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 증가세 3년 전 '판박이'···고강도 규제 나오나
가계빚 증가세 3년 전 '판박이'···고강도 규제 나오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대 銀, 7월 가계빚 7.2조↑···'연간 2%' 목표치 초과
"정량적 관리 부적절" 신중한 당국···DSR 내실화 속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5대 은행에서 한 달 만에 가계대출이 7조원 넘게 불어나는 등 증가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과거 시장에 큰 혼란을 불러왔던 '대출 총량규제'에는 금융당국도 부정적인 입장이지만, 최근 대출이 늘어나는 흐름을 보면 과거 총량규제 시행 직전의 상황과 유사하다는 분석이다. 금리 인상으로는 대출 증가세를 막기 역부족이어서 당국 차원의 고강도 조치가 나올지 주목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가계대출 잔액 합산은 715조7383억원으로 전월보다 7조1660억원 늘었다. 증가폭은 총량규제 시행 직전인 지난 2021년 4월(9조2266억원) 이후 3년3개월 만에 최대치다.

가계대출 급증세를 견인한 것은 주택담보대출로 5대 은행에서만 한 달 새 7조5975억원 증가했다. 2014년 은행들이 월별 대출잔액을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최대 증가폭이다.

가계대출이 급증하면서 5대 은행 모두 연초 세웠던 연간 가계대출 목표치(1.5~2.0%)를 훌쩍 넘겼다. 잔액 기준으로 지난해 말부터 올해 7월까지 가계대출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국민은행이다. 이 기간 국민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4.71%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도 4.02% 늘어 높은 증가세를 보였고 하나은행은 3.39%를 기록했다.

우리은행과 농협은행도 목표치를 초과했지만 다른 은행들과 비교하면 2%대 수준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같은 기간 농협은행의 증가율은 2.33%, 우리은행은 2.09%를 각각 기록했다.

앞서 5대 금융지주는 올해 초 금융당국에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을 1.5~2% 수준으로 관리하겠다고 보고한 바 있다. 2% 증가율을 기준으로 했을 때 현재까지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초과분은 1362억~4조5085억원이다. 초과분 만큼 잔액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 회복세에 대출 수요가 덩달아 증가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대출관리는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가계대출 증가 속도를 둔화시키기 위해 은행들이 앞다퉈 대출금리를 인상하고 있지만 대출 수요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지난달 두세 차례씩 금리를 올린 은행들은 이달에도 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다.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의 경우 창구를 통한 주담대 갈아타기를 한시적으로 중단하고 다주택자에 대한 추가 주담대를 금지하는 등 보다 강도 높은 대출제한 조치들을 도입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부채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금융당국 차원의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당국도 현재 가계부채와 관련한 '컨틴전시 플랜(비상 대응)'을 마련하고 있다.

그동안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둔화시키기 위해 시행한 조치 중 가장 강력한 조치는 '총량규제'다. 지난 2021년 하반기 가계대출 급증세가 이어지자 연간 6% 이내에서 총량을 관리하도록 규제를 도입했다.

2021년 당시 상황을 보면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 규모는 △1월 4조2199억원 △2월 3조7967억원 △3월 3조4652억원 △4월 9조2265억원 △5월 -3조547억원 △6월 1조2996억원 △7월 6조2009억원 △8월 3조5067억원 △9월 4조729억원 △10월 3조4380억원 △11월 2조3622억원 △12월 3649억원 등이다.

그해 상반기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올려 증가 속도를 조절하려고 했지만 좀처럼 꺾이지 않았고, 결국 하반기부터 강도 높은 총량규제가 시행됐다. 총량규제가 본격화된 8월 이후 은행들은 주담대, 전세대출, 신용대출 등 신규 대출을 중단했고, 그 영향으로 가계대출 증가세는 점차 둔화됐다.

당시 분위기가 재연되고 있지만, 당국은 '총량규제'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이다. 총량규제 부작용을 우려해서다. 실제 규제 당시 은행 대출이 전부 막히면서 금융소비자들의 자금계획이 일제히 틀어지는 등 큰 혼란이 발생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지난 1일 캠코 양재센터에서 총량규제 도입 가능성을 묻는 기자 질의에 "정량적인 기준을 갖고 조치를 하는 게 제 경험상으로 적절하지 않았고 맞지도 않다고 본다"고 밝혔다.

총량규제보단 대출 종류별 핀셋 규제 등 DSR 제도 내실화에 보다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관련해 금융당국은 대출한도를 줄이는 스트레스 DSR 2단계 조치를 다음달 시행하는 한편, 전세대출에 대한 DSR 적용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