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과 전쟁下] 금융권 대응책 '속속'···피해자 구제도 시급
[보이스피싱과 전쟁下] 금융권 대응책 '속속'···피해자 구제도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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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AI 등 '사전 차단·예방책' 잇달아 도입
신한·토뱅, 피해구제책 마련···은행권 확대될듯
은행 고객들이 국민·하나은행 등의 자동화기기(ATM)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서울파이낸스)
은행 고객들이 국민·하나은행 등의 자동화기기(ATM)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서울파이낸스)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보이스피싱 사기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면서 금융권의 대응 역시 분주해지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금융사기 의심거래를 실시간으로 탐지하거나 원격조종 앱을 포함한 악성앱 탐지, 장기 미사용 계좌 ATM 인출‧이체 제한 등 보이스피싱 범죄와 전면전에 나섰다. 

하지만 사전 예방이나 인출 차단, 홍보 등에 적극 나서는 것과 달리 피해자 구제에 소극적인 분위기는 여전하다. 곳곳에서 사전 예방적 대응도 좋지만, 금융사들이 피해 구제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고객 돈 지켜주는 AI···이상금융거래 탐지 시 거래차단

기승하는 보이스피싱을 막기 위해 KB국민·신한·우리은행 등 업계가 활용하는 기술은 AI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AI 기술을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과 결합해 더욱 강력한 대응체계를 갖춰나가고 있는 것이다.

먼저 신한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AI 이상행동탐지 ATM'을 도입, 이를 지난해 말 전체 영업점으로 확대 시행했다. AI 이상행동탐지 ATM은 AI딥러닝을 통해 연령대별 다양한 거래유형을 학습·분석한 후 고객이 이상행동을 보일 경우 이를 탐지해 거래 전에 주의 문구를 안내하는 서비스다. 이상행동과 이상금융거래가 동시 탐지된 경우에는 예금주 추가 본인인증을 진행하고 특정거래에 대해 거래차단 등 추가적 프로세스가 적용된다.

KB국민은행도 최근 AI 기반의 보이스피싱 모니터링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작업을 끝냈다. 'AI모델 재학습 파이프라인'을 통한 AI의 자동 학습으로 교묘해지고 다양한 양상을 보이는 보이스피싱 수법에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은행은 '전기통신금융사기 AI-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운영하고 있다. AI를 통해 금융사기 의심거래를 실시간 탐지 및 예방조치하는 구조로, 지난 2020년 9월 선보인 후 지난 2월 AI모델링을 고도화했다.

이들 은행은 원격조종 앱을 포함한 악성앱을 탐지해 삭제를 안내하거나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계좌는 ATM 인출·이체가 제한되도록 하는 조치도 함께 취하고 있다. 하나은행의 경우 모바일앱 '하나원큐'에 보이스피싱 앱 탐지 기능을 탑재했다. 앱에 로그인한 고객을 대상으로 보이스피싱 앱 설치 여부를 FDS로 자동 탐지하게 되는데, 보이스피싱 앱이 발견되면 거래가 자동 정지된다. 송금이나 창구 현금 인출을 차단하고, 고객에게 피해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비대면' 인터넷전문은행도 예방책 마련···'보안 강화'에 총력 

비대면 채널로 영업하는 인터넷전문은행들 역시 무엇보다 보안이 생명인 만큼 대응책 마련에 공을 들이는 눈치다. 빠른 성장세로 금융사기 범죄에 이용되는 계좌도 함께 늘어나는 데다 인터넷전문은행이 강점으로 내세우는 높은 편의성으로 인해 피해규모가 커지면서 보안 강화 등이 핵심 과제로 떠오른 상태다.

실제로 지난해 금융권의 보이스피싱 피해규모가 감소한 가운데, 인터넷전문은행들의 피해규모는 되레 급증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보이스피싱 피해금액은 지난해 304억원으로, 이는 2021년(129억원)에 비해 135.6% 증가한 수준이다. 전체 금융권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차지하는 피해비중도 같은 기간 7.7%에서 20.9%로 늘었다. 

(자료=금융감독원)
(자료=금융감독원)

이에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3사는 시중은행과 마찬가지로 악성앱 탐지 솔루션을 적용하는가 하면 사기 의심 거래 주의 문구를 노출하는 방식 등으로 보이스피싱에 대응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고객이 모바일 앱 접속 시 휴대폰에 악성 앱 설치 여부를 탐지하는 탐지 솔루션을 적용하고 있다. 신종 사기에 대응하기 위해선 FDS 모형 및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해 운영 중이다. 개인간 사기 거래, 이체 마케팅 알바 등이 의심되는 경우엔 주의 문구를 노출하고 있다. 케이뱅크의 예방책도 결이 비슷하다. FDS와 함께 의심계좌모니터링 시스템(AMS)을 가동하고 있다. AMS는 고객의 거래내역 형태의 이상 여부를 탐지할 수 있는데, 이상 거래가 발생하면 즉시 지급정지 후 본인확인 등 조치를 수행하게 된다.

업계에선 은행들에서 AI를 기반으로 개발한 FDS 등 대응책이 마련되면서 금융범죄 피해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이는 수치로도 나타난다. KB국민은행의 경우 AI 시스템을 도입한 후 보이스피싱 탐지율이 임시 운영기간 중 34.3%나 향상되는 성과를 거뒀다. 예방활동으로 최근 1년 동안 예방한 보이스피싱은 8620좌, 634억원에 달한다.

하나은행도 보이스피싱 종합대책 시행 후 관련 범죄 예방금액 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2020년 209억원(1874건)에서 2021년엔 1577억원(1만3804건), 2022년에는 1814억원(1만3015건) 규모의 피해를 사전에 막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이스피싱 구제책 없나···신한·토스뱅크 "피해자 지원"

정부가 보이스피싱 근절을 외치고 있다는 점에서 은행들은 보이스피싱 예방책 마련에 더욱 신경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는 물론이고 대다수 은행들의 대책이 사전 차단과 예방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피해 구제'에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여러 대책에도 보이스피싱 범죄가 이뤄질 수 있는 만큼 피해자의 정신적, 경제적 고통 해소에 도움이 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현재 보이스피싱 피해 구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곳은 신한은행과 토스뱅크 정도다. 앞서 신한은행은 보이스피싱 피해자 지원 및 범죄 예방을 위해 3년간 300억원을 출연하기로 하고, 지난 2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신한은행은 보이스피싱 피해자 중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최대 300만원(3년간 총 6000명 수혜)의 생활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피해자에게 우울증 등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심리·법률 상담을 제공하는 한편, 예방 교육 및 보이스피싱 보험을 제공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토스뱅크는 금융사기 피해고객을 대상으로 '안심보상제'를 운영 중이다. 금융사기 피해 고객을 대상으로 한 보상정책을 도입한 것은 토스뱅크가 처음이다. 고객들은 보이스피싱 범죄로 자신의 토스뱅크 계좌에서 타행으로 송금되는 등의 금전적 피해를 입거나 중고 거래 사기 피해를 당한 경우 보상을 신청할 수 있다. 안심보상제 도입 1년 6개월 만에 금융사기 피해 총 1620건을 대상으로, 12억원 상당의 피해가 회복될 수 있도록 도운 것으로 집계됐다.

타 은행들은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을 지원할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금감원이 보이스피싱과 관련 금융회사와 피해자 간 합리적인 책임분담 기준을 정립하는 등 방안을 논의하고 있어, 향후 은행권 전반으로 피해 구제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도 거론된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부회장은 "명의도용을 비롯해 보이스피싱 범죄는 주로 비대면 시스템을 통해 이뤄진다"면서 "사전 예방도 중요하지만, 범죄가 이뤄지면 소비자는 그대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피해 구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비대면을 악용한 범죄 등을 걸러내지 못한다면 금융사에도 책임이 있는 것"이라며 "피해금액을 먼저 보상하고 추후 회수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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