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충분하다더니···갑자기 말 바꾼 정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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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민간 집계, 입주물량 전망치 최소 1만5천가구에서 3만가구 씩 차이
정부의 '공급 충분' 시그널은 당초 '패닉 바잉' 상황 잠재우기 위한 것
정부 집계, 국민 체감과 괴리 있어 신뢰성 없다는 평가에 태세 바꾼 정부
아파트 수요 '비아파트'로 분산해 공급 확대···신규 택지 지정도 논의 중
25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
25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최근 수도권 아파트값이 급격히 오르는 현상을 두고 부동산 업계에선 '패닉 바잉'을 우려하는 가운데, 정부가 주택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는 입장을 연일 내놓으며 민간 집계와 정반대 전망을 발표했다. 그러다 거센 여론에 부랴부랴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며 진화에 나선 모습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통령실은 대규모 주택 공급 확대를 포함한 부동산 정책을 준비 중이라고 알렸다. 대통령실은 또 대책이 준비되는 대로 8월 중으로 발표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오름세를 이어가는 상황을 인식하고 이를 지속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이 같은 발표는 여론을 의식한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앞서 부동산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이달 중순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서울에 주택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는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 "향후 2년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최근 10년 평균보다 많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면서 국토부는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3만8000가구, 내년 입주 물량은 4만8000가구라고 설명했다. 올해와 내년 입주량이 지난 10년 평균(연간 3만8000가구)을 넘어선 100~127%에 달하는 수준인 만큼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고 진단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민간 시장조사 기관에서 내놓은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 추정치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부동산R114가 집계한 올해와 내년의 서울 입주 예정 물량은 각각 2만3830가구, 2만5067가구다. 수도권 입주 물량도 정부와 민간의 예상치가 다르다. 국토부는 올해 수도권 입주 물량이 18만8000가구, 내년은 15만2000가구라고 발표했지만, 부동산R114는 올해 수도권 입주 물량을 16만5249가구로, 내년은 11만6476가구로 집계했다.

이처럼 정부와 민간의 입주 물량 전망치가 최소 1만5000가구에서 3만 가구씩 차이가 나는 이유는 정부가 추산한 입주 물량에는 올해 8100가구, 내년 8900가구의 청년안심주택 입주량 등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각각 국토부가 집계한 올해 서울 공급량의 21.3%, 내년 서울 공급량의 18.5%를 차지한다.

이를 두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청년안심주택이 대부분 원룸이나 1.5룸 형태인데다가 특정 수요자에게만 공급되므로 정상적인 분양 물량으로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런 종류의 물량은 아파트 전·월세나 매매 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아 일반 입주 물량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의 '주택 공급 충분' 시그널은 당초 치솟는 아파트값을 잡고, '패닉 바잉' 상황을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정부가 발표하는 주택 공급 집계가 국민이 체감하는 것과 괴리가 있어 그간 정책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업계의 질타를 받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는 급작스럽게 입장을 우회하고 진화에 나섰다. 이달 열린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선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박상우 국토부 장관,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등이 참여해 '공급절벽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들을 논의했다. 대통령실도 대규모 공급 정책을 준비 중이라 발표했다.

우선 아파트에 쏠리는 매매·전세 수요를 '비아파트'로 분산해 공급절벽을 대비할 것이라는 발표가 나올 전망이 우세하다. 연초부터 정부가 지속적으로 비아파트 확대 기조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빌라,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 등 비아파트에 건축비 융자 지원과 용적률 특례 등 혜택을 늘려 민간 공급을 유도하는 내용이다.

이와 함께 하반기 신규 택지지구 지정으로 2만 가구를 확보하고 수도권 유휴 부지를 활용해 추가로 1만 가구 이상을 추가 공급해 총 3만가구(민간·공공) 이상을 추가로 내놓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이를 위한 민간 건설사들의 주택 공급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각종 규제 완화책도 검토 중인 상황이다.

업계에선 공급 확대와 함께 수요 촉진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공급을 위한 인센티브가 있다 해도, 비아파트의 경우 수요자가 공급을 만들어가는 구조다"라며 "아파트 수요를 비아파트가 받아주지 못하면 결국 전 정부 때처럼 주택 가격이 폭등할 수 있다"고 짚었다. 또 "지방 미분양의 경우에도 수요자들이 체감할 만한 완화책이 없다면 실효성 높은 정책을 거두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정부가 지금 내놓는 공급 대책에 따른 입주 물량 증가 효과는 2027년 혹은 2028년부터 나올 텐데, 착공 실적 등을 보면 2026년부터 공급 부족이 문제가 될 것"이라며 "신축만으로는 공급 확대에 한계가 있어 양도세, 취득세 등 거래세를 낮추는 방향의 세금 정책을 통해 구축 매물이 계속 나오고 회전율이 높아지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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