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카드사는 왜 고객혜택을 줄였을까
[기자수첩] 카드사는 왜 고객혜택을 줄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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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올해 초 기자의 한 지인은 카드사로부터 무이자할부 혜택이 최대 3개월로 줄었다는 문자를 받았다. 그는 대금을 연체하지도, 신용등급이 하락하지도 않았는데 일방적으로 혜택을 줄이는 게 맞냐며 씁쓸함을 드러냈다.

이뿐만 아니라 최근 커뮤니티를 둘러보면 혜택이 많은 이른바 '혜자카드'가 곧 단종된다며 미리 신청하라는 글들이 자주 보인다. 각종 혜택이 담긴 이벤트도 일년새 확연히 줄었다.

이런 움직임은 악화된 카드사 수익성에 기인한다. 실제 1분기 전업 카드사들의 영업수익은 5조902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나 늘었지만, 영업비용과 관리비 등을 반영한 순이익은 같은 기간 23.4%나 감소했다. 엔데믹 효과로 매출이 늘었지만, 조달비용과 건전성 등에 발목 잡힌 셈이다.

특히 정부가 3년마다 가맹점 수수료율을 인하해 온 결과, 본업이라 할 수 있는 신용판매부문에선 역마진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카드사 입장에선 고객의 카드사용이 늘어날수록 손해가 커지는 만큼, 고객유인을 위한 마케팅을 축소해 비용을 절감하는 셈이다.

최근 몇 년 간 카드사는 신용판매에서 발생한 적자를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 등 대출사업을 통해 메워왔다. 그러나 지난해 고금리 기조 속 조달비용이 급증하며 대출 부문의 수익성이 악화되자, 디마케팅이라는 강수를 통해 '버티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결국 정부는 뿔난 카드사들을 달래고자 카드수수료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적격비용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TF가 구성된지 1년이 넘었음에도 마땅한 성과 없이 지지부진하게 흘러가고 있다. 카드사 측에선 TF가 생색내기용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악화된 본업을 대체할 새 수익원으로 데이터사업과 종합지급결제업을 제시했지만, 그마저도 수익모델이 불분명하거나 좌초될 위기다. 그 사이 카드사 수익성은 계속 악화됐고, 그 피해는 이제 소비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카드혜택이 줄어드는데 소비를 굳이 늘릴 이유가 없다. 이는 기업뿐 아니라 소상공인들에게도 직격탄이 돼 내수부진으로 이어진다. 수수료 인하 명분이 자영업자 보호라는 점을 감안할 때 아이러니한 결과다. 더구나 수수료 인하 효과가 내수부진에 따른 피해를 어느 정도 메울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는 게 카드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런 상황이 연출된 것은 수수료율이 원가를 합리적으로 따져보고 정해진 게 아니라, 정부와 국회의 포퓰리즘적 판단에 따라 결정됐기 때문이다.

역으로 현재 카드사의 발목을 잡고 있는 높은 조달비용 등을 감안했을 때 향후 수수료율을 높이는 게 타당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카드업계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수수료 재산정 작업이 표심을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는 시각이 팽배해서다.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선 정치논리가 아닌 시장논리에 입각한 해법이 필요하다. 합리적인 과정을 통해 수수료율을 결정하고, 불합리한 규제를 해소해 경쟁력을 높여줘야 한다. 단순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카드사에 전가하는 것만으로는 지금과 같은 악순환이 이어질 뿐이다.

이유 없는 결과는 없다. 이제는 정부가 소상공인뿐만 아니라 카드사의 고통에도 한번쯤 귀 기울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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