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톡톡] 해외건설 상승세 탔지만···'위기론' 나오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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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해외수주 230억달러, 8년만 최고···年350억 달성도 기대되지만
"자본·기술 등 경쟁력 확보 어려워···중동 리스크에 시장 다변화도 필요"
네옴에 건설 중인 부유식 스마트시티 옥사곤 전경. (사진=네옴시티 홈페이지)
네옴에 건설 중인 부유식 스마트시티 옥사곤 전경. (사진=네옴시티 홈페이지)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올해 해외건설 시장은 괄목할 만한 성장세로 연간 350억 달러 수주 목표 달성에 청신호가 켜졌지만 건설업계 표정은 그리 밝지 못하다. 해외사업 수주에서 경쟁력 확보에 부침을 겪고 있는 데다 주요 시장인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졌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은 국내 주택 불황으로 미래 먹거리인 해외시장에 눈을 돌려 기회를 엿보지만 이마저도 녹록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10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해외수주는 지난 2015년 3분기(345억달러) 이후 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230억달러(9월30일 기준) 규모로 성장했다. 연간 351억 달러를 수주한 2020년에 같은 기간(185억달러) 실적과 비교해도 꽤 앞선다. 4분기에도 성장세가 유지된다면 연간 수주 목표치인 350억달러 달성에도 성공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다만 업계에서는 마냥 낙관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주요 경쟁국들 사이에서 우리 기업이 비교 우위를 점하기에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해외건설의 경우 대규모 프로젝트가 많아 사업권 획득을 위해 투자 금융 조달이 중요하지만 막강한 자본을 갖춘 중국, 일본 등과 견줘 우리나라의 투자·지원 규모는 비교가 안된다는 게 업계 의견이다. 

앞서 10년 전부터 중국은 '일대일로(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공동 건설을 국가 핵심 정책 과제로 삼아 국가 주도 하에 전폭적인 투자와 지원을 해왔다. 반면 한국은 지난 2018년에서야 해외건설 민관합작투자사업(PPP) 추진을 위해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카인드)를 만들고 사업 발굴부터 기획·지분 투자 등 해외 수주를 지원해 왔다. 이 같은 격차로 인해 지난 2010년 중국은 해외건설수주 세계 1위에 올라선 뒤 선두권을 달리고 있지만 한국은 세계 10위권 수준에 그치는 실정이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국가 주도로 다수의 해외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력에서도 상당 수준 발전을 이뤘다고 본다.

해외건설업계 관계자는 "과거 시장에선 '값이 싼 중국보다 조금 비싸더라도 기술이 확실한 한국이 낫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막강한 자본력과 국가 주도 투자·지원으로 이제는 중국이 기술력에서도 한국을 많이 따라잡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우리 기업들의 수주가 갈수록 더 쉽지 않은 환경이고, 어려운 싸움을 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해외건설의 경우 미수금, 사업 지연 및 중단 등 여러 애로사항이 상존하는 만큼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실제 건설산업연구원 자료를 보면 해외건설 미청구공사금액은 2021년 10조9712억원에서 작년에 13조1415억원으로 증가했고, 올해는 2015년 미청구공사금액 14조8680억원과 유사할 것으로 예상됐다. 또 과거(2001~2018년) 완료된 898개 사업의 규모별 잠재리스크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5000억원 이상 사업의 경우 초기단계부터 손실 리스크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았으며, 1조원 이상 대형 사업에서는 완료 시점에 공기 지연 현상이 두드러졌다.

해외건설의 시장 다변화 필요성도 제기된다. 해외건설은 중동, 아시아 지역이 시장의 대부분 비중을 차지하는 구조다. 올 3분기 지역별 누적 수주액을 보면 중동(33.9%), 북미·태평양(31.5%), 아시아(19.9%) 순이다. 누적 수주로 두 번째 수주고를 올린 북미·태평양의 경우 대형 사업 수주로 일시적 수주 증가가 있었지만 시장 다각화 측면에서는 지속성이 확보되지 않고 있다. 실제 초도 진출 이후 누적 수주액을 보면 중동이 전체의 50.2%를 차지하고, 아시아가 32.4%로 두 시장의 비중이 82.6%에 달한다. 

이 가운데 주요국인 중동 지역에서 한 달 넘게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이어지고 있단 점도 문제다. 최근 정부와 건설업계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제2 중동붐' 관련 사업 기회를 모색해 왔는데 이 지역 내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산하며 우려를 낳고 있다.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하 건산연) 연구위원은 "이스라엘-하마스 사이 무력 충돌은 해외건설 시장의 최대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무력충돌이 주변국으로 확전되고 장기화하면 유가폭등, 세계경제 침체 등으로 발주 환경이 악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네옴시티 입찰을 준비 중인데 중동지역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 자체가 부담으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이라면서 "지정학적 요인으로 사우디 공사가 쉽지 않고 과거 미수금, 발주처 갑질, 사업 중단 등 손실 사례도 많아 신중하게 사업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해외시장 진출시 수익성과 리스크 등에 대한 보다 신중하고 전략적인 접근과 검토는 물론,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고 사업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선 기업들이 수익성 높고 리스크가 적은 사업을 선별해서 들어가는 전략적인 접근이 중요할 것"이라면서 "체급 자체가 다른 주요국 사이에서 경쟁하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고위급 회담 정례화 등 협력 네트워크 구축과 지분 투자, 금융 지원 등을 바탕으로 국가적 개런티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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