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사업성 평가기준 합리화···공공·민간 공급 확대
금융사 PF 자금공급 인센티브·면책 기준 강화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에 대한 '옥석가리기'에 본격 나선다. 사업장에 대한 사업성 평가기준을 합리화해 정상 사업장에는 원활한 자금을 공급하고, 부실 사업장은 재구조화 및 정리(경·공매)를 유도하는 등 사업장별 맞춤형 지원을 추진하는 것이 골자다.
특히, 사업성 부족 사업장의 체계적인 재구조화·정리를 위해 지금여력이 충분한 은행업권과 보험업권이 1조원 규모의 공동 신디케이트론(공동 대출)을 조성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같은 내용의 '부동산 PF의 질서있는 연착륙을 위한 향후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고금리·고물가 장기화로 PF부실이 누적되면서 정상 사업장까지 자금공급이 경색되는 등 문제가 이어지자 옥석가리기를 본격화할 필요성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금융당국이 사업성 평가를 통해 '옥석가리기'를 진행하게 될 PF 규모는 총 230조원이다.
이날 브리핑에 나선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정상 사업장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자금을 공급하고 사업성이 떨어지는 일부 사업장에 대해서는 현재보다 조금 더 냉정하게 평가해서 정리하자는 것"이라며 "부실이 이연되고 누적되면 금융사 건전성이 악화되고 건설분야 자금공급이 안되는 잠재적 불안이 생기기 때문에 사업성 평가를 통해 옥석가리기를 하는 것이 오히려 시장 불확실성을 줄이고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정책은 △사업성 평가기준의 객관적·합리적 개선 △정상사업장 자금공급 강화 △사업성 부족 사업장 재구조화·정리 지원 △시장·금융회사·건설사 안정화 등 크게 4가지 방향으로 추진된다.
◇PF 사업장 '옥석가리기' 기준 구체화···새마을금고도 포함
먼저, 사업성 평가기준을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개선해 사업성이 양호한 정상 사업장과 부족한 사업장을 엄정하게 판별할 수 있도록 한다.
이를 위해 본PF, 브릿지론 외 이와 위험성이 유사한 토지담보대출과 채무보증약정도 함께 평가하고 대상 기관에 새마을금고도 포함한다. 또 현재 본PF 중심으로만 돼 있는 PF 평가기준을 사업장별 성격에 따라 브릿지론·본PF로 구별하도록 했다.
PF사업장의 사업성 평가 등급분류를 기존 3단계(양호·보통·악화우려)에서 4단계(양호·보통·유의·부실우려)로 세분화한다. 기존 '악화우려' 중 사업 추진이 어려운 사업장을 '부실우려' 등급으로 분류하고 충당금을 '회수의문' 수준으로 적립하도록 해 적극적인 사후관리를 유도한다.
아울러 유의(재구조화·자율매각), 부실우려(상각·경공매 추진) 사업장에 대한 사후관리 기준을 명시하는 한편, 금융감독원이 사후관리 이행사항을 점검할 예정이다. 다만 본PF 사업장, 구조조정 대상 사업장 등에 대해서는 일률적인 경·공매가 아닌 수분양자 여부, 공사진행 수준, 보증계약 관계 등 개별 사정에 맞게 사후관리를 추진하도록 한다.
◇민간·공공, '부실 사업장' 정리 속도···은행·보험사 '구원투수'로
평가기준에 따라 사업성이 부족한 사업장으로 분류된 경우 보다 신속한 재구조화 및 정리(경·공매)를 유도한다. 금융당국은 전체 평가 대상인 230조원 규모 PF 사업장 가운데 5~10% 정도가 사업성 부족 사업장으로 분류될 것으로 추정했다.
재구조화·정리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자금여력이 충분한 은행·보험업권이 우선 1조원 규모로 공동 신디케이트론을 조성한다. 신디케이트론은 향후 지원 현황과 시장 상황에 따라 최대 5조원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부동산시장 침체기에 부실 사업장에 대한 신규 투자자를 발굴하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자금여력이 큰 대형 은행 5곳과 보험사 5곳이 구원투수로 나서게 되는 것이다. 참여 금융사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대 은행과 삼성생명·한화생명 등 생명보험사 2곳, 메리츠화재·삼성화재·DB손해보험 등 손해보험사 3곳이다.
이와 함께 PF채권 매각이 지연되지 않도록 캠코펀드 등이 자금공급을 할 때 원소유자가 차후 재매입할 수 있는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도록 한다. 이와 별도로 지난해 캠코에서 새마을금고에 지원한 1조1000억원에 더해 올해 새마을금고(2000억원)과 저축은행업권(2000억원)에 총 4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추가 지원할 방침이다.
2회 이상 만기연장이 이뤄지는 PF 사업장에 대해서는 'PF 대주단 협약'상 만기연장을 위한 대주단 동의요건을 기존 '3분의 2 이상 동의'에서 '4분의 3 이상 동의'로 변경, 재구조화·정리를 유도한다. 아울러 만기연장 시 연체이자는 원칙적으로 상환토록 개선한다.
◇'정상 사업장'에 자금공급···본PF 증액공사비 추가 보증
사업성이 우수한 정상 사업장 중 브릿지론 단계인 경우 본PF 전환 시 필요한 자금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지원한다. 이미 올해 3월 HUG‧주금공의 PF 사업자보증을 5조원 추가 확대(25조→30조원)했으며 주택 PF 사업장뿐 아니라 비주택 PF 사업장에 대한 건설공제조합의 PF 사업자보증 프로그램(4조원)도 신설한 바 있다.
여기에 공사비용 등 추가적인 자금이 필요한 본PF 단계 사업장에 대한 지원도 확대한다. 건설사 워크아웃 등으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는 정상 PF 사업장의 경우 주금공‧HUG가 증액 공사비 등에 대해 추가보증을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워크아웃 건설사 사업장 외에도 추가 자금공급이 보다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추가 보증을 제공할 방침이다.
특히, PF 자금 공급과정에서 시행사‧건설사에 과도한 수수료가 부과되는 사례를 점검‧개선해 자금공급 과정에서 시행사‧건설사의 과도한 부담을 완화할 예정이다.
◇금융규제 한시적 완화···임직원 면책 등 인센티브 제공
금융업권의 PF 자금유입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재구조화‧정리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에 대해선 금융회사 임직원 면책도 부여한다.
부실화된 사업장에 금융회사가 신규자금을 지원하는 경우 기존에는 건전성이 '요주의 이하'로 분류됐으나, 한시적으로 '정상'까지 분류할 수 있도록 허용할 계획이다. 지난 2022년 하반기부터 시행하고 있는 저축은행 예대율 완화 및 여신전문금융회사 원화유동성비율 완화 등 제2금융권 규제유연화조치도 추가로 연장한다.
아울러 한시적 금융규제 완화 조치를 통해 금융회사의 재구조화·정리 자금공급 여력을 확대한다. 세부적으로는 △저축은행 '영업구역 내 신용공여한도 규제 완화' 및 '부실채권펀드 투자로 인한 유가증권 보유한도 초과 허용' △상호금융 재구조화 목적 공동대출 취급기준 일부 완화 △보험사 K-ICS 합리화 및 PF대출 관련 RP매도(차입) 인정 △금융투자사 PF-ABCP 보증의 PF대출 전환에 대한 위험값 완화 △종합투자사 주거용 PF대출 NCR 위험값 완화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