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금융시장에 필요한 것
춤추는 금융시장에 필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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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희 주필 © 서울파이낸스
미 상원의 구제금융안 통과 소식이 전해진 지난 2일 주식시장은 주가 급락으로, 외환시장은 환율 급등으로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원인은 하나다. 외국투자자들의 투자자금이 급속히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각각의 시장별 동향에 뒤따르는 명쾌한 해설들이 나오지만 모두가 사후약방문이다. 금융시장 전체를 놓고 평가하려는 시도는 드물다. 괜히 어설픈 분석을 내놓기에는 시장 안팎의 변수들을 제대로 모으고 선별하기조차 힘든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2일은 개천절을 하루 앞두고 있어 국내 시장으로선 이른 주말장이 섰다. 주식시장은 미 상원이 구제금융안 표결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전해짐과 동시에 급락 반전하기 시작,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20.02포인트(-1.39%) 내린 1,419.65에 장을 마감했다. 예고된 호재가 예상된 주가 하락으로 표현됐다는 해석도 있지만 미국의 실물경기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 구제금융안 만으로 호재를 삼기엔 약하다는 시장 반응이 우선일 성싶다.
한편 외환시장은 1,195원에 차분하게 출발했으나 마감시점에서 1,223.50원이라는 10년 내의 최고점을 찍었다. 본국 금융회사들이 위기에 처한 상태에서 해외투자 지분 중 제대로 값을 쳐 빼내기 쉬운 한국시장에서 우선 앞 다퉈 돈을 빼내가기 때문이다. 2일 오전 장에서 외국인들은 1,000억 달러가 넘는 순매도주문을 쏟아냈다. 특히 은행을 포함한 금융주에서만 390억 가량을 순매도했다. 국내 금융산업에 대한 전망도 그만큼 낮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봐야 할 듯하다.
2일의 시장상황은 외국인은 팔자, 적극적으로 매수세를 일으켰던 기관은 주춤, 개인들은 우르르 사자로 내달았다. 대강의 경험으로 보자면 이런 시장의 결말은 개인투자자들에게 비극적 상황을 안겨주곤 했다. 어림해보건대 내다팔려는 기관보유주식을 개인들에게 사도록 권하는 증권사 직원들이 종종 야누스로 변신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2일의 시장상황이 곧바로 읽히는 또 하나의 지표로는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시가총액 상위종목들이 줄줄이 가격 하락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시장을 선도하는 종목들이 줄줄이 궂은 날을 보이는 데 소액투자자들이 덤벼들어 값을 올린 기업들에 진정 해 뜰 날이 기다릴 것을 믿어도 좋은가 모르겠다.
이럴 때 정부가 또 어떤 어설픈 개입을 할지 걱정스럽다. 시장이 심하게 흔들릴수록 정부의 정책적 신중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의 개입은 거듭 거듭 재고 따져 무겁게 한 걸음 내디디는 것이어야 한다. 시장이 곤두박질친다고 무턱대고 같이 뛰어들면 다 망하는 길만 남는다. 마치 수영실력은 생각지도 않고 물에 빠진 사람 구한다고 뛰어들어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경우처럼 말이다.
지금의 경제내각을 지켜보는 일은 그런 점에서 늘 조마조마하다. 작은 흔들림에도 호들갑스럽게 개입 카드부터 꺼내들다 막상 큰 위기가 닥쳤을 때는 쓸 수 있는 카드가 없게 만드는 것은 아닌가 싶어서다.
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일 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가 위험에 빠져들지 않도록 반드시 나설 책임이 있다. 그러나 정부의 개입은 가난한 이들의 밥상에 쌀자루를 올려놓기 전에 울타리를 점검하고 곳간을, 쌀독을, 그리고 마지막으로 쌀자루를 점검하는 일부터 하는 게 순서다. 어느 한 시장이 흔들린다고 쪼르르 달려가 돈을 퍼붓고 한 쪽의 뚫린 구멍 막는다고 종자 자루부터 푸는 방식으로 대처하다가는 개입하지 않아 초래될 위험보다 더 큰 위험을 부를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빠질 수밖에 없는 주식시장 살리자고 연기금들을 동원하고 환율이 흔들리기도 전에 수출업체를 돕는답시고 비상식량과도 같은 외화보유고를 풀었다가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닥치자 허둥지둥 이쪽으로 손 갔다 저쪽으로 눈 돌리며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현 경제내각 믿고 발 뻗고 자도 되는 일인지 걱정이 나날이 커져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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