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人] "이대로 살 수는 없지 않습니까" 외친 유최안
[조선&人] "이대로 살 수는 없지 않습니까" 외친 유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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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사이클 맞은 조선업, 기업-하청노동자 명암 나뉘어
2022년 6월 유최안 부지회장 철 구조물에서 31일간 농성
파업 2년 지났지만 현재도 하청노동자 처우 나아지지 않아
유최안 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철제 감옥 속에서 투쟁하고 있다. (사진=금속노조 선전홍보실)

[서울파이낸스 김수현 기자] 슈퍼사이클을 맞은 조선산업 내 기업과 하청 노동자의 명암이 극명하게 갈린다. 조선사들은 연일 수주 낭보를 알리며 연간 수주 목표를 조기 달성하는 등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하청 노동자들은 "이대로 살 순 없다"며 농성에 나선다.

유최안 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은 지난 2022년 6월 22일 하청 업체 노사의 파업이 타결되자 31일간 파업 농성을 진행했다. 그는 하청 노동자들의 현실을 알리기 위해 옥포조선소 1도크에 있던 가로·세로·높이 1미터 철장에서 스스로를 가뒀다. 

현재까지 조선소에 남아있는 관계자들은 "안타깝지만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하청 노동자들의 처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며 "다만 그의 노력으로 대중이 하청노동자들의 현실에 주목하게 된 것에는 의의가 있다"며 씁쓸해 했다.

◇2022년 6월 22일
22년 경력의 용접기술자였던 유 부지회장은 조선소의 철판이 달궈진 한여름, 건조 중이던 30만 톤 급 유조선 철 구조물 안으로 들어갔다. 철장 앞에는 '이대로 살 수는 없지 않습니까'라는 손 팻말을 내걸고 입구를 스스로 용접해 가뒀다. 키 178cm의 평범한 성인 남성 체격을 가졌던 그에게 1㎥의 구조물은 앉아서 버틸 수밖에 없는 비좁은 공간이었다.

당시 하청노동자들은 임금 30% 인상과 노동조합 인정을 요구했다. 조선 업계는 2016년 심각한 위기를 맞아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시켰다. 임금이 삭감된지 6년이 지났지만 20년 이상의 숙련공조차 월급이 250여만원이었던 현실에 이들은 임금의 원상회복을 요구할 수밖에 없었다.

투쟁이 31일 되던 7월 22일 유 부지회장은 협상 타결로 들것에 실려 내려오게 된다. 그가 내려오는 것을 지켜보던 조합원들은 아래에서 "사랑한다, 고생했다"고 연신 외쳤다.

이날 조선하청지회와 대우조선해양 사내협력회사 협의회는 업체별 평균 4.5% 임금 인상, 상여금 지급, 재하도급 금지, 폐업한 하청업체 노동자 최우선 고용 노력 등에 잠정 합의했다. 임금 인상률이 당초 요구안보다 턱없이 낮았지만 오랜 농성으로 조합원들의 건강 악화와 사용자들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예고로 하청지회는 기존 안을 스스로 철회했다. 다만 해당 단체협약은 하청 지회가 처음으로 집단교섭 도장을 찍었다는 의미가 있다.

◇ 파업이 2년 지난 현재
현재 조선산업은 슈퍼사이클을 맞아 이미 3년 치 일감을 확보하는 등 실적 개선이 뚜렷하다. 그러나 하청 노동자의 처우는 나아지지 않았고 올해 상반기 동안 13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는 등 열악한 환경은 지속되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에 따르면 한 조선소 탑재 업체에서 일하는 16년 차 노동자의 시급은 2년 전보다 350원 오른 1만620원이라고 한다. 노동법이 허용하는 최대한도의 잔업과 특근을 했을 경우 실수령액이 280만원 정도다. 이러한 상황에 현장의 노동자들은 업계의 호황기에도 먹고살기 위해 조선소를 떠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정부가 상생협약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임금 인상률을 여전히 물가 상승률에 미치지 못하며, 이중 구조의 현실은 그대로라고 현장에서는 말한다. 

현재 노동자들이 조선소 근무를 꺼리며 인력난에 빈자리를 외국인 노동자로 메꾸고 있다. 여기에 외국인 노동자들의 증가는 안전 문제까지 발생시켰다. 본공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현장 노동자들은 현재 조선업의 호황기가 끝나면 숙련공도, 일할 사람도 없는 우리나라 조선업의 미래가 위태롭다고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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