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가 미래라더니"···현대차 등 車업계, 전기차 올인 전략 철회
"전기차가 미래라더니"···현대차 등 車업계, 전기차 올인 전략 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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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차 수익성이 전기차보다 좋아···물량 계속해서 늘릴 것"
폭스바겐그룹도 기존 전동화 전략 철회···"전기차 공장 폐쇄도 검토"
"오직 전기차 뿐"이라던 볼보도 전략 수정, 하이브리드차 투자 확대
현대차·기아 양재 본사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미래차 시장을 선도하겠다며 전기차 올인 전략을 추진했던 현대차·기아가 세계적 수요둔화 현상 탓에 전동화 전략을 대폭 수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대안으로 떠오른 하이브리드차 기술개발에도 역량을 기울여 소비자에게 더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으로 선회한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폭스바겐 등 타 업체에서도 나오고 있어서 전기차 중심의 시장 개편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최근 하이브리드차 보급 확대를 전동화 전략의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전기차 우선 전략을 펼쳤던 지난해 행보와 대조를 이룬다. 이승조 현대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25일 열린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비싼 가격, 부족한 충전 기반시설 등으로 인해 전기차 수요가 매년 줄어들고 있는 것과 달리 하이브리드차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 낮은 이산화탄소 배출량, 긴 주행거리 등을 앞세워 세계 각지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수익성도 내연기관차와 비슷한 두 자릿수로 한 자릿수인 전기차보다 더 좋다. 현대차의 강점인 유연 생산 체제를 앞세워 하이브리드차 판매 물량을 지속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우정 기아 CFO도 다음 날인 26일 열린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하이브리드차가 전기차 감소분을 메우며 기아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해당 차종 판매를 확대해 수익성을 높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기아는 올 1∼6월 세계 시장에서 40만8799대의 하이브리드차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 대비 21.2%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전기차는 20만932대를 판매, 17.0%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결과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대차·기아도 오는 4분기부터 가동에 돌입할 연산 30만대 규모의 현대차그룹메가플랜트아메리카(HMGMA)를 하이브리드차·전기차 병행생산 거점으로 바꿨다. 이 공장은 애초 전기차만 생산할 예정이었다"고 했다.

세계 시장에서 현대차·기아 못지않게 전기차 판매에 적극적이었던 폭스바겐그룹도 수요 둔화를 이유로 기존 전동화 전략을 철회했다. 배터리 사업 중단과 함께 독일에 20억유로(약 3조원) 규모의 전기차 공장을 세우려는 계획을 취소한 것이다. 그룹에서 사업전략을 총괄하고 있는 마크 스테판 부사장은 지난달 미국 경제지 포춘과 인터뷰에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기차는 그룹의 성장 동력이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자회사 아우디의 전기차 공장 폐쇄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신 세계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하이브리드차 기술개발에 더 많은 돈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폭스바겐그룹 깃발 (사진=폭스바겐그룹)
포르쉐 전기차 타이칸 (사진=포르쉐)
포르쉐 전기차 타이칸 (사진=포르쉐)

모기업의 이같은 결정에 따라 포르쉐는 2030년까지 전체 판매의 80%를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변경할 수 있다고 밝혔다. 포르쉐는 지난달 성명을 내고 "전기차 전환이 예상보다 오래 걸리고 있다. 전기차와 함께 하이브리드차, 내연기관차를 지속 개발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변경할 것"이라고 밝혔다.

람보르기니도 전기차 출시를 무기한 연기했다.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 스테판 빙켈만은 최근 미국 경제지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전기차 전환은 아직 이르다고 판단한다. 브랜드 첫 전기차 출시 시점을 2028년 이후로 미룰 것"이라고 말했다.

벤츠는 전기차 시장 수요 둔화에 따라 새 전기차 플랫폼 개발을 중단했으며, 배터리 셀 생산량도 지속 감산할 방침이다. 이 업체 최고기술책임자(CTO) 마르쿠스 쉐퍼는 지난달 영국 통신사 로이터에 "수요 둔화로 2030년까지 전체 판매의 50%를 전기차로 채우겠다는 목표 달성이 어려워졌다. 향후 10년간 하이브리드차를 비롯한 내연기관차 판매를 지속하며 시시각각 바뀌는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했다.

"전기차 외에 다른 차종을 팔지 않겠다"면서 2030년까지 100% 전기차 제조사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던 볼보도 전략 수정에 나섰다. 볼보 CEO 짐 로완은 지난달 18일(현지시간) 열린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전기차가 미래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대중화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궁극적인 목표인 탄소중립 실천을 위해 전기차와 내연기관차 간 교두보 역할을 하는 하이브리드차 기술개발에 더 많은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볼보는 모회사 지리차의 플랫폼을 활용해 새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테슬라는 업계의 이런 움직임에 "시장이 과거로 후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업체 CEO 일론 머스크는 지난달 23일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주요 업체가 하이브리드차가 더 돈이 된다면서 전기차 생산을 줄이고 있는데, 이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올바른 전략이 아니다"며 "궁극적으로 전기차가 시장을 지배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테슬라는 전년 동기 대비 4.8% 줄어든 44만4000대를 판매한 탓에 3.3%포인트 하락한 영업이익률 6.3%를 거뒀다고 밝혔다.

테슬라 기가팩토리 텍사스 내부 (사진=테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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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2024-08-06 19:43:09
전기차 망했네요. 미래가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