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할수록 손해···건설사들, '공사비 협상' 법정까지 간다
공사할수록 손해···건설사들, '공사비 협상' 법정까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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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잿값 급등했는데···물가변동 배제특약으로 추가 공사비 인정 안돼
"코로나·전쟁 등 불가항력 상황으로 인한 물가 상승···부담 나눠 가져야"
미청구 공사 금액 2년 새 40%↑···회사 현금 흐름 악화시키고 부실 키워
지난해 10월 쌍용건설 임직원들이 KT 판교 신사옥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쌍용건설은 KT에 추가 공사비 171억원을 요청했으나 KT는 '물가변동 배제특약' 사유로 이를 거부했다. (사진=쌍용건설)
지난해 10월 쌍용건설 임직원들이 KT 판교 신사옥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쌍용건설은 KT에 추가 공사비 171억원을 요청했으나 KT는 '물가변동 배제특약' 사유로 이를 거부했다. (사진=쌍용건설)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공사비가 급등함에 따라 추가 공사비를 요구하는 시공사 측과 이를 거부하는 발주처 간 분쟁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발주처와 시공사가 체결한 '착공 후 물가변동 배제' 특약을 두고 법정 공방까지 이어지고 있다.

2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KT는 판교 신사옥 건설공사의 도급 계약사인 쌍용건설을 상대로 법원에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쌍용건설 측이 주장하는 추가 공사비를 지급할 의무가 없음을 법원으로부터 확인받고자 한 것이다.

쌍용건설은 2020년 967억원에 판교 제2테크노밸리에 KT 신사옥을 신축하는 공사를 수주해 지난해 4월 공사를 마쳤다. 그러나 수주 후 원자잿값이 크게 뛰었고, 이 때문에 쌍용건설은 KT에 추가 공사비 171억원을 요청했으나 KT는 '물가변동 배제특약' 사유로 이를 거부했다. 이 특약은 물가 변동에 따른 공사비 조정이 없다는 계약이다.

같은 사유로 롯데건설은 1000억원대, 한신공영도 141억원대 추가 공사비를 KT에 지속 요청 중이다. 현대건설과의 분쟁 가능성도 남아있다. 현대건설도 KT가 발주한 KT광화문 웨스트 사옥의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하며 최초 계약 금액 대비 300억원을 추가 투입했다. KT는 현대건설과의 계약에서도 물가변동 배제특약을 걸어뒀다. 이들 관계자는 "우선 쌍용건설과 KT 간의 소송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공사 기간 동안 코로나19나 전쟁 등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해 원자재 가격을 급등시켰고, 이런 상황에서 계약서에 쓰인 내용으로만 하겠다는 건 건설사가 모든 부담을 다 감당하라는 것"이라며 "공사비 문제는 모든 건설사들도 공감하는 문제기 때문에 법원도 법대로만 판결하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KT관계자는 "쌍용건설의 요청에 따라 공사비 조기 지급, 설계 변경에 따른 공사비 증액(45억5000만원) 지급, 100일 공기연장 요청까지 모두 받아들였다"며 "그러나 쌍용건설은 계약상 근거 없이 추가로 공사비를 더 요구하고 있어 불필요한 논란을 해소하고자 법원에게 판단을 맡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GS건설도 서울 강북구 미아3구역 주택 재개발 정비사업조합과 공사대금 관련 간극을 좁히지 못해 소송을 진행했다. 지난 3월 조합을 상대로 소송가액 322억9900만원(공사대금 인상액 256억원 포함)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조합 측은 이전부터 물가 상승에 맞춰 공사비 인상분을 반영해 줬고 지난해 5월 물가 변동 배제 특약을 맺었다.

GS건설 관계자는 "이번 소송은 물가 인상과 설계변경 등으로 발생한 공사비를 청구하기 위한 것"이라며 "조합과 원만히 해결할 수 있도록 협의에 적극 임할 예정이며, 입주에 문제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외 롯데건설이 송파구 거여2-1구역 재개발조합(107억원), 강남구 대치2지구 재건축조합(85억원) 등과 공사대금 청구소송을, 대우건설은 지난해 12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를 대상으로 24억원 규모의 공사대금 관련 소송을 제기했다. DL이앤씨도 인천 부평구 청천2구역 재개발조합과 1645억원의 공사대금 청구소송을 이어오다 최근 조합이 공사비 증액을 결정해 합의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DL건설의 경우 안양 물류센터 재건축사업과 관련, 공사 과정에서 오염된 토지가 발견돼 공사 기간이 6개월 지연됐다는 이유로 지난해 말 추가 공사비 400억원을 발주처 LF그룹에 요구한 바 있다. 이 사업을 운용하는 코람코자산신탁 관계자는 "DL건설과 회사는 현재 해당 400억원 공사비 증액 관련 10가지 항목 중 9개의 금액에 협의한 상태"라며 "언론에 나오는 소송 관련 이야기는 나머지 1개 부분의 합리적인 금액 산정을 위해 객관적인 법정에 판단을 맡기고자 양사가 미리 합의한 '협의 소송'"이라고 강조했다.

건설사들이 이처럼 공사비 증액에 민감한 이유는 최근 공사를 할수록 손해가 나거나 미청구 공사액이 커지는 등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한 까닭이다. 미청구 공사는 주로 발주처가 공정률이나 사업비용을 인정하지 않을 때 발생하며, '외상공사비'로도 불린다. 나중에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회사의 현금 흐름을 악화시키고 잠재적 부실을 키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분기보고서를 보면 1분기 시공능력평가 상위 30대건설사 미청구공사액은 22조4075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19조9474억원대비 2조4601억원(12.3%) 늘었다. 건설경기 침체가 시작한 2022년 1분기(15조9890억원)와 비교하면 2년만에 6조4185억원(40.1%)이나 급증한 수치다. 중견·중소 건설사까지 더하면 미청구공사액은 보다 증가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요즘 같은 분위기엔 애초에 수주하지 않는 것이 나을 정도"라며 "조합은 그나마 협상 여지가 있지만 공공 발주사업 경우 소송 외엔 방법이 없다"라고 했다. 그는 "지금보다 미청구공사 등 재무 부실요인이 더 늘면 중견사들은 생존 자체가 쉽지 않다"고 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도 "앞으로 물가변동 배제특약으로 인한 갈등 상황이 계속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공사를 할수록 손해가 나 계약 해지를 하는 것이 손해가 덜하다면 공사 중단 결정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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