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하반기도 '보릿고개'···미분양 적체‧경기지표 부진
건설업계, 하반기도 '보릿고개'···미분양 적체‧경기지표 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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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미분양 1.3만가구 적체···선행지표 인허가 감소세
폐업 신고‧부도‧회생 신청 줄이어···건설 신용도도 하락
올해 건설 수주 10% 가까이 감소‧투자도 1.3% 감소 전망
공사를 진행 중인 서울의 한 건설현장 사진 (사진=서울파이낸스DB)
공사를 진행 중인 서울의 한 건설현장 사진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고금리·고물가로 불황을 겪고 있는 국내 건설업계가 하반기에도 부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전국에서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1만3000가구를 넘어섰으며, 건설경기 선행지표들이 모두 악화한 탓이다. 여기에 높은 공사 원가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부담 등에 따라 건설사 신용등급이 줄하향한 것은 물론, 수주 먹거리 확보와 재무 건정성에 어려움을 겪으며 문 닫는 건설사도 속출하고 있다. 

7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5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전국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1만3230가구로 지난 4월(1만2968가구) 대비 2.0% 증가했다. 특히 같은 기간 서울은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539가구까지 늘었는데, 지난 4월(499가구) 대비 40가구 이상 증가했다. 이는 2014년 7월(558가구) 이후 최다 수준이다. 전체 미분양 물량 역시 지난달 7만2129 가구로 4월(7만1997가구) 대비 소폭 증가했다. 

미분양 증가로 건설경기가 악화하며 신규 주택 공급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인허가 물량은 감소세를 이어갔다. 5월 전국 주택 인허가 물량은 2만3492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9% 감소했다. 1~5월 누계로 따져도 12만5974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1% 줄었다. 주택을 공급하는 민간에서 신규 주택 사업을 꺼리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전국 주택 착공 물량(1만7340가구)과 분양 물량(2만179가구)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3%, 171.3% 증가했는데 이 마저도 작년에 시장이 부진한 데 따른 기저효과로 여전히 장기 평균을 크게 하회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올해 상반기 지방 기반으로 사업을 영위하던 중견 이하 건설사들의 폐업신고와 부도‧회생신청도 잇따랐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 집계 결과 올해 1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폐업 신고 공고(변경·정정·철회 포함)를 낸 종합·전문건설사는 총 1809곳(종합 292‧전문 1517)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794곳) 보다 늘어난 수치다. 

이 가운데 인천 소재의 영동건설과 선원건설, 새천년종합건설 등은 최근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이들 모두 시공능력평가 100위권(각각 176위, 126위, 105위)에 오른 중견건설사들이다. 부산지역 내 24위, 29위의 중견사인 익수종합건설과 남흥건설 등은 경영난으로 부도 처리됐다.

또 광주·전남지역 기반 건설사인 시공능력평가 127위의 남양건설은 앞서 기업회생절차가 종결된 지 8년 만인 이달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전남의 또 다른 건설사인 한국건설은 지난해말 부터 무등산한국아델리움더힐2단지, 광주역혁신지구 한국아델리움 스테이 등 복수의 사업장에서 보증 문제가 발생해 공정이 중단되며, 지난 4월 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이밖에 올해 들어 에이치엔아이앤씨(133위)와 대창건설(109위) 등도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 부동산‧건설경기 침체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먼저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등 신용평가 3사는 올해 상반기 주요 건설사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한신평은 GS건설, 신세계건설, 태영건설의 신용등급을 하향했고 KCC건설과 대보건설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췄다. 

나신평은 GS건설 신용등급을 낮췄고 KCC건설과 동원건설산업의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했다. 나신평이 '긍정적' 등급 전망을 부여한 기업 중 건설사는 한 곳도 없었다. '부정적' 전망은 롯데건설, 태왕이앤씨까지 4곳이었다. 한기평은 신세계건설 신용등급을 낮췄고 동원건설산업, 금호건설의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하면서 건설업에 대한 등급 전망을 '비우호‧부정적'으로 유지했다.

한기평은 "하반기에도 분양 위험과 원가 부담 등을 고려할 때 건설업 사업환경이 비우호적이며, 등급 하향 모멘텀이 다른 업종보다 높은 편"이라며 "원가율이 높은 가운데 미분양 프로젝트 관련 할인 분양, 마케팅 비용 등을 감안할 때 수익성 개선 가능성이 제한적이고, 자체창출현금이 줄어 차입부담 경감까지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올해 국내 건설 수주가 지난해보다 10.4% 줄어든 170조2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민간 수주와 토목, 건축 모두 부진한 흐름을 보이며 전년 대비 16.1% 줄어들 것으로 관측됐다. 2022년부터 이어진 착공 감소 영향으로 주거용과 비주거용 건축공사가 모두 부진해 올해 건설 투자 역시 지난해 대비 1.3% 줄어든 302조1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지혜 건산연 연구위원은 "올해도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고 하반기에 부동산 PF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전망"이라며 "이에 따라 기업의 자금조달 여건에 어려움이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2024년 하반기는 물론 내년에도 건설업황의 드라마틱한 변화는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며 지난해 국내 건설 수주실적(189조8000억원)이 2022년보다 17.4% 급감한 점을 고려해, 올해 연간 건설 수주 실적은 전년 대비 8% 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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