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직무대행 후 고문 추대···준감위 "정경유착 해소 의지 의문"
金 "거취 논할 단계 아냐"···한경협, 지난해 윤리위 출범 쇄신 총력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가 삼성 관계사의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회비 납부와 관련해 조건부 승인을 권고했다. 이 가운데 준감위가 조건부 승인을 권고한 배경으로 김병준 한경협 고문이 지목돼 눈길을 끌고 있다.
준감위는 26일 한경협 회비 납부와 관련해 "삼성 관계사의 자율적 판단에 맡긴다"며 "다만 한경협에 납부한 회비가 정경유착 등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사용될 경우 즉시 탈퇴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준감위는 한경협이 정경유착의 고리를 완전히 끊지 못했다고 보고 이 같이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준감위는 "현재 한경협의 정경유착 고리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 어려운 점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면서, 한경협이 이러한 우려를 제거하기 위한 절차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데 의견을 모았다"며 "다만 위원회는 그동안 한경협이 투명한 회비 집행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과 회원으로서 의무인 삼성 관계사의 회비 납부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고 밝혔다.
이찬희 준감위 위원장 역시 26일 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경협이 정경유착의 고리를 확실하게 끊을 수 있는 인적 쇄신이 됐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있다"며 "정경유착의 근본을 끊기 위해서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 위원장은 "최고 권력자와 가깝다고 평가받고 있는 분이 경제인 단체의 회장 직무대행을 했다는 점과 임기 후에도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에 한경협이 근본적으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을 의지가 있는지 회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김병준 한경협 고문을 지목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병준 고문은 2021년 11월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상임선거대책위원장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이어 지난해 2월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이 물러난 후 회장 직무대행 겸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됐다. 6개월 간 회장 직무대행을 수행한 후 같은 해 8월 류진 풍산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취임했다. 이어 김 고문은 직무대행 자리에서 물러나 현재 상근고문역으로 추대됐다.
현재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열매 중앙회 회장과 한경협 고문직을 맡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4월 사의를 표명한 후 김한길, 최중경, 원희룡 등과 함께 차기 총리 후보에 거론되기도 했다.
이찬희 위원장이 다시 한 번 직격하면서 김 고문의 거취가 도마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장은 26일 회의 직전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기 위해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준감위가 김 고문의 용퇴를 전제로 삼성 관계사의 조건부 승인을 권고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준감위는 지난해 8월 삼성의 전경련 재가입과 관련해서도 '정경유착 리스크 발생 시 즉각 탈퇴'를 전제로 관계사 자율 결정을 권고한 바 있다. 그 결과 삼성전자와 삼성SDI, 삼성생명, 삼성화재가 재가입했고 삼성증권은 재가입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한편 김 고문은 26일 한 언론매체와 통화에서 고문직 거취 여부에 대해 "내가 결정권자가 아니다"라며 "김창범 상근부회장과 얘기해보라"라고 즉답을 회피했다.
또 한경협은 지난해 10월 윤리위원회를 발족하고 대외지원사항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기로 했다. 윤리위원회는 협회의 윤리경영에 관한 사항, 회원사에게 재정적 부담을 주는 대외지원사항 등은 심도있게 검토하고 있다. 또 한경협은 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결정된 사항은 의사결정과 업무집행에 있어서 반드시 고려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위원회는 분기 1회 개최를 원칙으로 하며 검토해야 할 사안이 발생할 경우 수시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