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변호인단 "정상적 수요 기반 장내매수···구속영장 청구에 유감"
[서울파이낸스 이도경 기자] 검찰이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을 받고 있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에 경영 쇄신 작업에 몰두하고 있던 카카오의 사법 리스크가 또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검사 장대규)는 지난 17일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범죄 중대성과 증거인멸 우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 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시세 조종으로 SM 엔터 주가를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설정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카카오가 약 2400억원을 동원해 지난해 2월 16일~17일, 27일~28일 총 533회에 걸쳐 SM 주식을 고가 매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와 카카오 법인 역시 지난해 10월 김 위원장과 같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외에도 남부지검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드라마제작사 고가 인수 의혹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 의혹 △카카오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임원들의 횡령·배임 의혹 등 총 네 건을 추가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 변호인단은 "검찰이 구속영장까지 청구한 것에 심히 유감"이라며 "정상적 수요에 기반한 장내 매수일 뿐, 김 위원장은 지난해 SM엔터 지분 매수 당시 어떤 불법적 지시도 용인한 바 없다"고 설명했다.
한정석 서울남부지법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오는 22일 김 위원장 영장실질심사를 열고 구속 필요성을 가릴 예정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구속영장 청구로 카카오의 사법 리스크가 더욱 확대되며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움직이던 그간의 경영 쇄신 기조와 인공지능(AI) 등 신사업 전개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해 10월 SM 시세 조종 혐의와 관련한 사법 리스크 해소를 위해 CA(Corporate Alignment) 협의체와 외부 감시기구인 '준법과 신뢰 위원회(준신위)'를 구성하고 주요 경영진을 교체하는 등 고강도 경영 쇄신에 나서왔다.
지난 2022년 이사회 의장직 사임 후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 직함만을 유지해오던 김범수 창업자는 지난해 12월 경영 복귀를 선언하고 경영쇄신위원장 자리를 맡았는데, 이번 구속영장 청구와 함께 실제 처벌을 받게 될 경우 쇄신 작업에도 변수가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인공지능(AI) 등 신사업 일정 역시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카카오는 지난해 상반기 생성형 AI '코GPT 2.0'을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잇따른 사법 리스크에 출시를 연기했다. 이후 정신아 대표가 연내 AI를 활용한 서비스를 공개하겠다고 밝혔으나 아직까지 구체적인 방향성도 제시되지 못한 상황이다.
카카오의 사법 리스크가 불거지며 신사업 뿐 아닌 기존 사업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향후 카카오 법인이 SM 시세조종 혐의로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게 될 경우 인터넷은행 자회사인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적격성도 재검토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인터넷전문은행법은 인터넷은행 대주주는 최근 5년간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공정거래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카카오가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통과하지 못할 경우 6개월 이내 카카오뱅크 보유 지분 중 10% 초과분인 17.17%를 처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