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갈아타기' 대환대출 플랫폼 가동···빅테크 쏠림 심해지나
'금리 갈아타기' 대환대출 플랫폼 가동···빅테크 쏠림 심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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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페이·토스, 제휴 은행 多···중소사, 고객유치 고심
금융사 앱선 타사 대출로 대환 불가능···편의성 '의문'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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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손쉽게 더 저렴한 금리의 신용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대환대출 플랫폼'이 31일 베일을 벗은 가운데, 출시 전부터 우려됐던 대형사 쏠림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카카오페이, 토스 등 빅테크들이 다수 금융회사와의 제휴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한 반면 규모가 크지 않은 핀테크사들은 상대적으로 금융사 제휴에 고전하는 모습이어서다.

여기에 플랫폼별로 제휴 금융사 수가 천차만별인 데다 금융사 앱에서는 해당 금융사 대출상품으로만 대환이 가능한 상황이어서 소비자들이 기대했던 무한 금리경쟁 효과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부터 대환대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출비교 플랫폼 가운데 카카오페이와 토스가 가장 많은 금융사와 제휴를 맺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기준 카카오페이는 시중은행 8개, 제2금융권 8개 등 총 16개 금융사의 신용대출 상품을 자체 대환대출 플랫폼에서 제공하고 있다. 대환대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7곳 가운데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모두 입점한 곳은 카카오페이가 유일하다. 카카오페이는 다음달 초부터 8개 금융사(은행 2개·제2금융권 6개)를 순차적으로 입점, 총 24개 금융사의 상품을 제공할 예정이다.

토스는 현재 시중은행 6개, 제2금융권 11개 등 총 17개 금융사와 제휴를 맺고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제휴를 논의 중인 금융사를 포함하면 다음달 초까지 22개 금융사 상품을 제공할 수 있을 전망이다.

대형 빅테크 중 한 곳인 네이버페이의 경우 하나·우리·SC제일은행 등 은행 3곳과 제2금융권 10곳 등 총 13개 금융사가 입점한 상태다. 앞서 네이버파이낸셜이 지난달 저축은행중앙회와 대환대출 인프라 참여 업무협약을 체결한 만큼 인프라 구축이 완료되는대로 18개 저축은행이 모두 네이버페이 플랫폼에 참여할 예정이다.

반면, 이날 동시에 플랫폼을 개시한 다른 핀테크사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입점 금융사 수가 많지 않았다. 핀다의 경우 이날 기준 총 7개 금융사(은행 2개·제2금융권 5개) 상품을 제공 중인데, 현재 제휴를 논의 중인 곳까지 포함해 상품 제공 금융사는 곧 11개로 늘어날 예정이다. 뱅크샐러드는 시중은행 한 곳과 제휴를 맺은 상태다. 이 밖에 KB국민카드와 웰컴저축은행 플랫폼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제휴 금융사가 얼마나 많은지에 따라 대환대출 플랫폼 성공 여부가 결정되는 상황에서 출시 초반부터 대형사 중심의 시장이 형성된 것이다. 특히, 서비스의 핵심이 '갈아탈 수 있는 금융사 대출이 얼마나 있느냐'인데, 은행 등 주요 금융사들은 고객군이 많고 거대 인프라를 보유한 빅테크들과의 제휴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 중소형 핀테크사들은 금융사와 제휴를 맺는 과정에서 빅테크보다 불리한 상황인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도 이 서비스가 어느 정도 파급효과가 있는지를 지켜봐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고객이 많은 업계 상위권 플랫폼사들과 제휴를 고려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를 해소할 뚜렷한 방안이 없다는 데 있다. 대형사 쏠림 현상이 앞으로 더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중소형 플랫폼들은 이자혜택을 추가로 제공하는 등의 고육지책을 통해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신진창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지난 30일 진행한 대환대출 플랫폼 브리핑에서 "가급적 많은 금융사가 플랫폼에 입점하는 것이 경쟁을 촉진하고 소비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갖고 있다"면서도 "입점 여부는 금융회사와 그 플랫폼 간 신뢰도, 평판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돼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모든 플랫폼에 모든 시중은행이 입점해야 한다는 입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출비교 플랫폼이 아닌 각 금융사 앱에서 제공하는 대환대출 서비스의 경우 자사 상품으로만 대환이 가능하다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예컨대, A은행의 모바일뱅킹에서는 다른 금융사 대출상품과 조건을 비교해볼 수 있지만 대환의 경우 A은행 상품으로만 신청할 수 있다.

대환대출의 흥행 여부는 최대한 많은 금융사 대출을 한눈에 비교해보고 쉽게 갈아탈 수 있는지에 달렸는데, 대환을 하려면 각 금융사 앱에 일일이 접속해야 한다는 점에서 소비자 편의성이 높은지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또 플랫폼과 금융사별로 대출비교 가능 상품이 상이하다보니 완전경쟁에 따른 금리인하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다만, 당국은 향후 참여 금융사 수가 늘어날수록 금리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란 설명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사가 플랫폼에 상품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결과적으로 고객을 자사로 유치하는 데에도 불리한 측면이 있다"며 "소비자 이동이 늘고 금융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 대출금리가 일정 범위 내로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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