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투증권 푸르덴셜 매각 의미와 파장
현투증권 푸르덴셜 매각 의미와 파장
  • 임상연
  • 승인 2003.11.3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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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국내 투신권 안방 차지

현투증권 처리문제가 지난 25일 정부와 푸르덴셜간 매각 본계약 체결로 사실상 종결됐다. 정부의 2금융권 구조조정에 대한 의지가 강한 만큼 앞으로 매각완료 시점까지 카드사 부실등 특별한 악성 이벤트가 없는 한 현투증권의 매각은 기정 사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푸르덴셜의 현투증권 인수는 열악한 국내 투신시장에 일대 대격변을 예고한다. 우선 토종 투신사들의 입지가 좁아지면서 외국계가 안방을 차지하는 단초가 될 것으로 업계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은 외국계▶재벌▶은행계의 삼각구도로 재편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 과정에서 중소형투신사간 생존을 위한 자발적 인수합병도 잇따라 발생할 것이라는 전언이다.

상품개발, 고객서비스등 소프트웨어측면의 대변화도 불가피하다. 강력한 맨파워와 선진금융기술을 겸비한 외국계가 대거 시장에 진출함에 따라 원칙없는 자산운용과 허술한 리스크관리, 일률적 서비스등으로 점철된 국내 투신사들은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퇴출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외국계 시장 주도한다
푸르덴셜의 현투증권 인수로 국내 투신권은 새로운 리딩컴퍼니를 맞이하게 됐다.

푸르덴셜 스티븐 펠리티어 회장의 구상처럼 향후 푸르덴셜이 제투증권마저 인수, 현투증권과 합병할 경우 20조원 수탁고의 삼성투신 ‘독주 시대’는 사실상 끝나게 된다. 지난달 27일 현재 현투운용과 제투운용의 총 수탁고는 21조4천억원 가량으로 20조원의 삼성투신을 가볍게 제치고 있다.

푸르덴셜의 시장진출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전체 투신시장에서 외국계의 비중을 단숨에 끌어올리면서 외색 물결이 시장을 주도하게 될 전망이다.

현재 전체 투신사 수는 33개. 이중 외국인 지분이 50%를 넘는 외국계 투신사는 7개사로 수탁액 비중은 20%에 육박하고 있다. 하지만 푸르덴셜이 현투 및 제투증권을 인수할 경우 외국계의 전체 수탁액 비중은 30%를 넘게 된다.

이에 대형투신사 한 대표이사는 “현재 외국계의 수탁고 비중이 20%에 못 미치고 있지만 푸르덴셜 시장진출 이후에는 시장 구도 자체가 크게 변할 수 밖에 없다”며 “외국계의 잇따른 시장 진출과 잠식은 질적 양적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을 뜻한다”고 지적했다.

▶ 중소형사 자발적 M&A 잇따를 듯
이 같은 시장변화는 국내 투신사들 특히 중소형증권사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푸르덴셜▶현투증권간 합병이 일단락 된 상황에서 한투 대투마저 매각문제가 원활히 해결된다면 이들 3투신의 경영정상화가 가시화 될 것이고 결국 조직 및 인력풀에서 뒤쳐지는 중소투신사의 입지는 좁아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미래에셋그룹 박현주 회장이 SK투신 인수등을 추진하며 규모확대에 나서는 것도 이처럼 향후 대형 투신사와의 경쟁에서 도퇴되지 않기 위한 생존전략으로 업계는 풀이하고 있다.

실제로 동원, 교보, 국민, 한화, 랜드마크, 템플턴투신 등이 최근 대형화 전략을 놓고 고심 중에 있으며, 기업은행도 프랑스 SG그룹과 합작으로 국내 투신사 인수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업계는 현재 수탁고가 2조원 미만을 밑돌고 있는 투신사의 경우 이 같은 M&A 조차도 사실상 어렵다는 판단이다. 경쟁력 있는 투신사들이 대거 매물로 나와있는 상황에서 수탁고 기준으로 합병 시너지가 떨어지는 이들 투신사에 관심을 표명할 만한 금융기관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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