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DL건설이 DL이앤씨 100% 자회사 되며 합병 얘기 꾸준히 나와
박 대표 겸직으로 양사 시너지 낼 것으로 판단···"합병설은 사실무근"
실적과 이미지 개선 필요한 DL이앤씨···향후 해외·플랜트 수주 확대 집중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박상신 DL건설 대표가 DL이앤씨의 수장 자리에 새롭게 오르면서, DL건설과 DL이앤씨의 대표이사직을 겸직하게 됐다. DL그룹의 건설부문을 담당하고 있던 양사가 사실상 한 몸이 됐다는 업계의 평가를 받는 가운데, 실적과 인사 등에서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업계의 주목을 받는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선임된 서영재 DL이앤씨 대표이사가 두 달여만에 사임 의사를 밝히며 박상신 DL건설 대표가 DL이앤씨의 수장 자리에 새롭게 오른다. DL이앤씨는 다음 달 14일 주주총회에서 박 대표를 정식 선임할 예정이다.
현재 DL건설 대표를 맡고 있는 박 대표는 1985년 DL건설의 전신인 '삼호'에 입사했다. 이후 대림산업과 고려개발(DL건설 합병사) 등에서 대표이사를 거친 만큼 오랜 기간 업계에 몸을 담은 '주택통'이다. 향후 DL이앤씨 대표 겸 주택사업본부장에 오르면서 DL건설 대표직도 동시에 유지한다.
DL이앤씨와 DL건설은 같은 DL그룹 계열 건설사지만 그간 엄연히 다른 회사로 구분돼 왔다. DL이앤씨는 대림산업의 건설·플랜트 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설립된 기업으로, 올해 기준 시공능력평가 5위의 대기업이다. 시공능력평가 13위인 DL건설은 '삼호주택'이 모태로, 1984년 대림산업이 위탁운영을 맡았으며 1986년 대림그룹에 정식 인수돼 독립 건설사로써 운영됐다.
두 회사의 합병 관련 이야기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설득력을 더했다. 지난해 말 DL이앤씨가 자회사 DL건설의 보통주 지분을 100% 확보해 완전 자회사로 편인하는 포괄적 주식교환을 추진한다고 밝히면서다. 두 회사는 지난해 말 이사회를 통해 주식교환게약 체결안을 의결했다.
이 외에도 회사 내부에선 일찍부터 DL건설 일부 직원들이 DL이앤씨 본사와 DL건설 양 측으로 출근을 하도록 하는 등 지시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두 회사의 수익성 지표는 갈리는 상황이다. DL건설의 경우 올해 1분기 영업이익 117억원을 올리며 지난해 동기 대비 12.7% 성장했으나, DL이앤씨는 32.5% 급감한 609억원을 나타냈다. 연초 제시한 올해 목표 영업이익 5200억원 달성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주택사업 수익성 악화가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주택 사업을 완만히 영위하고 있는 DL건설에게 주택 사업을 맡기고, DL이앤씨는 지난해 수주가 큰 폭으로 늘어난 토목·플랜트 사업과 △해외 수주 △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CCUS) △소형 모듈 원자로(SMR) 같은 신사업을 추진에 집중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업계는 추측이 있었다. 현재 DL건설은 DL이앤씨의 100% 자회사로 절차상으로는 합병이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DL이앤씨는 합병설이나 주택 사업 축소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사업 부문이 겹치는 영역이 있지만 각자가 수행가능한 사업들은 규모별로 나눠져 있기 때문에 DL이앤씨가 기존 하던 사업들이 DL건설 쪽으로 거거나 하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선 양사 간 임금체계 차이로 합병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양사는 현재 합병보다는 어수선한 분위기를 수습하는 일이 시급한 상황이다. 양 사 모두 최근 들어 대표이사 교체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DL이앤씨는 박 대표 선임 이후에도 계획대로 주택 사업 유지, 해외 사업과 플랜트 수주 확대에 방점을 찍고 경영을 이어갈 방침이다. DL건설도 주택수주 확대 등 기존 계획대로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DL이앤씨는 잦은 중대재해 발생 이미지도 개선해야 한다.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지난해까지 DL이앤씨 현장에서 8명이 사망했다. 단일기업 최다다. 최근 울릉공항 건을 더하면 사망자는 9명으로 늘었다. 1분기 기준 지난해 동기 대비 32.5% 줄어든 영업이익과 71.1% 급감한 당기순이익 등 실적도 끌어올려야 한다.
위기관리 능력은 박 대표가 가진 최고 능력으로 꼽힌다. 그가 삼호 임원으로 재직할 당시 회사가 지방 분양사업이 실패하면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갔는데, 박 대표는 회사 정상화에 크게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워크아웃이 끝난 2016년 12월 당시 삼호는 최고 실적을 거뒀다. 그가 경영혁신본부장에 오른지 2년만이다.
박 대표가 선임되면 DL이앤씨의 회사 분리 이후 첫 그룹 내부 출신 대표가 된다. DL이앤씨는 이전 모두 외부에서 대표를 영입했다. 초기 수장인 마창민 전 대표는 LG전자 MC사업본부 상품전략그룹 전무, 2대인 서영재 전 대표도 LG전자 비즈니스솔루션(BS)사업본부 IT사업부장 전무 출신이다.
업계 관계자는 "앞서 DL이앤씨는 지난 3월 마 전 대표가 사임하는 시점에 전체 임원의 약 20%에 달하는 임원과 계약을 해지했다"며 "임원이 대거 나간 상황에서 경영 공백기를 조금이라도 줄여야 하는 만큼, 내부 사정에 정통한 박 대표가 적합하다는데 의견이 모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