 4년 6개월 만의 금리인하다.

이뿐만 아니라 점도표를 통해 올해 최종금리 전망치(중간값)를 5.1%에서 4.4%로, 내년 전망치를 4.1%에서 3.4%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해당 경로대로면 연내 0.5%p의 추가 인하가 유력하다.

해당 결정에 대해 시장의 평가는 다소 엇갈리지만, 글로벌 주요국의 '피봇(정책선회)'이 본격화됐다는 점에는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이날 한은 역시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통해 주요국 통화정책 흐름이 아닌 국내 여건에 맞춰 통화정책을 운용할 여력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가계부채 증가세 VS 내수부진 우려···"인하 불가피"

현재 시장의 눈은 한은 금통위의 금리인하 여부에 쏠렸다. 10월 금통위를 한달 가량 앞둔 가운데 이번 미 연준의 빅컷 결정으로 금리인하 여지가 커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은이 금리인하에 나설 경우 천정부지로 급증하는 가계부채를 또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이 한달새 9조3000억원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견인한 것은 8조2000억원이나 급증한 주담대로, 2004년 관련 통계를 집계 이래 최대 상승폭이자 1년 5개월째 증가세다.

금통위 한 위원은 8월 의사록에서 "더딘 내수 회복세에도 수도권 중심의 주택가격 상승과 가계대출 증가세 확대 등으로 금융 불균형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통화정책 기조 전환이 금융안정에 미칠 영향을 좀 더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총재 역시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한은이 금리를 급히 낮추거나 유동성을 과잉 공급해 부동산 가격 상승 심리를 자극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반대로 내수부진 등을 우려해 금리인하가 불가피하다는 진단도 나온다. 지난 2분기 국내 경제성장률은 -0.2%를 기록, 1년 6개월 만에 역성장을 기록했다. 이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예상 이상의 수출 호조가 나타난 가운데, 민간소비와 투자 부문의 부진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난달 초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0개월 연속 '내수부진' 진단을 내리며 "경기와 물가 상황에 맞춰 금리가 조정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금융 안정이 강조되다 보니 금리인하 늦어졌다"고 지적했다. 또한 "아직 늦지 않았다"고 언급하며, 8월 금통위에서의 금리인하를 간접적으로 권고한 바 있다.

당정 역시 금리인하 결정을 권고하고 있다. 특히 대통령실은 금통위가 13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한 직후 "내수진작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다"고 언급키도 했다. 중앙은행 고유의 영역인 기준금리 결정에 대해 정부가 부정적 평가를 내린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달 기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를 기록, 한은의 목표치에 부합했다. 근원물가도 2.1%까지 둔화됐다. 이 때문에 지난 금통위 당시 이창용 한은 총재는 "물가 수준만 보면 금리 인하 여건이 조성됐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시장 전망은 '연내 25bp 인하, 내년 상반기 50bp 인하'

시장에서는 연준의 빅컷 결정으로, 한은 금통위 역시 연내 금리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가 잔존했지만 미국 통화긴축에 의한 강달러 압력이 해소된 데다, 통화정책 결정의 추가 물가에서 경기로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가계부채 역시 둔화세가 예상된다. 이날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관계기관 합동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통해 "주택거래 증가세가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서 주택담보대출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증가했지만, 9월부터 시행된 정책 효과 등이 가시화되면서 상승폭이 둔화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시장 관계자들은 한은의 금리인하 시점을 10월로 보고 있으며, 내년 상반기까지 2차례(50bp)의 추가 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진성 흥국증권 연구원은 "물가가 안정화된 가운데, 경기가 부진하면서 금리인하 필요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가계부채가 증가하고 있지만, 금융 불안정성이 커진 상황은 아니다. 성장률 둔화 추이에 따라 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가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내수경기가 좋지 못한 데다, 수출 증가세마저 둔화될 조짐이 나타났기 때문에 인하 필요성이 대두되는 것"이라며 "가계 부채 증가세가 어느 정도 둔화된다는 전제 하에 내년 상반기까지 분기당 한번 정도의 인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금리인하 시점을 11월로 전망했다. 그는 "정부는 가계대출 상승폭의 둔화를 장담했지만, 10월 금통위 시점까지 정책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가 많지 않다"며 "부동산과 가계부채에 대한 한은의 경계심과 미 대선 등을 고려하면, 인하시점은 빨라야 11월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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