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금리인데···'초단기 적금' 외면하고 '이색 적금' 몰리는 이유
비슷한 금리인데···'초단기 적금' 외면하고 '이색 적금' 몰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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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만기 1개월 적금 출시···이자혜택 미미해 고객 '외면'
같은 금리조건인데 흥행 이색적금···재미 좇는 MZ 타깃 성공
출시 한 달여 만에 30만좌를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한 토스뱅크 '굴비적금'. (사진=토스뱅크)
출시 한 달여 만에 30만좌를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한 토스뱅크 '굴비적금'. (사진=토스뱅크)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은행권이 앞다퉈 내놓고 있는 최소 만기 1개월짜리 초단기 적금이 기대에 못미치는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고금리를 주더라도 월 최대 납입액이 20만~50만원으로 낮은 탓에 실제 이자혜택을 체감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반면, 비슷한 금리·납입액 조건이라도 미션을 수행하는 등의 재미를 더한 적금상품에는 한 달 만에 약 30만명이 몰리는 등 인기몰이를 하고 있어 눈에 띈다.

20일 은행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 가운데 만기 최소 1개월짜리 초단기 상품을 판매하는 곳은 KB국민·신한·하나·NH농협·IBK기업은행 등이다. 기존에 은행들은 만기가 최소 6개월 이상인 적금상품만 취급할 수 있었으나 한국은행이 지난해 11월 '금융기관 여수신이율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면서 지난달부터 만기를 최소 1개월까지로 축소할 수 있게 됐다.

현재 만기 1개월짜리 초단기 적금으로는 △국민은행 'KB 특별한적금' △신한은행 '한 달부터 적금' △하나은행 '하나 타이밍적금' △농협은행 'NH올원e미니적금' △기업은행 'IBK디데이적금' 등이 있다.

앞서 은행들은 장기저축에 부담을 느끼는 20~30대 트렌드를 고려했을 때 초단기 적금에 대한 인기가 상당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지난달부터 관련 상품을 속속 출시했다. 특히, 최근 은행 기본 예적금 상품의 금리가 연 2~3%대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초단기 적금의 금리를 연 4~6%로 책정, 고객 유치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초단기 적금은 기대 밖의 '흥행 부진'인 모양새다. 고금리를 준다고 하더라도 월 최대 납입액이 작은 탓에 예금자 손에 떨어지는 실제 이자액이 월 1000원 수준으로 낮았기 때문이다.

최대 연 6%로 가장 높은 금리를 주는 국민은행의 'KB특별한적금'의 경우 월 최대 납입액은 30만원이고, 만기는 1~6개월이다. 한 달간 30만원을 저축한다고 했을 때 받는 이자는 세후 1270원에 불과하다. 6개월 만기를 채운다고 하더라도 이자는 2만6650원 수준에 그친다.

하나은행의 '하나 타이밍적금'은 월 최대 납입액이 50만원으로 국민은행보다 많지만 최대 연 3.95% 금리를 적용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이자(만기 1개월)는 1395원에 그친다. 최대 납입기간인 6개월을 채웠을 때 수령받는 이자는 2만9252원이다.

농협은행의 경우 최대 연 4.7% 금리의 초단기 적금 'NH올원e미니적금'을 최근 선보였는데, 하루 최대 납입액을 5만원으로 설정했다. 월 평균 영업일을 20일이라고 했을 때 한 달에 최대 100만원까지 납입이 가능하도록 했다. 납입액 규모는 다른 은행보단 크지만 1개월 만기 시 이자가 3326원으로 고객을 유치하기엔 매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초단기 적금이 출시된지 한 달 가량 지났는데, 아직까지는 외부에 알릴 정도의 유의미한 실적이 사실상 아니다"라며 "초반 흥행은 아니지만 출시된지 얼마 안됐기 때문에 좀 더 지켜볼 필요는 있다"고 설명했다.

초단기 적금이 출시 초반 부진을 겪는 가운데 비슷한 조건의 이색 적금에는 예금자들이 다수 몰리고 있다. 새로운 재미를 원하는 MZ세대를 겨냥해 게임형식으로 미션을 부여하거나 팬덤 문화를 결합한 저축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가 지난달 선보인 '굴비적금'은 한 달여 만에 30만계좌를 넘어섰다. 1인 1계좌 한도로 가입이 가능한 만큼 30만명에 달하는 예금자가 이 상품을 찾은 것으로 해석된다.

굴비적금은 고객이 자유롭게 저축을 할 때마다 천장 위에 매달려 있는 굴비가 밥상으로 조금씩 내려오는 재미를 더했다. 5번 이상 저축하면 굴비가 밥상에 도착해 원하는 반찬을 하나씩 추가할 수 있다. 고객은 저축을 통해 만든 밥상을 SNS에 공유, 지인들과 비교해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굴비적금의 조건을 보면 다른 시중은행의 초단기 적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월 최대 30만원까지 납입이 가능하고, 만기 6개월에 연 최대 5%의 금리가 적용된다. 6개월간 매월 30만원씩 저금한다고 했을 때 만기시 받을 수 있는 이자액은 세후 2만2220원이다. 이자액만 보면 다른 초단기 적금과 차이가 없지만 재미를 더한 '이색 상품'으로 고객 유치에 성공한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이색 상품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은행들도 재미를 찾는 고객층을 겨냥한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저축과 아이돌 팬덤 문화를 결합한 기록통장 '최애적금'을 출시했다. 좋아하는 아이돌과 관련한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일정금액을 저축하는 방식으로, 하루만 예치해도 연 2%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MZ세대는 저축으로 돈을 모아야 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하기보다 단기간이라도 재미있게 저축하고, 언제든지 쉽게 갈아타는 것을 선호하는 특성에 중점을 두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이색 예적금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도 많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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