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도 외모 경쟁···대세로 떠오른 '커튼 월' 시공
아파트도 외모 경쟁···대세로 떠오른 '커튼 월' 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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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패널을 겉으로 씌워 마치 커튼을 두른 것 같이 마감 장식하는 공법
내부 비슷한 아파트 특성상 디자인 특화가 브랜드 마케팅으로 자리잡아
탁 트인 조망과 채광은 장점, 냉난방비용·사생활 문제·빛 반사 등은 문제
서울 용산구에 있는 한 아파트에 커튼월 공법 등이 적용돼 있다. (사진=박소다 기자)
서울 용산구에 있는 한 주상복합 아파트에 커튼월 공법 등이 적용돼 있다. (사진=박소다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아파트 시장에서 외관 특화 설계가 단지의 가치를 높이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아파트의 고급스러움을 강조하는 추세가 강해지면서 외부 벽면을 시멘트 위 페인트 처리가 아닌, 유리로 외벽을 마감 장식하는 '커튼월(curtain wall)' 공법과 '커튼월 룩(curtain wall look)' 트렌드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일반 아파트 분양가로는 역대 최고가(3.3㎡당 평균 1억1500만원)를 기록한 서울 용산구의 '포제스 한강'은 외관 전면을 커튼월 공법으로 설계해 전 가구 한강 조망권 개방감을 높였다. 대표적인 하이엔드 아파트 단지로 불리는 '아크로리버파크'와 '래미안원베일리' 등도 커튼월 공법과 커튼월 룩을 선택해 적용했다.

커튼월 이전 아파트 외관 장식은 오랫동안 페인트 도장이 대세였다. 공급 물량 자체가 부족했던 과거엔 아파트 외관 디자인에 대한 입주민들의 니즈(needs)가 크지 않았다. 그러나 비슷한 내부 구조를 가진 아파트 특성상 디자인 특화가 브랜드 마케팅의 핵심으로 자리 잡으며, 고층부와 저층부를 다른 색 페인트로 칠하거나, 저층부 일부를 화강석 등으로 장식하는 등 특색있는 외관 디자인들이 등장하게 된다.

커튼월 공법이란 외벽으로 지붕을 지탱하는 기존 건축 방식과 달리 건물의 하중을 중심부의 코어와 주변 기둥과 보 등으로 분산하고, 외벽은 하중을 받지 않도록 한 후 유리 패널을 겉으로 씌워 마치 커튼을 두른 것 같이 장식하는 공법이다. 대표적으로 여의도 63빌딩, 갤러리아포레, 타워팰리스, 해운대 아이파크, 송도 더스카이, 인천공항, 네이버 본사 등에 이 공법이 적용됐다.

커튼월의 가장 큰 장점으로는 유리 패널의 프레임을 조절해 곡선 처리 장식을 줄 수 있어 외관을 자유자재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파도와 동백꽃 등을 연상시키는 곡선형 디자인으로 설계된 해운대 아이파크가 대표적인 사례다. 또 유리창을 통해 내부에선 탁 트인 조망과 채광을 확보할 수 있고, 건물 바깥쪽은 햇빛이 반사돼 화려하게 보일 수 있다.

이 외벽 유리 패널은 공장에서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골조공사와 같이 진행하기에 공사시간도 오히려 단축된다고 공사 전문가는 말한다. 외관에 콘크리트가 들어가지 않는 만큼 콘크리트 양생(굳히기) 시간을 월등히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유지 보수 차원에선 타일이나 석재 등은 세월이 가면 때가 끼고 변색되면서 노후감이 느껴지는 것을 피할 수 없으나 유리는 재질 특성상 변색이 없어 외벽 청소만 꾸준히 한다면 처음 상태와 똑같다. 깨지는 등의 문제가 생겨도 지방자치단체가 보존하고 있는 해당 설계도를 가져와 다시 규격대로 유리를 발주하면 된다.

그러나 단점으론 유리 패널이 건물을 두르고 있어 여름에는 직사광선을 그대로 받아 덥고, 겨울에는 따듯한 공기 순환이 안되기 때문에 냉난방 비용이 증가한다는 단점이 있다. 또 유리에 창문을 내는 것이 제한을 받다 보니 작은 창호만 가능해 환기·통풍도 기존 방식보다 떨어지고, 콘크리트가 막아주지 않아 외부 충격이나 소음이 그대로 내부에 전달되는 현상도 발생한다.

전면이 유리인 만큼 사생활 침해도 일반 아파트에 비해 클 수 있다. 최근 아파트들은 대지 면적 대비 분양 물량을 늘리기 위해 남향 외에도 서·동·북향을 내고 있는데, 결국 다른 동의 이웃 세대에서 내부를 쉽게 들여다볼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이 외에도 건물 외관에 바깥 풍경이 그대로 비춰 조류 등의 충돌사고도 보고되고 있으며, 유리 빛 반사 등으로 주변 건물에 대한 피해 민원이 있을 수 있다.

왼쪽은 과천 자이의 커튼월룩 부분에 빛반사 된 모습. 빛반사가 다용도실 쪽 창문으로 들어온 모습. (사진=피해 입주민 제공)
왼쪽은 과천 자이의 커튼월룩 부분에 빛반사 된 모습. 빛반사가 다용도실 쪽 창문으로 들어온 모습. (사진=피해 입주민 제공)

실제로 지난 2021년 GS건설이 시공한 '과천자이'에도 커튼월 룩이 적용됐는데, 준공 전 해당 단지와 20~30m에 떨어진 과천센트럴파크푸르지오써밋, 래미안과천센트럴스위트, 과천주공5단지 등 주민들과 빛 반사 문제에 대해 큰 마찰을 빚었다. 또 해운대 아이파크 등도 통유리를 통해 옆 건물 호텔 측과 내부가 서로 보이는 등의 문제로 시공사 현대산업개발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기도 했다.

커튼월의 대안 방식인 커튼월룩은 기존 건축 방식으로 짓되, 콘크리트 벽면에 페인트 마감이 아닌 유리 패넬을 붙여 마감하는 방식이다. 기존 아파트 골조 방식을 따르기 때문에 창호 크기를 크게 할 수 있어 커튼월의 환기·통풍 문제를 개선했다. 그러나 여전히 빛 반사 문제 등과  비싼 시공비, 아울러 커튼월 공법보다 심미성은 크게 떨어진다는 평가다.

이렇듯 여러 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최근 치열한 수주전에서 커튼월 적용은 대세처럼 자리 잡았다. 커튼월 도입 경쟁이 시작된 것은 2015년 말 서울 서초구 무지개 아파트 재건축 수주전 때 GS건설이 커튼월 룩 설계로 수주전에서 삼성물산을 상대로 이긴 때부터로 알려진다. 현재 서울과 주요 지역 랜드마크 단지 수주전에선 조합들은 커튼월·커튼월 룩 설계를 필수항목으로 채택하고 있다.

한 정비업계 전문가는 "커튼월이 부촌 아파트의 표준이 됐다"며 "외관이 화려하면 멀리서도 눈에 띄기 때문에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고, 이런 점이 향후 집값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거란 판단에 비싼 시공비에도 조합원들이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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