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청년에게 공정한 세 번의 기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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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태어나면 인생을 살면서 세 번의 기회가 찾아온다고 한다. 주역은 사람은 18년마다 큰 변동을 겪는 기회가 찾아온다고 풀이하고 있다. 18세, 36세, 54세를 전후로 온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과거 수명이 60세에도 미치지 못하던 때 통계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그럼 대한민국에서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똑같이 찾아오는 세 번의 기회는 무엇일까. 그것은 배울 기회, 직업을 선택할 기회, 결혼할 기회라고 생각한다.

우선 누구에게나 배울 기회가 주어진다. 고등학교까진 의무교육이니 평등하게 배울 기회가 주어진다. 문제는 대학이다.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학벌은 중요한 문제다. 소위 '인(in) 서울'이냐, 또는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냐에 목숨을 건다. 맹자가 환생해 우리네 어머니들을 본다면 '맹모 삼천지교'의 표본 국가로 꼽을 것이다. 아이들 교육 문제에서만큼은 부모, 특히 어머니들의 양보는 없다. 좋은 대학을 보내고자 하는 부모 열망에 따라 좋은 학군, SKY 많이 보내는 고교가 있는 곳은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에도 아랑곳없이 집값이 천정부지다.

누구나 배울 기회가 주어지지만 누구나 좋은(?) 대학을 가긴 어렵다. 특히 지방에 있는 학생들은 '인 서울' 하기가 더 힘들다. 고교 평준화 정책에 따라 과거 지방의 명문고들이 사라지면서 지방 학생이 서울 소재 대학에 들어오기가 더 힘들어졌다. 상대적으로 돈 많은 금수저 자녀가 좋은 중·고교를 나와 좋은 대학에 들어간다. 지방 흙수저 자녀들은 언감생심, '인 서울'을 포기하기 십상이다.

두 번째로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기회는 직업을 선택할 기회다. 인생의 방향을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기회다. 그러나 직업을 선택할 기회마저 우리 사회에선 평등하게 주어지지 않는다. 아예 직업을 선택할만한 기회조차 많지 않다. 우리나라 청년 실업률은 국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항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좋은 직업을 선택하고자 하지만, 좋은 자리는 극히 드물다. 좋은 일자리도 금수저 자녀가 차지하기 일쑤다. 흙수저 자녀들은 그저 이 사회를 '헬(Hell) 조선'이라고 욕하고, 정부를 욕하고, 정치를 혐오할 뿐이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그야말로 옛말이 됐다.

세 번째 기회는 인생의 반려자를 맞을 기회다. 그러나 결혼할 기회, 역시 우리 청년들에겐 공평하게 찾아오지 않는다. 가진 자의 자녀는 좋은 아파트에서 신혼을 시작하지만, 그렇지 못한 자의 자녀는 결혼을 아예 포기한다. 가까스로 좋은 대학에 들어와 그럭저럭 괜찮은 기업에 취업한다 해도, 혼자 벌어 가정을 꾸리기는 어려운 게 우리의 엄연한 현실이다. 맞벌이를 한다 해도 집을 구하기조차 힘들다. 아이를 낳아 키우기는 더 힘들다. 10년 전만 해도 아이 하나 낳아 먹이고 입히고 대학까지 마치는 데 드는 비용이 3억원 안팎 들어간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엔 5억원 이상이 든다는 말이 회자된다. 좋은 대학에 보내려면 고액 과외를 해야 하고, 대학을 들어가서도 한 학기에 1000만원에 달하는 등록금을 내야 하다. 대학원이나 유학까지 보내고, 결혼까지 시키려면 5억원도 턱없이 모자란다.

세 번의 기회, 누구에게나 오는, 아니 누구에게나 와야 하는 세 번의 기회가 우리 사회에선 전혀 공정하고 평등하게 오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기회는 오지만, 노력하면 더 큰 기회를 잡을 수 있는 확률이 낮아졌다는 말이다.

현 정부는 기회를 어떻게 하면 공평하게 나눠 줘 '노력하면 꿈은 이뤄진다'는, 청년들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정책을 큰 틀에서 고민하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소외 계층, 저소득층 가구 청년들에게 정부 보조금을 주고 '할 일 다했다' 하지 말고, 그 청년이 좋은 대학에 가서, 열심히 공부하면 좋은 직업을 얻고, 원하는 이성과 결혼할 수 있다는 공평한 기회의 희망을 줘야 이 땅의 미래가 밝을 것이다. 제대로 배울 기회도, 제대로 직업을 선택할 수도, 제대로 결혼해 아이를 낳을 수도 없는 현실을 그저 넋 놓고 바라보고만 있어야 하나.

청년이 고통받고, 아이 울음소리가 사라져가는 이 땅의 미래는 암울해 보인다. 그 누구든 인생 세 번의 기회를 땀흘려 노력하면 크게 살릴 수 있어야 한다. 그 기회를 발판으로 더 큰 일을 하고, 더 행복한 나라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국가를 다스리는 위정자를 비롯해 이 땅의 웃 어른들은 공정한 세 번의 기회를 청년들에게 돌려줘야 할 의무가 있다.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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