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불안, 소비제약 부작용···규제강화, 인하기대 차단 시급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최근 수도권 부동산을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급증한 가운데, 막대한 가계부채가 향후 금융·경기 변동성을 확대시키고 소비를 제약할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이에 금리인하 시기를 지연시키면서, 건전성 규제를 강화하는 등의 정책조합을 통한 대응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2일 한국은행은 '9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진단했다. 최근 수도권 주택가격이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소득과 사용가치 등의 괴리가 확대된 가운데, 가계부채비율이 현재의 높은 수준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명목 주택가격은 2021년 고점의 90%를 회복했으며, 특히 서초구 등 일부지역은 이미 전고점을 웃돈 상태다. 주택시장 위험지수도 '고평가' 단계에서 재상승하고 있다.
이 같은 주택가격 오름세는 가계대출 수요를 자극했다. 2022년 이후 GDP대비 가계부채비율은 완만히 낮아지고 있지만, 1분기 기준 92.1%로 OECD 31개국 중 4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OECD 평균(60.1%)도 크게 웃돌고 있다.
특히 지난 5월 이후 가파른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속될 경우 해당 비율이 다시 높아질 것으로 추산된다. 실제 전일 공개된 '8월 중 금융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5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8월 한달에만 9조3000억원이나 급증한 상태다.
문제는 높은 가계부채 수준이 금융·경제에 미칠 영향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택가격과 건물 투자 간 연계성이 낮고, 가계부채비율이 높아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경기진작 효과가 제한적이다.
반면 주택가격과 소득 등 펀더멘털과의 괴리가 커질 경우 향후 조정 과정에서 금융·경기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일례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조정과정에서 저축은행 사태가 발생했고,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는 부동산 PF를 중심으로 금융시장 불안이 촉발된 바 있다.
이뿐만 아니라 높은 가계부채비율은 소비를 제약하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를 제약하는 원리금상환비율(DSR) 임계치가 47% 수준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해당 수준을 상회하는 가계 비중이 2013년 5.1%에서 2023년 12.2%로 크게 늘어난 상태다.
이 때문에 국제결제은행(BIS) 역시 최근 발표한 정례 보고서를 통해 지나친 가계부채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을 제약한다고 진단한 바 있다.
BIS는 우리나라의 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222.7%, 작년말 BIS 기준)이 기준치(100%)를 두배 넘게 상회하고 있는 가운데, 상환·이자 등의 부담이 커져 성장력을 저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건설·부동산업에 대출 쏠림이 나타나며, 생산성도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문제는 향후 수도권 주택가격과 가계대출의 불안이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다. 거시건전성 규제의 효과가 불확실한 가운데 수급불균형 우려가 상존하면서 수도권 주택시장 과열이 내년 이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 때문에 한은은 주택시장과 가계부채 안정을 위해 적절한 정책조합(Policy mix)을 통한 대응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은 관계자는 "통화정책 측면에서는 주택가격과 가계부채가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 향후 금리인하 시기와 속도 등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이러한 방향성을 경제주체들에게 명확히 전달해 과도한 금리인하 기대가 형성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거시건전성 규제 등의 측면도 강조했다. 그는 "주택공급 확대와 거시건전성 규제 강화 효과를 점검하면서, 필요시 추가 강화 조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