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가이드] "게임을 시작하지···OTT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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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시간·자유도' 3박자 요구되는 게임형 예능···최근 OTT로 연쇄이동
방송사 제작환경 한계 드러내는 변화···관찰·여행 예능 돌파구 모색
'미스터리 수사단'. (사진=넷플릭스)
'미스터리 수사단'. (사진=넷플릭스)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2003년 SBS는 프랑스 방송사인 프랑스2와 합작으로 '보야르 원정대'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한다. 프랑스 북서부에 위치한 보야르 요새라는 바다 한 가운데 요새를 배경으로 출연진들이 여러 게임을 진행하는 예능이다. 프랑스 올로케이션으로 진행된 이 프로그램은 한눈에 봐도 엄청난 제작비가 투입된 것으로 보인다. 

'게임형 예능'의 원조를 묻는다면 저 옛날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의 인기 프로그램인 '명랑운동회'를 언급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범위를 좁혀 제한된 공간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형태의 게임형 예능은 적어도 내 기억에 '보야르 원정대'가 처음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 같은 형태의 예능 프로그램은 2013~14년에 새롭게 등장한다. 2013년 tvN은 각계각층의 브레인들이 출연해 게임을 하는 '더 지니어스: 게임의 법칙'이 방송됐고 다음해인 2014년 JTBC에서는 추리 예능인 '크라임씬'이 방송됐다. 두 프로그램 모두 탄탄한 매니아층을 형성하며 큰 인기를 얻었다. 

이후 '더 지니어스' 시리즈를 성공시킨 정종연 PD는 2018년 방탈출 게임을 테마로 한 예능 '대탈출'을 성공시키고 게임형 예능의 거물이 된다. '대탈출'은 게임형 장르의 전성기를 알리는 신호탄이 됐고 이후 '소사이어티 게임', '피의 게임' 등 유사한 형태의 프로그램들이 줄지어 등장했다. 

최근에도 게임형 예능은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데블스 플랜'을 성공시킨 넷플릭스는 최근 '미스터리 수사단'을 선보였고 티빙은 '여고추리반', '크라임씬 리턴즈', '더 타임 호텔' 등을 성공시켰다. 웨이브가 오리지널 콘텐츠 선보인 '피의 게임2'는 한국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큰 관심을 얻었다. 

최근 게임형 예능의 성공에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두 OTT로 향했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돈과 플랫폼 특성 등이 작용했다. 

'더 지니어스'와 '크라임씬'으로 시작된 게임형 예능은 세트제작부터 스토리 구현, 게임 제작까지 엄청난 돈과 시간이 소요된다. 방송사들이 주로 제작하는 일상생활 관찰이나 여행 예능은 상대적으로 저비용 고효율을 이끌어낼 수 있다. 

tvN의 '텐트 밖은 유럽'은 해외 촬영이 주를 이루는 만큼 꽤 많은 비용이 발생할 수 있지만, 즉흥적인 모습을 담아내는 만큼 사전준비가 오래 걸리진 않는다. '크라임씬 리턴즈'는 준비기간에만 1년이 소요됐으며 세트 설치와 철거에만 5일 철야작업을 해야 한다. 

이를 두고 "누구는 쉽게 프로그램 만든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이는 그저 제작환경에 맞춘 결과물이다. OTT의 성장 이후 방송사는 예전과 같은 제작인프라를 확보하기 어렵다. 2020년 KBS 수목드라마 '어서와'는 당시 전국 시청률 0.9%를 기록하며 지상파 드라마 첫 0%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KBS 월화드라마 '순정복서' 역시 0%대로 주저 앉았다. 

ENA 예능 '혜미리예채파'는 평균 0%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고전했지만, 넷플릭스와 왓챠, 티빙 등 OTT 플랫폼에서 모두 TOP10에 기록하며 성공을 거뒀다. 콘텐츠 시청의 중심이 더 이상 방송사가 아님을 보여주는 사례다. 

'크라임씬 리턴즈'. (사진=티빙)
'크라임씬 리턴즈'. (사진=티빙)

OTT는 방송 일정에 대한 부담이 적다. 말 그대로 OTT에서는 촬영이 모두 완료돼야 공개 일정을 잡을 수 있다. 반면 방송사에서는 일정이 정해져있으면 그 기간에 맞춰서 프로그램을 제작해야 한다. 드라마나 교양 프로그램 관계자들도 OTT의 제작환경에서는 더 양질의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집중할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게임형 예능은 이런 시간적 영향에 더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소재와 게임을 구상해야 하고 스토리를 짜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시간적 제약이 없다면 양질의 스토리를 기획하기 더 쉽다. 

이처럼 방송사는 더 이상 거대자본과 시간이 필요한 게임형 예능을 만들 여력이 되지 않는다. 다만 이 이유만으로 게임형 예능이 OTT로 이동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여기에는 한가지 이유가 더 있다. 

tvN의 인기 예능인 '대탈출'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2번의 제재를 받은 바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 정서함양에 좋지 않다는 점과 정신장애인과 정신병원 종사자에 대한 혐오를 조장했다는 이유로 각각 '주의', '권고' 조치를 받았다. 

미스터리·추리 장르에 기반으로 한 게임형 예능들은 그 특성상 초현실적인 주제나 강력사건에 초점이 맞춰지기 쉽다. 이 경우는 일부 시청자들에게 혐오감이나 불편함을 조장할 수 있어 불특정 다수에게 보여지는 방송사 프로그램으로 제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OTT에서는 시청자가 직접 프로그램을 선택하게 하는 만큼 불특정 다수 시청자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이 때문에 표현수위에 대해서도 거부감이 훨씬 적다. '피의 게임'의 경우 시즌1은 MBC와 웨이브에서 함께 공개됐지만, 시즌2는 웨이브 오리지널로 제작되면서 표현수위에 대한 부담을 덜었다. 

이처럼 OTT로 자리를 옮긴 게임형 예능은 방송사가 OTT에 주도권을 내줄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리고 이는 방송사가 생명력을 지속하기 위해 개선해야 할 숙제가 무엇인지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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