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한 주'···나스닥 주간 낙폭 2년 만에 최대
관심 '금리→경기' 이동···월러 발언 '결정적 찬물'
[서울파이낸스 이서영 기자] 미국의 고용 지표 둔화에 대한 실망감으로 뉴욕증시가 일제히 급락 마감했다.
애매한 고용지표가 공개되면서 극심한 변동성을 보인 하루였다.
8월 비농업 고용 증가폭이 예상치를 밑돌았지만 실업률과 임금상승은 안정적으로 나오면서 7월 '고용쇼크'보다는 상황이 나아졌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면서 혼조세로 출발했다.
하지만 연방준비제도(연준)의 2인자로 꼽히는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가 '빅컷'(50bp인하)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3대 지수는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월러 발언이 시장이 모르는 경기 침체 가능성을 내포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R의 공포)을 키워 투자심리에 찬물을 끼얹었기 때문이다.
6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410.34포인트(1.01%) 하락한 4만345.41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위주의 S&P500지수는 94.99포인트(1.73%) 떨어진 5408.42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436.83포인트(2.55%) 급락한 1만6690.83에 각각 장을 마감했다.
주간 기준으로 올해 들어 '최악의 한 주'를 보냈다.
주간 기준 다우는 2.9% 하락했다. S&P500은 4.3% 떨어져 지난해 3월 이후 1년 반 만에 최대폭을 기록했다.
나스닥의 낙폭은 5.8%로 2022년 이후 최대폭이다.
이날 시장은 시장 참여자들이 고대했던 8월 고용 보고서가 나왔지만 월러 연준 이사의 발언에 더 크게 반응하며 출렁였다.
혼재된 고용 보고서를 접한 장 초반, 시장은 뚜렸한 방향성 없이 혼조세로 출발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8월 비농업일자리는 전월 대비 14만2000개 늘었다. 이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16만1000개를 밑돈다. 지난 12개월간 평균 증가폭 20만2000개보다도 큰폭으로 줄어들었다.
6~7월 일자리 증가폭도 수정됐다.
6월 비농업 일자리 증가폭은 17만9000개에서 11만8000개로, 7월은 11만4000개에서 8만9000개로 하향 조정됐다. 두 달간 수정된 감소폭은 8만6000개에 달한다.
하지만 긍정적인 요소도 적지 않았다.
실업률은 4.2%로, 7월(4.3%)보다 0.1%포인트 떨어졌다. 5개월 만의 하락 전환이자 시장 전망치 4.2%에도 부합했다.
실업자 중 일시 해고된 사람수는 87만2000명으로 19만 명이 줄었다. 27주 이상 일자리가 없는 장기 실업자수는 150만명으로 거의 변동이 없었다. 경제활동 참가율도 62.7%로 비슷했다.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월대비 0.4% 올라 월가 추정치 0.3%를 웃돌았다.
7월 실업률이 4.3%까지 치솟고 급격한 고용침체 우려가 고조됐던 것에 비하면, 8월 보고서 내용은 이 보다는 전반적으로 나아진 것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하지만 대표적 매파인사인 월러 이사가 9월 '빅컷' 가능성을 열어두는 발언을 하면서 시장 분위기는 급변했다.
그는 25bp, 50bp 등 구체적인 인하폭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치 2%로 완화됨에 따라 고용시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연준이 공격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사실상 50bp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
월러의 이같은 발언은 고용지표에 대한 시장의 해석보다 비관적인 것으로, 경기 침체 우려를 자극했다.
이후 시장의 관심이 '금리'에서 '경기'로 이동하는 양상이 보다 뚜렷해지면서 지수도 급락세를 이어갔다.
미국 국채 금리는 큰 폭으로 떨어졌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1bp가량 하락한 3.72%대에서 움직였다. 지난해 6월 이후 최저치다.
정책 금리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9bp가량 급락한 3.65%대에서 거래됐다.
이로써 2년여간 지속됐던 장단기 금리 역전현상이 해소됐다.
기술주 약세 속에 M7 종목은 엔비디아(-4.09%), 테슬라(-8.45%), 아마존(-3.65%), 메타(-3.21%), 알파벳A(-4.02%), 마이크로소프트(-1.64%), 애플(-0.7%) 등 모두 하락했다.
전날 유럽과 중국에서 내년 1분기 중에 완전자율주행(FSD)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로 5% 가까이 급등했던 테슬라는 전날 상승분에 더해 추가로 반납했다.
AI(인공지능) 대장주 엔비디아도 하루 만에 다시 급락세로 돌아섰다.
브로드컴 분기 실적이 기대했던 것만큼 밝지 않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다.
오는 9일 아이폰 16 공개 행사를 앞둔 애플은 낙폭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브로드컴(-10.36%), 퀄컴(-3.37%), AMD(-3.65%) 등 반도체주들은 동반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