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할 게 없는 시중은행 예금 2%대 '뚝'···저축은행 4%대 '쑥'
급할 게 없는 시중은행 예금 2%대 '뚝'···저축은행 4%대 '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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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예금금리, 6개월 만에 5%→2~3%
자금조달 '비상'에 4%대 복귀한 저축銀 금리
'수익성' 악화 저축은행···금리 마저 '진퇴양난'
한 저축은행 영업점 모습. (사진=서울파이낸스DB)
한 저축은행 영업점에서 고객 상담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올해 들어 시장금리가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지난해 11월 연 5%를 넘나들던 은행 예금금리가 6개월 만에 연 2~3%대로 떨어졌다. 은행권에 대한 대출금리 인하 압박이 지속되는 만큼 수익성 방어 차원에서 은행 예금금리 하락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은행 예금상품 매력이 크게 떨어지면서 저축은행 예금상품이 대안으로 뜨는 추세다. 수신잔액이 급격히 빠지면서 자금조달에 비상이 걸린 저축은행들이 최근 예금금리를 앞다퉈 올리고 있어서다.

17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전국 18개 은행이 공시한 40개 정기예금 가운데 1년만기 기본금리가 연 2%대인 상품은 6개다. 나머지 상품은 모두 3%대 금리를 기록하고 있다.

금리가 연 2%대인 상품은 △KDB산업은행 정기예금 연 2.7%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 연 2.9% △하나은행 하나의정기예금 연 2.6% △Sh수협은행 Sh첫만남우대예금 연 2.85% △BNK부산은행 LIVE정기예금 연 2.75% △BNK경남은행 BNK더조은정기예금 연 2.7% 등이다.

지난해 11월 은행권에서 연 5%대 금리의 정기예금이 나왔던 것을 고려하면 약 6개월 만에 예금금리가 절반 가량 떨어진 것이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11월 금리가 연 5.18%(1년만기)에 달했던 우리은행의 '우리 WON플러스 예금'은 이날 기준 연 3.57%를 기록하고 있다.

은행 예금금리가 급격하게 떨어진 것은 시장금리 하락 영향이 크다. 시장금리는 글로벌 긴축 종료 기대감이 커지면서 올해 들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1일 기준 은행채(무보증·AAA) 3년물과 1년물 금리는 5.077%, 4.937%였지만 지난 16일엔 3.762%, 3.699%로, 각각 132bp(1bp=0.01%p), 124bp 하락했다.

한편으론, 은행들이 금융당국 압박으로 대출금리를 올리기 어려운 분위기가 되면서 마진 방어를 위해 예금금리를 떨어트렸다는 시각도 있다. 은행들은 예대마진 차이(대출금리-예금금리)를 통해 수익을 내는데, 대출금리를 올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고금리 예금을 취급하게 되면 수익성이 나빠지게 된다.

실제 주요 4대 은행의 올해 1분기 순이자마진(NIM)을 보면 저원가성 예금을 많이 보유한 KB국민은행을 제외하고 모두 전분기 대비 악화됐다. 신한은행 NIM은 1.59%로 전분기보다 8bp 하락했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은 6bp 떨어진 1.74%, 우리은행은 3bp 떨어진 1.65%를 각각 기록했다. 수익성 방어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 만큼 당분간 은행 예금금리 하락세는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은행 예금상품에 대한 매력이 떨어지면서 최근 금리가 오르고 있는 저축은행 수신상품이 대안으로 뜨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 정기예금 1년만기 평균금리는 연 3.95%를 기록했다. 지난 3월 20일 올해 가장 낮은 금리 수준일 당시(연 3.74%)와 비교하면 약 두 달 만에 금리가 21bp 오른 것이다.

저축은행 예금금리는 지난달부터 오르는 조짐을 보였는데, 최근에는 1년만기 기준 연 4%대 금리의 상품도 등장했다. 이날 기준 페퍼·동양·CK·조흥·청주·한성저축은행이 연 4.5%(1년만기) 정기예금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시장금리가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가운데 저축은행들이 반대로 예금금리를 올리고 있는 것은 자금조달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업권의 유일한 조달 수단인 수신금액은 올해 들어 줄어드는 추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말잔 기준 저축은행 수신금액은 지난해 11월 말 121조3572억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올해 3월 말 116조431억원까지 떨어졌다. 4개월 만에 5조3000억원에 달하는 수신금액이 빠져나간 것이다.

저축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올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자금조달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예금금리를 올리면서 수익성 악화 우려도 제기된다. 저축은행들은 이미 올해 1분기 조달비용 증가 등의 영향으로 600억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저축은행이 적자를 낸 것은 지난 2014년 이후 9년 만으로, 전체 79개 저축은행 중 적자를 기록한 26개 저축은행이 모두 대형사다.

한 저축은행업권 관계자는 "저축은행들이 울며 겨자먹기 심정으로 예금금리를 올리고 있는데,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역마진이 날 수 있다"면서 "그렇다고 금리를 다시 내리자니 수신잔액이 빠질 수 있는 진퇴양난의 상황이어서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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