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산업재해(산재) 사망률 1위다. 이중에서도 최다 사고율을 기록하는 산업군은 단연 건설업이다. 실제 건설현장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근로자 사망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산재사고 1위'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건설사들이 사업장 내 안전 사고를 막기 위한 각종 시스템과 인프라 구축에 발벗고 나섰음에도 말이다. 이에 서울파이낸스는 2회에 걸쳐 건설현장에서 반복되는 산재 발생 현황과 그 원인을 산업 구조적으로 분석하고 주요 건설사들이 시행하는 안전 관리 대책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지난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전후로 건설사들은 사업장 내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방법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안전교육과 전담 조직 권한 강화는 물론, 로봇과 인공지능(AI) 등 스마트 기술을 현장에 접목하는 등 안전 관리 시스템 및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뿐만 아니라 안전 문화 정착을 위한 작업중지권‧안전신문고 등 다양한 제도 도입과 캠페인 활동은 물론, 근로자 스스로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한 현금 포인트를 제공하는 곳도 있다.
현대건설과 DL이앤씨는 근로자가 스스로 사고 예방에 기여하고 위험 상황을 직접 신고하거나 안전 관련 개선점을 제안하는 안전신문고에 대한 자발적 참여를 높이기 위해 현금처럼 사용 가능한 포인트를 지급하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
최근 DL이앤씨는 근로자가 안전 활동에 대한 보상을 즉각적으로 체감할 수 있도록 'D-세이프코인(D-Safe Coin)' 제도를 도입했다. D-세이프코인은 안전 관련 신고를 하거나 개선점을 제안한 현장 근로자에게 하루 최대 5000포인트(1포인트=1원)를 지급하는 사내 인센티브 제도다. 포인트는 카카오페이머니로 전환해 쇼핑몰‧카페‧편의점 등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DL이앤씨는 D-세이프코인 시행에 따라 근로자가 직접 현장 위험요소를 제보·건의하는 안전신문고 시스템도 전면 개편했다. 사용자 편의에 초점을 맞추고, 직관성을 높이기 위해 화면 구성을 단순화했으며, 제보는 물론 처리 결과 역시 동일 플랫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앞서 2022년 업계 최초로 'H-안전지갑' 제도를 시행한 현대건설의 경우 현장 고용환경 변화 대비와 근로자 안전보건정보 전산화 등 효과를 거두고 있다. H-안전지갑 제도는 근로자 스스로가 안전을 지켰을 때 또는 동료를 지키는 행위를 했을 때 안전 포인트를 지급하는 인센티브 제도다.
적립된 포인트는 1대 1비율로 네이버페이 포인트 전환이 가능하다. 단 작업중 사고가 발생하거나 불안전한 행동을 할 경우 기존 포인트가 초기화 된다. 회사에 따르면 해당 제도 시행 이후 안전신문고 실적은 월평균 850건으로 시행 전보다 54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현장 내 내국인이 줄고 외국인 비중이 늘어난 만큼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현장 안전 보건 교육과 소통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먼저 GS건설은 현장 근로자의 약 50%를 차지하는 외국인들의 안전의식을 고취하고 의사소통 부족으로 인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국적별 자국어로 정기적인 안전보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 외국인을 포함한 신규 근로자들의 기본 안전의식을 확인하기 위해 안전보건 교육을 마친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QR코드를 활용한 이해도 평가를 실시한다.
평가는 한국어, 영어, 중국어, 베트남어 등 다양한 언어로 응시가 가능하며, 평가 결과에서 70점 이상을 획득한 근로자들만 작업에 투입하고 있다. 70점 미만인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재교육 및 재평가를 실시하는 등 안전지침을 확실하게 이해하고 있는 근로자들만 현장에 투입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외국인 근로자의 안전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전 현장을 대상으로 전문 통역사를 동행한 안전교육을 주기적으로 진행 중이다. 지난해부터 전사적 차원에서 골조공사 진행현장 중 고위험 공종을 대상으로 전문 통역사와 직접 방문해 중국, 베트남, 태국, 카자흐스탄 등 약 2000여명의 내·외국인을 대상으로 전문 통역 안전교육을 진행한 바 있다. 올해는 이에 더해 옥상 조형물 작업, 밀폐공간 등의 마감공종 등 고위험작업까지 교육영역을 확대했다.
이와 함께 작업 공정에서도 외국인 근로자 안전을 위해 전 현장 명예 통역관을 지정하고 아침 TBM 및 신규·정기·특별교육 시 동시통역이 진행되도록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국가별 더빙·번역 교재를 배포하는 등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 외국인 근로자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한 편지쓰기 공모방식으로 감성안전 경진대회를 열기도 했다. 경진대회를 통해 작업 중 위험했던 경험들과 아차사고 사례들을 바탕으로 개선점을 발굴하고 안전하게 고국으로 돌아가기 위한 안전작업의 다짐과 고국의 가족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서로 공유해 자발적인 안전문화 정착 및 안전의식 고취에 나섰다.
대우건설은 외국인 근로자용 안전보건교육을 위한 다국어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고, 현장에 배포했다. 현장의 업무 효율성은 물론, 외국인 근로자의 안전보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취지다. 기존 영어, 번역 프로그램, 통역 등을 통해 교육해왔는데, 베트남어․카자흐스탄어․우즈베키스탄어 등 생소한 언어로는 상세한 교육이 힘들었다.
대우건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 채용 인원 상위 10개국을 선별해 해당 국가의 언어들과 영어로 신규 채용자에 대한 안내사항과 필수 안전수칙에 관한 영상을 제작했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교육에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자사의 캐릭터 모델인 '정대우 과장'과 다양한 이미지 및 영상자료를 활용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특히, 건설사들은 현장 안전 관리 시스템‧인프라 구축에 분주하다. 먼저 삼성물산 건설부문(삼성물산)은 2021년말부터 안전보건조직에 인사‧평가‧예산 등 독립적 권한을 부여하는 한편 시공‧안전전문가로 구성된 안전점검단 확대 개편 및 안전보건자문위원회 운영 등을 안전조직을 강화해 왔다. 현장 내 위험요인 즉시 조치 및 실천 자율성 확보를 위해 법정 안전관리비 외 현장소장 재량 하에 추가 비용 투입이 가능한 '안전강화비'도 도입했다.
특히 현장 근로자가 위험요인 발굴에 주체가 되도록 통상의 업계 수준을 넘는 '작업중지권 전면 보장'을 통해 근로자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고 있다. 권리 활용에 따른 불이익 금지, 신고채널‧긴급조치팀 운영 등에 따라 근로자 주체의 사전적‧참여형 활동으로 정착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이 밖에 △실시간 현장 모니터링을 위한 안전상황실 구축 △설계 단계에서부터 리스크를 제거하는 '디자인 포 세이프티(Design for Safety)' 활동 △충돌방지시스템‧드론‧로봇 등 스마트 안전기술 고도화 등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근로자 작업중지권 강화 및 작업열외권 시행, 전사 안전보건 회의 운영 등과 함께 전담 관리본부를 통한 안전평가제도 도입을 통해 안전관리 시스템을 고도화했다. 회사는 또 △안전문화체험관 구축 및 교육 확대 △공종별(곤돌라, 가설벤트 등) 중대재해 재발방지 대책을 바탕으로 CCTV 설치, 위험성평가 반영 △현장 내 바디캠 착용 확대 △인공지능(AI) 기반 무인 안전 서비스 로봇 ‘스팟’ 활용 등을 운영 중이다.
올해 GS건설은 안전‧보건‧건설장비‧기술안전과 관련된 디지털 교육 시스템 '안전보건교육자료 통합플랫폼'을 선보였다. 특히 실제 공사현장을 3D 입체 스캔한 가상학습공간을 운영하며 안전보건교육 분야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을 가속화하는 모습이다. 또 화재‧연기‧위험지역에 근로자가 접근하면 이를 감지하고 알려주는 지능형 CCTV를 포함해 건설장비 어라운드 뷰(Around view) 충돌방지시스템, 이동식 복합공기측정기, 웹캠 등 IT 안전 장치를 운영하고 있다. 현장 안전 점검을 위해 안전 수준을 녹색‧황색‧적색의 평가 기준으로 차등 관리하는 안전신호등 제도도 시행 중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안전관리부문 디지털 전환(DX)의 강화를 위해 도입한 'I-SAFETY 2.0'을 전 현장에 적용 중이다. 이는 안전·보건 스마트 통합플랫폼으로서 위험성평가, 작업계획서, 사전작업허가서, 안전교육 등의 안전관리 시스템 업무와 CCTV 통합관제, 출입관리, 밀폐공간 관리 등 스마트 장비의 관리를 통합한 전산화 프로그램이다.
I-SAFETY는 PC는 물론 모바일까지 연동해 사용할 수 있어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받지 않고 고위험 공종의 효율적인 스마트 안전관리가 가능하다. 이 밖에 고정형 CCTV와 이동형 CCTV를 고위험 작업 구간에 배치해 CCTV 통합관제센터를 설치하고 추락사고 예방을 위한 웨어러블 에어백, 지능형 영상감지 카메라, 360도 Around View 등 스마트 안전장비를 활용해 일상적 안전관리에도 집중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본사에 AI시스템을 연계한 통합 영상관제시스템 '안전상황센터'를 운영 중이다. 특히 롯데건설은 롯데정보통신과 개발한 '위험성평가 AI시스템'을 활용해 분석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난이도가 높은 현장을 선별하고, 중점적으로 모니터링한다. 뿐만 아니라, 태풍 및 지진 등 기상 특보시에도 현장 대응상태를 확인하며 비상상황을 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