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톡톡] 대출금리 하락세에도 '문턱' 높이는 은행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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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하 기대감···금융채 5년물, 2년 만에 '최저'
5대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도 한 달 새 0.2%p↓
차주 평균 신용점수 930점대···고신용자도 어렵다
서울 시내 한 은행 영업점 앞에 대출안내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은행 영업점 앞에 대출안내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글로벌 통화정책 전환기를 앞두고 유럽연합(EU), 캐나다 등 주요국이 기준금리를 선제적으로 인하하면서 시장금리가 떨어지자 국내 은행들의 대출금리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주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는 한 달 전과 비교해 0.2%p(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다만, 최근 은행들이 고신용 차주를 중심으로 대출을 취급하면서 정작 대출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이는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담대 고정금리(금융채 5년물 연동)는 연 3.07~5.75%로 집계됐다. 3주 전인 지난달 24일자 금리(연 3.25~5.88%)와 비교하면 하단이 0.18%p, 상단이 0.13%p 각각 떨어졌다.

주담대 변동금리(신규코픽스·금융채 6개월물 연동)도 하락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변동금리는 연 3.80~6.804%에서 연 3.72~6.781%로 하단이 0.08%p, 상단이 0.023%p 하락했다.

올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따라 등락을 반복하던 은행 대출금리는 이달 들어 확연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 주요국들이 잇따라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시장금리가 하락한 영향이다. 캐나다는 지난 5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5%에서 4.75%로 25bp(1bp=0.01%p) 인하했고, 유럽중앙은행(ECB)도 6일 금리를 4.5%에서 4.25%로 25bp 인하했다.

글로벌 통화정책의 기준이 되는 미국의 경우 지난 12일(현지시간)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5.25~5.5%로 동결했지만, 예상치를 하회하는 소비자물가지수(CPI)로 금리인하 시점이 다가왔다는 시장의 기대감은 커진 상황이다.

그 영향으로 시장금리는 약 2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 중이다. 주담대 고정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는 지난 13일 3.580%를 기록, 지난 2022년 8월 2일(3.527%) 이후 1년10개월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6개월물(AAA·무보증) 금리는 13일 3.593%를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 4월 18일(3.579%) 이후 2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특히, 올해 하반기부터 미국의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경우 대출금리 하락세는 가속화될 수 있다. 앞서 Fed가 올해 금리를 한 차례 인하하겠다는 계획을 시사했으나, 시장에선 미국의 인플레이션 진정세가 이어진다면 최대 2회까지도 인하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3분기부터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해 연내 총 2회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한다"며 "인플레이션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지만 5월 CPI와 같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진전이 1~2차례 정도 더 나타난다면 충분히 전망에 대한 의견이 수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시장 분위기에 따라 대출금리는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정작 금리 혜택을 받는 차주는 일부 고신용자에만 몰려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은행에서 주담대를 받아간 차주의 평균 신용점수가 올해 2월부터 4개월째 930점 이상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5대 은행의 주담대(분할상환방식·신규취급액 기준) 평균 신용점수는 933.2점으로, 이는 지난해 12월(927.6점)보다 5.6점 높다. 지난해 5월(913.6점)과 비교하면 1년 새 평균 신용점수가 20점 가까이 오른 것이다.

신용등급은 신용평가사 KCB(코리아크레딧뷰로) 점수를 기준으로 △1등급 942~1000점 △2등급 891~941점 △3등급 832~890점 △4등급 768~831점 등 1~10단계로 구분된다. 통상 3등급까지를 고신용자로 분류하지만 은행 평균 신용점수가 930점을 넘어서면서 3등급 구간 차주도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대출 문턱이 높아진 것은 은행들이 연체율 관리 차원에서 고신용자 위주로 대출을 취급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경기침체, 고금리 장기화로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2022년 6월 0.20%를 기록한 후 상승 추세다. 지난 4월 말 연체율은 0.48%로 전월 말(0.43%)보다 0.05%p 상승했다. 가계대출만 보면 같은 기간 연체율이 0.37%에서 0.40%로 올랐다.

한 은행 관계자는 "연체율 관리가 중요한 시점이기도 하고 목표치 아래에서 가계대출 증가세를 조절해야 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대출 문턱을 높이는 흐름"이라며 "상생금융도 중요한 과제기 때문에 신용점수가 낮은 취약층에 대해서는 별도 프로그램을 이용해 지원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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