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이는 증권사 수수료 인하
속보이는 증권사 수수료 인하
  • 김성호
  • 승인 2003.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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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의 ‘제살깍기식’ 수수료 경쟁이 어제 오늘 일만은 아니지만 최근 경영수지 악화에도 불구하고 수수료 내리기에 급급한 증권사를 볼 때면 안쓰러운 마음까지 든다.

더욱이 자존심 하나로 꿋꿋이 버텨온(?) 대형증권사 마저 최근 수수료 인하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져 있는 모습을 보면 이 같은 마음은 배가 된다.
그러나 어차피 내릴 수수료라면 좀 더 떳떳한 자세로 내릴 수는 없는 것일까.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수단으로 수수료를 내리는 마당에 ‘이눈치 저눈치’ 봐가며 수수료를 내리는 모습이 과히 좋아보이지 만은 않는다. 더욱이 고객의 거래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혹은 이익의 일부분을 고객에게 드리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들어가며 수수료를 내리는 모습이 참으로 ‘속보인다’고 아니 말할 수 없다.

최근 증권관련 유관기관들이 올 연말까지 증권사 수수료 징수를 면제키로 했다. 이에 발맞춰 일부 증권사가 유관기관이 한시적으로 면제해 준 수수료 부분만큼을 고객에게 돌려준다는 명목으로 온라인수수료를 인하하고 나섰다.

그러나 그 동안 이들 증권사가 유관기관에 주장해 왔던 내용을 종합해 볼때 과연 고객을 배려한 마음에서 수수료를 인하한 것인지 다소 의아스럽다.
이맘때쯤 증권업계에서 종종 들리는 말은 이른바 유관기관의 ‘선심성 수수료 면제’다. 올 초 세웠던 예산을 모두 충당했으니 증권사에게 단 몇 개월이라도 선심을 베풀기 위해 수수료를 면제해 준다는 게 증권사들은 생각인 것이다.

이에 기자가 만난 몇몇 증권사 임원들은 “증권사가 어려워도 꼬박꼬박 거래세를 징수해 가는 유관기관이 선심성으로 몇 개월만 수수료를 면제해 줄 것이 아니라 아예 수수료를 대폭 낮춰야 한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결국 먹기 살기도 어려운 판에 수수료라도 내려줘야 증권사가 살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처럼 증권 유관기관의 수수료 인하를 거듭 주장해 온 증권사들이 한시적으로 면제된 유관기관 수수료를 고객에게 되돌려준다는 것이 과연 설득력 있는 이유일까.

더욱이 그 어느때보다 경영수지 악화로 고생하며 인원감축 및 지점폐쇄와 같은 고육지책을 쓰고 있는 증권사들이 비록 2개월에 한정된 수수료 면제라지만 이를 이용해 대고객 수수료 인하 이벤트를 개최한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기자는 최근 증권사들이 잇따라 온라인 수수료를 인하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수료 인하시기만 엿보던 이들 증권사가 유관기관의 수수료 면제를 하나의 빌미로 들어 이에 편승하려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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