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취임 2주년을 앞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남은 임기 동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 자본시장 밸류업 등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간 레고랜드와 흥국생명 사태, 새마을금고 뱅크런 위기, 태영건설 워크아웃 등 이슈 안정화에 주력했다면, 하반기부터는 내부통제·불공정거래 등 시장 질서를 바로잡는 일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4월 위기설에 이어 매월 불거지는 'N월 위기설'엔 "길어도 1년 내, 하반기 지나면 정리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4일 취임 2주년을 맞아 출입기자단과 오찬간담회를 갖고 "남은 임기 동안은 그동안 추진해 온 과제들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함과 동시에 미래 금융을 위한 장기 과제들을 준비하고자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금융권 간담회만 82회 '소통 행보'···"PF 연착륙 등 가시적 성과"
이날 이 원장은 "검사 생활했던 것이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지금 역할이 만족스럽고 보람을 느끼고 있다"며 지난 2년간의 소회를 전했다. "거시경제 중요성이 더 커진 시점에 금감원장을 맡아 걱정을 많이 했지만 지금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는 목소리다.
지난 2022년 6월 윤석열 대통령 임명으로 금감원장에 취임한 그는 '거리낌 없는 소통'으로 금융 현안을 해결해 나갔다는 평을 얻는다. 초창기엔 검찰 출신 첫 금감원장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으나, 직접 발로 뛰며 신속한 대응으로 금융시장 안정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이 원장은 취임 후 금융업권 간담회는 82회, 유관기관 간담회는 31회나 소화할 정도로 '소통 행보'를 보였다.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은 물론, 금감원장으로서 입장을 밝히거나 철학을 공유하기도 했다. 이처럼 금감원장이 재임 기간 중 금융권·시장과 적극적으로, 자주 소통한 건 이례적이다.
그의 적극적인 소통 행보에 대해선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시장 개입 등 논란도 있다. 그럼에도 이 원장은 "시장 예측 가능성을 높이려는 차원에서 접점을 많이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불확실성을 낮추려고 노력하는 입장에선 업권을 비롯해 다양한 전문가들과의 만남을 가져야했다는 것.
취임 2년차인 작년부터는 최대 금융 리스크로 우려되는 부동산 PF 연착륙을 비롯해 H지수 ELS 소비자피해에 대한 대응 등 굵직한 과제 해결에 주력했다. 은행‧중소서민 부문 등의 금융사고 방지를 위한 내부통제 강화와 불법 공매도 근절 및 제도개선도 함께다.
이 원장은 "임기 2년 차를 돌아보면 고물가·고금리 지속에 따른 실물경제의 부담이 확대되는 상황 속에서도 금융안정과 민생금융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는 데 최선을 다한 1년이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국내 PF 대출, 해외 대체투자 등에 대한 질서있는 연착륙 추진, 홍콩 H지수 ELS 손실에 대한 합리적인 분쟁조정기준을 마련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낼 수 있었던 건 금감원 임직원들 덕분"이라며 "금융안정과 함께 금융의 역량을 높이겠다"고 했다.
◇"하반기 가상자산법 준비·금투세 도입 재논의 등 중점 추진"
공식적으로 이 원장의 남은 임기는 1년이다. 업계 안팎에선 그의 거취를 둘러싸고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지만, 올 하반기에 가상자산법 시행 준비, 망분류 규제 합리화, 밸류업 프로그램,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여부 재논의 등을 중점 추진하겠단 입장이다.
특히 오는 6월 중 은행장 간담회를 열고, ELS·PF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의견 청취와 은행산업 발전방향을 논의할 계획이다. 금융회사의 업무위수탁 확대에 따른 운영리스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업무위수탁 관련 리스크관리 규제체계의 정비방안도 검토할 방침이다.
이 원장은 "내달 시행되는 가상자산법의 성공적인 정착을 지원하면서 AI 기술, 망분리 등이 금융시장의 새로운 원동력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며 "공매도 전산화와 제도개선을 통해 투자자의 신뢰를 제고하고, 건전하고 공정한 금융질서를 확립하겠다"고 강조했다.
매달 위기설이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선 "'N월 위기설'은 시장에서 봤을 때 무엇인가 위험 촉발 요인이 있다는 것"이라면서 "PF 시장이 정리되고 대체투자도 쟁점화 삼아 챙겨보고 나면 n월 위기설은 금년 내, 하반기가 지나면 어느 정도 정리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에 대해서 그는 "금투세는 지난 정부 초반에 논의가 돼 지난 정부 중반쯤에 입법이 된 건데, 그간 코로나19가 있었고 가상자산이 생겼으며 금리도 올랐다"며 "이런 바뀐 환경에 대한 고려를 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부동산 침체기 속에서도 PF 구조조정이 경·공매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경·공매가 아니더라도 NPL(부실채권)을 팔아서 유지할 수 있다면 상관없다"고 답했다. 그는 "부정확한 숫자를 반영해 의사결정 하는 현 상태를 더 이상 용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에 부동산이 급등해서 이익이 날 거라고 예상하는 사람도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