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건설사만 나쁘다고 할 수 있나
[기자수첩] 건설사만 나쁘다고 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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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내가 죽일 놈이지 뭐, 우리가 어긋날 때면. 전부 내 탓이지 뭐, 마치 죄인인 것처럼." ('다이나믹듀오-죽일 놈' 노래 가사 중 일부)

취재차 한 건설사 관계자를 만나고 나오는 길에 문득 떠오른 노래의 가사다. 이 노래가 마치 국내 건설사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거 같단 생각이 들었다. 시장과 업계에서 종종 건설사들은 '나쁜 놈', '죽일 놈'으로 여겨지는 듯하다. "건설사 놈들은 다 나쁜 놈들…" "다 건설사가 죽일 놈이라고 하잖아요" 실제 취재 과정에서 건설사 직원들이나 부동산 시장 전문가, 소비자들과 이야기할 때 꽤 자주 듣는 말이기도 하다.

왜 이런 말이 공공연하게 쓰일까. 건설사는 한 인간의 생애에서 가장 비싼 재화인 아파트·빌딩·건물을 만들고 파는 업종이라는 점에서 잘못된 관행이나 행태가 드러났을 때 삶에 미치는 피해가 너무나 크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가격을 떼놓고 봐도 인간의 의식주에서 '집'이란 건 의미와 가치가 남다르다. 사람답게 살기 위해 가장 기본인 '집'이란 가치와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의 가치가 충돌할 때 기업은 '나쁜, 죽일 놈'이 돼버리곤 한다.

그렇다면 건설사는 억울하기만 하냐. 그렇지 않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과실은 충분히 분명하고 뚜렷하다. 최근 가장 문제로 지적되는 것만 해도 현재진행형인 부실시공, 날림공사, 우중타설 논란과 해마다 발생하는 건설현장 노동자 사망사고 등을 꼽을 수 있겠다. '순살자이' '통뼈캐슬' '휜스테이트' '흐르지오' '살인기업' '죽음의 카르텔' 등 지난해부터 불과 2년간 대형건설사와 유명 아파트 브랜드에 붙은 꼬리표만 해도 한둘이 아니다. 공사비를 아끼고 공기를 단축하기 위해, 결국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수많은 생명과 안전을, 관행이란 이름으로 효율과 맞바꾼 결과들이었다.

이 같은 잘못들로 '공공의 적'이 돼 욕먹는 게 다반사인 건설사들은 어찌할 도리를 몰라 한다. 한 건설사 관계자의 말을 빌리자면 '벙어리 냉가슴' 앓고 있다. 그는 "건설사의 문제와 잘못이 분명하고 업계가 반성하고 달라져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그 이면에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 근원적으로 잘못된 산업 구조와 결함 등 많은 문제들을 빼놓고선 결국 같은 문제가 계속 반복되고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소비자로서 여러 사고와 불법 관행 등을 접할 때면 (평생 돈을 모아야 겨우 살 수 있는, 기본 수억원 단위의 아파트를 이따위로 허술하게 만드는) 건설사는 '죽일 놈'이다. 다만 과연 건설사만 나쁘다고 할 수 있나 의문이 든다. 노동자의 권익 향상과 이에 따라 노동시간과 근로환경은 변했는데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건설산업의 구조적 문제, 고금리‧자잿값 급등‧경기 불황 등 업황 속에서 격화하는 하도급 분쟁 및 공사비 갈등, 재화 거래 과정에서 충돌하는 여러 이권 등 이 모든 문제를 단지 개별 건설사만의 문제로 볼 것인가.

건설사 관계자의 말처럼 건설사는 잘못을 했고, 달라져야 한다. 건설 총책임자로서의 안전 및 품질 관리 소홀 또는 부주의에 대한 시스템 개선, 비용 절감을 위해 무리한 작업 방식이나 자재 누락 개선 등 업계 전반에서 변화를 위한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충분한 변화를 끌어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만성적인 인력난,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는 건설 현장, 건설업계 다단계 하도급 체계까지 산업과 현장이 달라지지 않는데 개별 기업들의 노력만으로는 문제가 사라지지 않는다. 

그야말로 건설업계엔 '잔혹사'가 계속되고 있다. 잇단 사고로 건설사들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으로 추락했고, 지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인해 금융조달 창구는 꽉 막혔다. 부동산 시장도 침체해 미분양은 물론, 사업‧공사 중단 사례도 속출한다.

위기는 기회가 되기도, 더 큰 위기가 되기도 한다. 지금의 위기를 건설산업 전반의 변화와 혁신의 기회로 삼아, 현재 수면 밖으로 떠오른 여러 문제를 살펴보고 되풀이하지 않는 계기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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