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은 비용절감···"저비용 신규고객 유입···나중 기약"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최근 특정 기업의 브랜드가 새겨진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PLCC 대표 히트상품인 쿠팡 와우카드는 출시 7개월 만에 발급 50만좌를 돌파했으며, 현대카드는 수십개의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PLCC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자사 브랜드를 꽁꽁 숨긴 PLCC가, 오히려 카드사들의 핵심 먹거리가 된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카드사는 자사 브랜드 노출을 최소화하고 오히려 제휴기업 브랜드를 부각하게 됐는지, PLCC는 어떤 점에서 고객들에게 사랑받고 있는지 등을 진단해 본다.
◇PLCC 흥행 돌풍···높은 충성도와 직관적 혜택 '주효'
PLCC란 말 그대로 특정 기업의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운 상품을 의미한다. 상품 기획부터 출시 이후까지 전 과정에 걸쳐 해당 기업과 공동으로 진행하며, 1대 1 파트너십을 통해 전용카드에 가까운 특화 혜택을 제공한다.
특정 기업에 대한 강력한 충성도와 직관적인 혜택 등은 PLCC의 흥행동력으로 꼽힌다. 일례로 쿠팡 와우카드의 경우 작년 말 기준 1400명에 달하는 쿠팡 멤버십 고객들과, 쿠팡에서 구매한 금액의 최대 4% 적립이라는 혜택이 결정적이었다는 평가다.
또한 스타벅스 현대카드는 골드 플레이트로 대변되는 세련된 디자인과 리워드인 별(★) 관련 혜택·프로모션으로 인기를 모았으며, BC 컬리카드는 마켓컬리의 주이용층인 3040대 여성고객들을 중심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발급 문턱이 낮다는 점도 장점이다. 카드 모집인을 통한 대면방식의 발급이 아닌 해당 브랜드의 플랫폼을 통해 발급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발급절차도 상대적으로 간편하게 구성됐다.
고객들의 인식 역시 긍정적이다. 지난해 신용카드 플랫폼 카드고릴라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참여인원 705명 중 36.5%가 'PLCC를 발급한 적이 있다'고 답변했으며, 그보다 많은 43.1%는 '발급해보진 않았지만, 발급 의사가 있다'고 답변했다. 발급절차도 간편하고 일반 신용카드 대비 혜택과 사용처 등이 직관적인 만큼 가볍게 사용해 볼 여지가 크다는 점이다.
실제 서울에 거주 중인 30대 여성 A씨는 스타벅스 현대카드를 이용하게 된 배경으로 '카드 디자인'을 꼽았으며, 쿠팡 와우카드를 이용 중인 30대 남성 B씨는 "평소 쿠팡을 자주 이용하는 데다, 쿠팡 이용시 혜택이 좋아서"라고 답변했다.
◇PLCC의 목적은 비용절감···"저비용 신규고객 유입으로 나중 기약"
이처럼 강력한 브랜드 파워에 기반한 PLCC는 카드사와 기업 양측에서 윈윈(win-win)할 수 있는 구조다. 기업은 기존 고객을 견고히 관리할 수 있으며, 카드사 입장에선 신규고객을 유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각광 받고 있는 데이터 산업과 관련해 양측 모두 좀 더 체계적이고 질 좋은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다만 카드사가 PLCC에 주목하게 된 가장 큰 배경은 비용절감 효과로 분석된다. 이는 카드업권을 둘러싼 환경 변화와도 연관된다.
업권에선 PLCC 열풍이 가팔라진 시점을 2021년으로 보고 있다.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2022년 7월 말 기준 출시된 PLCC 종류가 총 110종인 가운데, 절반 가량인 54종이 2021년 8월부터 2022년 7월 사이 출시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간 발급 장수도 435장에서 621만장으로 50% 가량 늘었다.
해당 열풍의 일차적 원인은 팬데믹 여파에 마트나 백화점, 행사장 같은 장소에서 대면을 통한 전통적 모객방식에 제한이 걸렸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비대면 모객 비중이 높은 PLCC가 유리했다는 평가다.
다만 좀 더 파헤쳐 보면 핵심 요인은 2022년부터 인하된 수수료율이다. 단적으로 가맹점 96.2%에 적용되는 우대수수료율이 기존 0.8~1.6%에서 0.5~1.5%로 하락했으며, 이로 인해 카드사 본업이라 할 수 있는 신용판매 수익성이 악화됐다.
문제는 해당 기간 조달비용도 급증했다는 점이다. 실제 2021년 초 1.2%대였던 여전채 금리(AA+, 3년물)는 2022년 10월 경 6%를 돌파한다. 수신기능이 없어 외부 차입의존도가 높은 카드사에게 조달금리 상승은 비용 상승과 일맥상통한다.
여기서 PLCC의 장점이 드러난다. PLCC의 경우 기업과 카드사가 제반 비용을 분담하는 구조다. 모집인이 아닌 해당 기업의 플랫폼이 마케팅의 주가 되는 만큼 관련 비용도 상대적으로 적다. 발급비용이 큰 대신 꾸준히 사용할수록 이익폭이 커지는 신용카드의 특성상 고객의 충성도가 높다는 점도 수익성에 도움이 되는 요소다.
연회비를 비롯한 수익 역시 나눠야 한다는 점은 단점이지만, 향후 조달금리와 경기가 안정화된 이후까지 고려할 경우 적은 비용으로 새로운 고객을 꾸준히 유치하는 측면의 장점이 더 크다는 평가다. 어려운 상황일수록 웅크리며 기회를 엿본다는 전략이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지난달 진행된 카드학회 춘계세미나에서 "수수료율 인하로 매출을 늘리기 어려워지자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전략 중 하나로 PLCC가 많이 도입됐다"며 "도입 후 마케팅 업무를 제휴사가 담당하면서 카드사들의 모집비용이 많이 줄었다. 다만 구조조정이나 설계사분들의 퇴직 등 카드 생태계가 많이 위축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비우호적 환경 속 낮은 비용으로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며 "차별화된 혜택으로 고객 만족도도 높고, 데이터 신사업 측면에서도 이점이 많다고 판단된다. 추후 조달시장이 안정화되면 PLCC와 연관된 새로운 사업이나 마케팅 여력도 커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