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9년 만에 적자···이자비용·연체율 '발목'
저축은행, 9년 만에 적자···이자비용·연체율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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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순손실 523억원···전년比 5000억원↓
지난해 팔았던 고금리 예·적금 '부메랑' 돼
한 저축은행 영업점 모습. (사진=서울파이낸스DB)
한 저축은행 영업점에서 고객상담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저축은행들이 올해 1분기 500억원대 규모의 당기순손실을 내며 9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주 고객이 서민층인 저축은행은 경기 변동에 민감한데, 최근 경기 둔화에다 고금리 기조마저 장기화되면서 연체율이 급증,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5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국내 79개 저축은행은 올해 1분기 52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 2014년 2분기 이후 약 9년 만에 적자로 전환했다. 지난해 1분기 4563억원의 순이익을 냈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새 순이익이 5000억원 넘게 떨어진 것이다.

적자를 면한 상위사의 경우에도 지난해와 비교하면 순이익이 대폭 줄었다. 자산규모가 가장 큰 SBI저축은행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37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901억원) 대비 95.9% 감소했다. 같은 기간 한국투자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의 순이익은 137억원, 81억원으로 각각 20.3%, 70% 줄었다.

업권 내 자산규모 5위인 페퍼저축은행은 순이익이 대폭 하락,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1분기 순이익 101억원에서 올해 1분기 25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상위권 회사 중에서는 OK저축은행이 유일하게 실적 개선을 이뤘다. OK저축은행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37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했다. OK저축은행은 보유 중이던 부실채권을 대거 팔면서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 투자한 기업으로부터 받은 배당금 수익(280억원)도 쏠쏠했다.

단, 모두 일회성 요인으로, 이를 제외하면 업권 전반의 부진 흐름을 피해가지 못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OK저축은행 관계자는 "대출채권 매각에 따른 충당금 환입 효과와 보유중인 유가증권 배당금 수익이 단기적 요인으로 1분기 실적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저축은행이 올해 실적 부진을 겪은 것은 연체율 상승과 관련이 깊다. 경기 둔화, 고금리 장기화 등으로 취약차주들의 상환능력이 떨어지면서 저축은행들이 대출자산 부실화에 대비하고자 대규모 충당금을 쌓았기 때문이다.

실제 저축은행업권의 올해 1분기 연체율은 5.1%로 지난해 1분기 3.4%보다 1.7%p(포인트) 상승했다. 업권 상위사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페퍼저축은행의 연체율이 지난해 1분기 2.42%에서 올해 1분기 5.82%로 3.4%p 올랐다. 뒤이어 OK저축은행이 4.07%에서 6.83%로 2.76%p, SBI저축은행이 1.38%에서 3.36%로 1.98%p 각각 올랐다. 이 밖에 △웰컴저축은행 2.62%→4.42%(1.8%p↑) △한국투자저축은행 2.36%→3.61%(1.25%p↑) 등을 기록했다.

대손충당금 규모도 대폭 늘었다. 상위 5개사(SBI·OK·한국투자·웰컴·페퍼저축은행) 기준 올해 1분기 대손충당금은 2조5914억원이다. 지난해 1분기(2조3103억원)보다 12.2% 증가했다.

자금조달 차원에서 지난해 하반기 앞다퉈 예·적금 금리를 끌어올렸던 탓에 현 상황에서 치러야 할 이자비용도 상당한 수준이다. 1분기 상위 20개 저축은행의 이자비용은 9600억원 규모로 전년보다 136% 증가했다.

저축은행들은 지난해 하반기 레고랜드발(發) 자금경색 사태로 전 금융업권 내 수신경쟁이 치열해지자 예·적금 금리를 연 5~6%대까지 끌어올린 바 있다. 수신금리 인상은 당시 수신고를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전략이었으나 결과적으로 수익성 악화를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은 1금융권을 이용하기 어려운 취약차주를 대상으로 영업을 하기 때문에, 경기가 악화돼 취약층이 어려워지면 저축은행 실적도 자연스럽게 악화되는 측면이 있다"며 "그나마 실적 방어에 성공한 저축은행들도 '울며 겨자먹기'로 헐값에 부실채권을 대거 넘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는 은행들도 5%대까지 예금금리를 올리던 상황이었다"며 "당시 팔았던 고금리 예·적금 특판이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지만, 당시에는 사실상 유일한 수신잔고를 지켜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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