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서비스 업계, 변화 바람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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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열풍…IT아웃소싱 사업자 변화
IT인력 이동 놓고 진통 이어질 듯
신규 사업자 진출로 오픈마켓은 줄어

[서울파이낸스 이상균 기자] <philip1681@seoulfn.com> 2008년 상반기가 끝났다. IT서비스 업체들도 상반기에 진행하던 사업을 잠시 미룬 채, 휴가 시즌에 돌입했다. 지난 상반기 IT서비스 업계는 LG CNS-SK C&C 교육과학기술부 사업 분쟁, 스티마소프트 소송, SK C&C의 IPO(기업공개) 추진 등이 큰 사건으로 꼽힌다. 규모가 큰 IT서비스 ‘빅3’에 여전히 관심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제공 © 서울파이낸스

하지만 시각을 조금만 더 넓혀보면, 기업의 M&A 열풍에 따른 사업자 변동과 신규 사업자의 등장 등 향후 IT서비스 산업의 변화가 예측되는 사건도 연이어 졌다. 이에 본지에서는 IT서비스 업계의 상반기를 되돌아보는 동시에 새로운 변화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봤다.

■업계 순위 재편 불가피
가장 큰 변화의 조짐은 기업의 M&A에 따른 IT아웃소싱 사업자의 변화 가능성이다. 국내에서 지배주주가 존재하는 28개 기업집단의 IT회사 수가 총 30개에 이를 정도로, 대기업들에게 IT서비스 업체를 보유하는 것은 일반적이다. 기업의 모든 정보가 집약돼 있는 IT 아웃소싱을 타 회사에게 맡기기 보다는 자사가 직접 챙기기를 원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또, 이왕 들어가는 예산이라면 같은 계열사에게 맡기는 게 이득이란 생각도 작용한다. 이로 인해 기업간 M&A가 성사되면, 인수된 기업의 IT아웃소싱 업무는 인수한 기업의 IT서비스 회사가 맡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런 변화가 예상되는 M&A 사례로는 SK텔레콤-하나로텔레콤 합병, 롯데그룹의 대한화재 인수, 유진그룹의 서울증권 인수, 한화그룹의 제일화재 인수 등이 있다. 이에 따라 하나로텔레콤은 SK C&C가, 대한화재는 롯데정보통신이, 제일화재는 한화S&C가 IT아웃소싱을 맡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유진그룹의 경우 계열사로 유진데이타라는 IT업체를 보유 중이지만 작년 매출액이 124억원에 그칠 정도로 규모가 작고, SI사업 경험도 많지 않아 타 업체에게 IT아웃소싱을 맡길 가능성이 크다.

IT서비스 업계의 순위도 재편될 전망이다. 특히 모그룹이 몸집을 불린 롯데정보통신과 한화S&C의 순위 상승이 예상된다. 롯데정보통신의 경우 꾸준히 외부사업 비중을 높이면서 올해 매출목표를 3200억원으로 잡은 상태다. 이 같은 금액은 7위 현대정보기술(2529억원)을 앞지르는 수치다.

한화S&C 또한 모그룹이 증권사와 대우조선해양의 M&A에도 뛰어들 계획이기 때문에 매출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한화S&C는 지난해 2237억원의 매출을 기록, 업계 10위에 진입했다.

■민감한 작업
IT 아웃소싱 업체의 변동은 각 계열사의 IT조직을 IT서비스 업체로 통합하는 민감한(?) 작업을 수반한다. 하지만 그 작업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기존 IT인력의 반발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일례로 대한생명이 한화그룹에 인수된 이후, IT인력의 한화S&C 이동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현재까지는 ‘설’로만 그치고 있다. 대한생명은 희망자에 한해서 한화S&C로 이동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200명에 이르는 IT 인력 중 이동자는 극소수에 불과한 상태다. 새로운 조직에 몸담아야 한다는 부담감과 급여체계의 차이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이런 움직임은 최근 KT가 설립한 가칭 KT IT서비스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KT는 KTF의 IT인력을 KT IT서비스로 이동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KTF 노조의 반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우정보시스템과 EDS의 합작 법인인 DIS-EDS는 다소 상황이 다르다. HP는 EDS를 지난 5월 인수했지만, DIS-EDS에 대해선 여전히 관망하고 있다. 큰 변화를 꿰하기 보다는 순차적인 지분인수를 통해 경영권을 넘겨받는 방안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DIS-EDS가 GM대우의 IT아웃소싱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인력의 유지가 급선무라는 얘기다. 실제로 HP는 기존에 한국IBM이 담당하던 GM대우의 하드웨어 및 프린팅 유지보수 사업은 가져왔지만, DIS-EDS가 맡고 있는 IT 아웃소싱은 그대로 남겨두고 있다.
 
■반갑지 않은 신규사업자의 등장
신규사업자의 진출도 이어지고 있다. KT가 설립한 가칭 KT IT서비스와 메리츠화재가 설립한 메리츠금융전산서비스 등이 그렇다. 특히 KT IT서비스는 4000억원 가량의 매출이 예상되면서 IT서비스 업계의 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 같은 수치는 4위 오토에버시스템즈와 비슷한 규모다.

메리츠금융전산서비스 또한 메리츠화재, 메리츠증권, 메리츠종합금융의 IT 업무를 맡게 된다면 일정 순익을 올리는 데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계열사가 아닌 순수 경쟁이 이뤄질 수 있는 ‘오픈마켓’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기존 IT서비스 업체에게는 악재다. 일례로 메리츠금융전산서비스가 출범하면서 일정 규모 이상의 IT계열사를 보유하지 않은 보험사는 현대해상, 미래에셋생명과 은행계 보험사뿐이다. 현대해상의 경우 현대데이타시스템즈라는 IT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지만,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썬에게 맡길 정도로 아직 경험이 부족한 상태다. 은행의 IT계열사 또한 마찬가지다.

이 같은 ‘오픈마켓’의 축소는 대기업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는 증권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CJ투자증권을 인수한 현대중공업, 신흥증권을 인수한 현대자동차, 이트레이드증권의 지분을 인수한 LS전선 등이 증권업계에 진출한 상태다. 이와 함께 롯데그룹, STX그룹, 두산그룹 등도 진출을 추진 중이다. 이들 대기업이 대부분 IT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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