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이주현 기자] 동화약품이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인사아트센터에서 '2023 가송예술상' 시상식을 열어 '이어질 리리(邐)'의 작가 릴리 리(Lili Lee)한테 대상을 건넸다고 5일 밝혔다. 2012년 제정된 가송예술상은 동화약품의 등록상표인 접는 부채(접선·摺扇)을 주제(모티브)로 젊은 작가들이 참여하는 시각예술 분야 공모전이다.
5일 동화약품에 따르면, 올해 대상 수상작 '이어질 리邐'는 무속(샤머니즘)에 주술적 이동 순간을 접선의 뜻으로 해석했다. 무당(샤먼)이 의식을 벌이는 행위(퍼포먼스)와 무복, 음악, 악기 등을 보고 비가시적 요소들과 연결해 주술적 이동 순간으로 재현한 것이다. 릴리 리는 "한국에서 여는 첫 전시에 대상을 타게 됐다. 좋은 기회를 만들어 준 부채표 가송재단에 감사를 전하며, 앞으로 더 좋은 활동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우수상 수상자 두 명 가운데 최희정 작가는 '아쎄 비엔또'(Hace viento)와 '갈라테이아' 영상설치 작업으로 종이접기 모양에 따라 다른 형태를 보이는 조명 조각과 부채의 형상 같은 악기인 반도네온의 연주 영상을 보여준다. 에이디에이치디(ADHD) 작가는 '고리'란 작품에서 쥘부채의 접힘과 펼쳐짐이 순환되는 고리 모양 종이접기 구조체로 탄생부터 죽음까지 과정을 담아냈다.
김다슬 작가는 국내에서 유일한 접선장인 김대석과 손잡고 선보인 작품 '아네모텍스: 바람풍경'으로 협업(컬래버레이션)상을 받았다. 해당 작품의 특징은 정보무늬(QR코드)를 거쳐 김대석 장인의 부채에 실시간 변환(매핑)한 영상으로 실제와 가상의 동시 확장을 탐구하는 것이다.
올해 가송예술상 본선 진출자 10명의 작품은 이달 12일까지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제8회 여름생색'전(展)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여름 생색은 부채요, 겨울 생색은 달력이라(鄕中生色 夏扇冬曆)'는 속담에서 비롯된 여름생색전은 동화약품이 고려 시대부터 이어진 접선의 예술적 가치 향상과 대중화를 목적으로 2011년 시작했다. 2012년부터 가송예술상 본선 진출자들이 참여하는 공모전으로 바뀌었다.
이번 여름생색전을 총괄 기획한 윤현경 동화약품 상무는 "작가들의 개성과 재치로 탄생한 작품을 통해 물성의 부채가 무형의 가치로 확장됐으며, 전통과 현대의 문화가 공존하는 공간이 만들어졌다"면서 "앞으로도 현대적으로 해석된 부채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나아가 전통 문화예술을 지켜가고자 노력하겠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