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셀러 원작···'웬즈데이' 이니드 역 배우 주연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한국의 시청자들은 넷플릭스 공개 예정작의 정보를 얻기 위해 넷플릭스코리아의 유튜브 채널과 SNS 계정을 활용한다. 이들은 다양한 신작 정보를 소개하지만, '모든' 신작 정보를 소개하진 못한다. 왜냐하면 넷플릭스는 전세계 190여개 나라에서 신작들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가 매년 늘어나는 만큼 한국 작품을 소개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그만큼 한국 작품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기가 좋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가끔은 넷플릭스코리아가 미처 소개하지 못하고 지나간 '꿀잼작'이 있다. 올해 2월 'OTT가이드'를 연재하면서 첫 기사로 '넷플릭스가 알려주지 않은 작품들'을 소개했다. 지금 소개하는 작품인 이 기사에 추가해도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다.
이 드라마의 제목은 '핍의 살인사건 안내서(a good girl's guide to murder)'다. 영국 BBC에서 제작한 드라마로 넷플릭스가 글로벌 판권을 구매해 해외에 소개하는 작품이다. 국내에서는 한국어 공식 예고편도 공개돼있지 않을 정도로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다.
총 6부작으로 이뤄진 이 드라마는 영국 어느 시골마을의 고등학생 소녀 피파(엠마 마이어스)가 졸업 소논문 주제로 지역 내 실종사건을 다시 파헤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룬다.
피파가 파헤치는 사건은 5년전 앤디라는 이름의 여고생이 실종된 사건으로 당시 남자친구였던 샐이 앤디를 살해한 범인으로 지목됐다. 지역 내 모범생이자 우등생이었던 샐은 이후 약물복용으로 숨진 채 발견됐고 주민들은 샐이 앤디를 죽이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결론짓는다.
어릴 때부터 앤디와 샐을 알고 지냈던 피파는 이 사건에 대해 늘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하던 찰나 마침 소논문의 주제로 이 사건을 다시 파헤치기 시작한다. 그러나 피파가 다시 이 사건을 파헤치자 누군가의 협박 메시지가 날아오고 주변에서 곱지 않은 시선이 전해진다. 누군가는 이 사건을 다시 끄집어내는 걸 원하지 않는 눈치다.
'핍의 살인사건 안내서'는 머리 좋은 여고생이 주인공인 정통 추리물이다. 아서 코난 도일과 애거사 크리스티의 나라인 영국에 걸맞게 추리 장르의 정통성을 잘 확보하고 있다. 10대 소녀가 주인공인데다 '졸업 소논문'에서 이야기가 시작하는 만큼 가벼운 내용으로 생각할 수 있으나 결코 가벼운 이야기는 아니다. 범죄 느와르물에 어울릴 법한 무거운 주제들이 등장하며 이야기에 묵직함을 더한다. 이 드라마는 19세 이상 관람가 등급이다.
무엇보다 하나의 사건으로 6부작 이야기를 끌고 가는 만큼 이야기의 호흡이 다소 쳐지거나 전개가 산만해질 수 있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이야기의 흐름을 잘 끌고 가면서 긴장감과 재미를 놓치지 않는다. 사건 역시 6부작에 걸맞는 복잡한 사건이며, 이를 성실하게 잘 풀어낸다.
복잡한 사건을 해결하는 추리물은 관객 역시 머리를 써야한다. 말초적인 자극이 즐비한 영화와 드라마에 익숙한 관객들은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머리를 쓰는 일을 선호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추리소설과 추리영화, 드라마는 원래 관객도 머리를 써야 하는 장르다. 이 작품은 그만큼 정통성을 잘 확보하고 있다.
이 드라마는 홀리 잭슨이 쓴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여고생 핍의 사건파일: 샐 싱 미스터리'로 출간됐다. 소설은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1위, 굿리즈 초이스 어워드 영어덜트 소설 1위, 2020년 브리티시 북 어워드 올해의 책 등에 선정되며 큰 인기를 얻었다.
주연을 맡은 엠마 마이어스는 한국 시청자들에게는 넷플릭스 '웬즈데이'의 이니드로 알려져있다. 삼성전자 갤럭시S23부터 광고모델을 맡고 있으며 세븐틴과 TXT를 좋아하는 K-팝 팬이다. 유튜브에서는 엠마 마이어스가 지미 팰런 쇼에 출연해 '세븐틴' 팀 이름의 뜻을 소개하는 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엠마 마이어스의 동생인 이사벨 마이어스 역시 배우로 활동하고 있으며 12살 때부터 한국어를 공부해 현재 수준급 한국어를 구사한다.
'핍의 살인사건 안내서'는 8월 1일 공개 직후 2주 동안 넷플릭스 영어 드라마 부문 글로벌 1위를 차지했으며 누적 시청시간은 9000만 시간에 이른다. 정통 추리물을 좋아하는 팬이라면 즐겁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